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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겨울 스위스 그 판타스틱함에 대하여①빙하특급+체르마트, 필라투스+융프라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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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스위스
그 판타스틱함에 대하여

제법 긴 숙고 끝에 기사 작성을 시작하는 지금도 난감하다. 감탄에 감탄을 연발케 했던 스위스의 설경을 어떻게 표현해야 독자 여러분에게 그 황홀함이 미약하게나마 전해질지. 아무리 묘사한다고 해도 한번 보는 것만 못한 글과 장대한 파노라마를 풍경의 한 조각으로 잘라낼 뿐인 사진으로는 여행의 감동을 100% 설명할 수 없다. 이는 여행기자로서 기사를 쓸 때마다 항상 하는 고민이지만, 겨울 스위스는 더욱 그러해 난감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죽기 전에 한번은 꼭 가볼 여행지’ 목록에 ‘겨울의 스위스’를 일단 채워 넣으신 후에 이 기사를 읽어 주시기를. 

글·사진  김영미 기자   취재협조  스위스정부관광청 www.MySwitzerland.co.kr



Glacier Express 빙하특급 +  Zermatt 체르마트
Special scenery of winter

빙하특급 설경을 음미하는 가장 낭만적인 방법 

한겨울의 스위스 여행은 알프스에서 시작한다. 스위스 하면 알프스, 라니 너무 진부하다 나무라도 어쩔 수 없다.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인 스위스인지라 알프스와 그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겨울이면 차창 밖으로 흰 옷을 걸친 산이 우뚝 서 있고, 산 중턱의 마을은 동화  속 눈의 나라로 탈바꿈하는데다가,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고향인 스위스는 그리하여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를 제치고 알프스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다. 

스위스의 멋들어진 설경을 가장 쉽고도 낭만적으로 즐기는 방법은 빙하특급(Glacier Express)을 탑승하는 것일 테다. 빙하특급은 7시간 반에 걸쳐 291개의 다리와 91개의 터널을 지나면서 스위스의 대표 산악 휴양지를 연결한다. 안락한 좌석과 냉난방 장치가 완비된 깨끗한 차량은 알프스를 관통하며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만끽하도록 안내한다. 

브리그(Brig) 역에서 빙하특급에 탑승한다. 겨울의 정취를 한껏 음미하기 위한 이번 열차 여행은 양쪽 벽면이 시원하게 뚫린 1등석 칸을 사수하는 것이 포인트. 앞뒤좌우가 온통 눈 덮인 산인지라 풍경은 색이 없는 듯, 나무의 어두운 색과 눈의 흰색만으로 절경을 만들고 있다. 체르마트(Zermatt)를 향해 가는 길, 창밖은 마치 흑백 필름을 보는 듯하다.
열차는 느리게 달린다. 창밖에는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탄생한 눈꽃나무들과 침엽수에 눈이 입혀진 자연산 크리스마스트리들이 백만 스물 한 그루는 거뜬히 넘을 정도로 빼곡하다. 눈꽃나무 풍경이 선사하는 신비하고 묘한 분위기는 여행자의 눈길과 마음을 붙들고 놓아 주질 않는다. ‘유럽여행 좀 해봤다’는 사람들로 구성된 일행들 여기저기서 “우와”, “이런 경치는 처음이야”, “정말 환상적이다” 등 탄성이 끊이지 않는다. 나 또한 이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할 수 있는 형용사가 무엇인지 머릿속의 사전을 구석구석 검색해 보지만, 적합한 단어를 찾을 수 없어 난감해진다. 

숲 한가운데 나무로 만든 집이 덩그러니 얹어져 있다. 저 집에 사는 사람은 분명 흰 수염이 덥수룩한 할아버지가 아닐까, 가까운 슈퍼마켓이라도 갈라치면 한나절이 걸리겠다, 이웃 하나 없이 심심해서 어떻게 살지, 오지랖 넓은 공상을 펼쳐 보기도 한다. 그렇게 한참동안 창밖을 바라보며 황홀한 감상에 젖으니, 겨울은 쓸쓸한 고독의 계절이라는 낡은 오해는 눈 녹듯 사라졌다. 스위스의 겨울은 환상적이고 낭만적이다.

