김태훈 칼럼- <미인도> 감상기
김태훈 칼럼- <미인도> 감상기
  • 트래비
  • 승인 2008.12.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혜원 신윤복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영화와 방송 매체를 통해서 그의 파란 만장한 삶을 ‘그가 여자였다’는 허구로 각색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미인도>에서 신윤복의 삶은 파격 그 자체이다. 어린 시절 오빠의 자살로 인하여 타의에 의해 여성으로 삶을 포기한다. 성 정체성이란 대부분은 태어날 때 이미 염색체에 의해 결정되며 성장하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구분되어진다. 따라서 이런 삶 자체를 포기하였다는 것은 자신의 생활 그 자체에서 제한이 따르게 되며 이에 따라 사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된 성정체성을 따르지 않는 삶이란 그 자체로 외롭고 힘든 삶일 것은 뻔한 사실이다. 

엄격하고 절제된 도화서 화원 생활을 살았던 윤복은 한 남자와 사랑을 하게 되고 홍등가에서 성에 대한 경험을 통해서 성에 대해 눈을 뜨면서 자신의 감정을 춘화로 대담하게 표현하게 된다. 왕 앞에서 윤복은 ‘사랑하기 때문에 유혹하고 흔들리는 인간의 나약한 마음이 아름다워서 그렸다’면서 죽음을 무릅쓰고 자신의 그림에 대한 열정을 표현한다. 이는 그림을 위해서 여자로서의 삶을 포기한 마음을, 여자로서 사랑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며 이를 통해 자신의 숨겨진 성정체성인 여성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체 그림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과 욕정을 느끼는 차이는 보는 사람의 관점 차이지만 작가가 그림을 통해서 자신의 혼신을 담아내어 감동을 주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대중이 있을 때 그 그림은 비로소 작품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최고의 명작인 비너스의 나신을 보고 우리는 인간의 몸을 아름답게 표현한 것에 감탄하면서 수세기 동안 명품으로 감상하지만 춘화는 성욕 자극이 그 목적으로 이런 자극은 반복되면 금세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시대를 앞서는 작품이란 시대적 표용력에 의해 당대에 인정받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문화는 더욱더 풍성하게 꽃피울 수 있는 것이다. 언어 특성상 아름다운 표현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던 독일어는 괴테에 의해서 지고지순한 사랑을 표현하는 언어가 되었고 서태지는 우리의 언어 구조가 랩이 불가능하다는 통념을 무너뜨렸다. 이는 시대적 통념에 반항하면서 자신의 예술에 대한 정신을 표현하고자 할 때 가능한 것이다. 

*김태훈 선생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교수, 경기도 광주 정신보건센터장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외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사랑샘터 정신과의원 원장으로 진료중이다. www.wellmin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중구 무교로 16, 5층 (주)여행신문
  • 대표전화 : 02-757-8980
  • 팩스 : 02-757-898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홍렬
  • 법인명 : (주)여행신문
  • 제호 : 트래비 매거진
  • 등록번호 : 서울 라 00311(2009-10-13)
  • 발행일 : 2005-05-30
  • 발행인 : 한정훈
  • 편집인 : 김기남
  • 트래비 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트래비 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ktt@traveltime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