여기서 잠깐, 빙하특급이라고 겨울에만 운영한다고 생각했다면 오해다. 봄과 여름에는 아름다운 알프스의 숲과 목초지, 계곡 등이 생동감 있게 펼쳐지는 전혀 다른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체르마트-브리그-안데르마트-쿠어-다보스-생모리츠 구간을 운영하는 빙하특급은 올해는 10월19일부터 12월11일까지 열차 점검 때문에 운영되지 않는다.www.glacierexpress.ch



1 눈꽃나무 사이에 수줍게 둥지를 튼 듯한 마을 2 형광색보호목 걸이를 걸친 아이들이 소풍을가는듯하다 3 소박한 불빛들이 예쁜 체르마트의 밤 4 체르마트 마을의 중턱까지 오르니 온통 눈밭이다 5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마테호른 6 볼이 빨개진 채 눈밭에서 한참을 뒹굴던 꼬마숙녀들 7 체르마트는 스키 여행의 메카다

체르마트 순도 100% 맑고 깨끗한 동화마을

우윳빛 낭만에 흠뻑 젖은 빙하특급은 체르마트역에서 멈춰 선다. 체르마트의 겨울 풍경은 어릴 적 꿈꾸던 동화마을과 흡사하다. 키 작은 건물들과 샬레 형태의 집에 눈이 소복하게 덮여 있고, 아기자기한 마을 뒤편으로는 웅장한 알프스가 든든하게 드리워 있다. 다른 스위스가 그렇듯 마을은 정갈하고 공기는 신선하다. 스위스인들은 알프스 가까이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자연과 유독 친밀하여 자연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철도와 케이블카, 전망대 등을 개발하면서도 가능한 깨끗하고 맑게, 자연 그대로를 해치지 않고자 한다.

청정마을 체르마트는 그러한 스위스인들의 신조가 돋보이는 곳이다. 이 작은 마을에서는 휘발유를 이용하는 자동차의 운행이 금지돼 있다.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 대신 네모반듯한 전기 자동차와 클래식한 마차가 이동수단을 대신한다.
체르마트는 마테호른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마을이다. 수직으로 깎아내린 듯 뾰족한 산봉우리가 일품인 마테호른은 파라마운트사의 로고로도 유명하다. 마테호른은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접경에 위치하고 있으나 스위스 쪽에서 보는 것이 더욱 절경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때문에 체르마트에서 스키를 타고 이탈리아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해발 4,478m, 높고도 험준한 마테호른은 1865년 7월14일에야 비로소 7명의 산악인들에게 등정을 허락했다. 스위스의 봉우리 중 가장 마지막이었다. 그 후로 특히 영국인들이 마테호른에 많이 올랐고 그만큼 사망자도 많았기에, 빅토리아 여왕이 마테호른 등반을 법적으로 금지시키기도 했다. 마테호른 금지령은‘얼마나 위험하면 그래?’라는 식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때문에 더욱 유명세를 탔다. 

하여 체르마트에 닿은 일행의 목표는 마테호른이었다. 마테호른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날씨는 잔뜩 흐렸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를 흰 장막이 사방에 드리워 있어 마테호른은커녕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동서남북 위아래가 모두 하얗기만 해서 스크린 장막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요상한 체험만 한 채 체르마트로 돌아와야 했다. 

마을로 내려와서도 결국 마테호른은 보지 못했다. 그러나 산비탈에 오순도순 지어진 샬레가 동화적인 감상에 젖게 하는 곳, 말갛고 순수한 체르마트만으로도 여행자는 200% 만족했다. 체르마트에는 120개의 호텔이 있는데 크리스마스 예약은 4월 말이면 거의 완료된다니 이 작은 마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Swiss  Apres Ski
낮보다 즐거운 스키어의 밤 _ 아프레 스키


스위스가 스키어와 스노보더의 메카인 이유는 11월부터 5월까지 눈에 덮인 알프스의 천연 슬로프 때문만이 아니다. 스키 후 즐길거리인 아프레 스키(Apres Ski, After Ski의 불어) 문화가 풍부하게 발달돼 있기 때문이다.
시원한 설경을 감상하며 맥주를 마시거나 온천욕을 하는 등 아프레 스키가 얼마나 고급스럽게 발달했는지가 리조트의 품격을 결정짓기도 한다. 스위스에서 아프레 스키가 발달한 지역은 체르마트와 사스페(Saas-fee). 특히 체르마트에는 100여 개가 넘는 레스토랑과 9개의 나이트클럽과 35개의 바가 있어 늦은 밤까지도 생기와 열기가 넘친다.
아프레 스키 문화는 스위스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미국 등에서도 발달해 있으니 해당 국가에 스키여행을 떠난다면 반드시 체험해 볼 것!

Pilatus 필라투스 +  Jungfrau 융프라우
mountain of winter

필라투스 스릴만점 눈썰매로 필라투스를 질주하다

루체른의 ‘동네 뒷산’ 필라투스를 여행했던 반나절은 참으로 다이내믹했다. 루체른에서 1번 버스를 타고 15분, 크리엔스(Kriens)에서 곤돌라에 탑승했다. 곤돌라는 소리 없이 고도를 높여 어느새 마을을 코딱지만하게 만들어 버렸다. 쉽게 접하기 힘든 버드아이뷰에 감탄하며 셔터를 눌러대는 사이 발아래는 눈밭으로 바뀐다. 게다가 사방에 안개가 가득해 앞이 뵈지 않는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사진 촬영을 어찌할까 걱정이 앞서는 사이, 필라투스 정상에 닿았다. 

해발 2,132m. 예상 밖으로 햇빛은 쨍하고 하늘은 청명했다. 덕분에 우리는 필라투스산에서 환상적인 두 가지 조망을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 호텔 겸 레스토랑인 필라투스 쿨름(Kulm)의 앞 쪽은 넘실대는 구름의 바다요, 뒤 쪽은 오밀조밀한 루체른의 마을과 호수였다. 지상에서 바라봤다면 하늘과 한참 가까웠을 구름이 명백히 우리의 발밑에 둥실 떠 있으니 아이처럼 마음이 들뜬다. 눈 덮인 바위산 위에 피어 있는 뭉게구름은 질감이 너무도 생생해, 손으로 만지면 뽀드득 소리를 낼 것만 같다. 필라투스 쿨름 앞에는 간이의자가 설치돼 알프스 운해를 감상하며 일광욕을 만끽 수 있는데, 몸을 깊숙이 뉘이고 앉아 커피 한잔을 곁들이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간적으로 여유 있는 여행자라면 반나절이 소요되는 ‘골든 라운드 트립’ 루트를 추천한다. 루체른의 피어발트슈테터(Vierwaldstattersee)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유유히 1시간30분가량 이동하면서 호수와 산을 감상한 후, 48°로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톱니바퀴 열차를 타고 초록의 목초와 이슬 먹고 피어 있는 알펜로제 등이 어우러진 목가적인 풍경을 지나 암벽을 통과해 필라투스 정상에 오르는 경로다. 톱니바퀴 열차는 아쉽게도 겨울철에는 운영되지 않는다.

다시 필라투스의 겨울로 돌아와 보자. 고백하건대 필라투스가 환상적이었던 이유의 8할은 우리나라의 눈썰매는 아이의 걸음마에 불과한 100% 리얼 야생 눈썰매 때문이었다. 눈썰매는 별도의 제동 장치가 없어 두 발로 브레이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썰매의 성능이 워낙 뛰어나 자칫 직활강을 하다간 스피드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필라투스 산등성이에 눈이 쌓여 저절로 조성된 6km의 천연 슬로프에서 기자는 숨겨두었던 레이싱 본능을 발견했다. 운전이 미숙했음에도 질주를 거듭해 뒹굴기를 수차례, 카트라이더 맞먹는 드리프트를 시도하다가 눈에 처박히기도 했지만, 눈썰매는 익사이팅 그 자체였다. 그러나 야생 슬로프이니만큼 안전 바가 따로 없으므로 초보자의 경우 위험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할 것.

이 밖에도 필라투스에는  하이킹과 트레킹, 여름용 봅슬레이인 터보강, 로프로 나무 사이를 오가는 자일파크 등의 액티비티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1 필라투스의 매력은 루체른의 시가지와 호수를 조망할 수 있다는 것 2 스릴만점! 야생 눈썰매 3 운해를 바라다보며 즐기는 일광욕


융프라우 대자연의 웅장함과 인간의 집념이 선사하는 감동

융프라우요흐로 향하는 기차 안. 융프라우요흐를 세 번째 오르는 J양은 말했다. “처음엔 날씨가 안 좋아서 기차가 아예 안 올라갔고, 두 번째는 온통 안개뿐이라서 아무것도 못 봤어.” 불행인지 다행인지 2전3기만에 J양은 드디어 쾌청한 융프라우요흐를 밟았다. 

파노라마처럼 늘어서 있는 웅장한 봉우리와 빙하 협곡은 공감각을 아찔하게 만든다. 만년설 위에 덧쌓인 눈은 12월의 햇살을 반사하며 반짝반짝 빛난다. 알프스의 끝 모를 향연에 압도돼 넋을 놓고 있다가, 문득 깨닫는다. ‘융프라우요흐 첫 방문에 날씨가 이토록 화창하다니, 나는 참 운이 좋은 여행자구나.’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지만, 많은 여행자들이 흔히 잘못 사용하고 있는 융프라우(Jungfrau)와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의 차이를 확실히 알아보자. 융프라우는 해발 4,158m의 봉우리고 융프라우요흐는 해발 3,454m, 융프라우봉과 묀히봉 사이에 움푹 들어간 곳이자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철도역 이름이다.
융프라우요흐에서는 빙하와 설원을 관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베리안 허스키가 운전하는 개썰매와 무료 눈썰매, 스키와 스노보드 등 사시사철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융프라우요흐까지 가는 길은 녹록치 않다. Interaken Ost역에서 출발해 열차를 두 번 갈아타고 2시간30분을 달려야 한다. 그러나 중간에 열차를 갈아타는 것은 고산병을 방지하는 완충작용을 하는 동시에 융프라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융프라우으효까지 오르는 내내 펼쳐지는 경치도 장관이지만 아이거 북벽을 관통하며 달리는 열차 또한 감동적이다. 16년간 1,500스위스프랑이 투입돼 인부 300명의 집념 어린 열정으로 건설된 이 선로 덕분에 우리는 커다란 수고 없이 유럽의 정상(Top of Europe)까지 쉬이 닿을 수 있게 됐다. 아이거 북벽을 관통하는 동안 열차는 약 5분씩 두 차례 정차하는데, 절벽에 낸 창문을 통해 아이거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사실 기자도 융프라우요흐의 식당에서 밥을 먹는 동안 어질어질하고 산소가 부족한 듯 느껴지는 고산병을 겪었다. 전망대로 나가 싱그러운 공기가 코에 닿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설원을 누비며 사진을 찍으러 뛰어다녔지만서도 눈부신 알프스의 설경은 자연에 목말랐던 도시인을 순수한 아이로 되돌리는 힘이 있었다. 그 순간 가장 그리운 이에게 마음을 가득 담은 엽서를 부치는 낭만도 잊지 않았다. 유럽의 정상에 놓인 빨간 우체통에서. 


4 사방이 높은 봉우리로 둘러싸인 융프라우요흐의 전망 5 하얀 만년설 위에 꽂힌 빨간 스위스 국기가 파란 하늘과 맞닿아 있다 6 스위스에서 국기는 하나의 마스코트다 7 유럽의 정상에서 그대에게 부치는 편지 8 뽀드득 흰 눈 사이로 보이는 필라투스의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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