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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의 교토 스토리①교토의 타운하우스와 하나토우로 축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5.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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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to story - 박준의 교토 스토리①

교토의 타운하우스와 하나토우로 축제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취재협조 교토부 관광과  www.pref.kyoto.jp/visitkyoto/kr/ 일본정부관광국 www.welcometojapan.or.kr/

***이번 호부터 4회에 걸쳐 ‘박준의 교토 스토리’를 연재합니다. Travie writer 박준은 여행과 사람을 들여다보는 그만의 깊이 있는 시각으로 줄곧 흥미로운 여행 이야기를 더불어 나누고 있습니다. 그가 지은 책으로는 <On the Road>, <네 멋대로 행복하라>, <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등이 있습니다.

교토에 내 집이 생겼다! 

신이 나 오버해 말하자면 그렇다. 교토에 내 집이 생겼다고! 교토를 돌아다니며 누군가 친구를 만난다면, 우리 집에 놀러가지 않을래? 하고 물어 보고 싶다. 오늘의 숙소는 호텔도, 유스호스텔도 아니다. 평범한 교토 사람들이 사는 작은 집 한 채를 통째로 빌린 것이다. 

여행을 하며 이리저리 숙소를 전전하다 보면 내 집이 그립다. 유스호스텔처럼 값싼 숙소의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마주치는 게 불현듯이 불편하거나 무작정 혼자 있고 싶을 때, 오늘 잠을 자야 할 곳에 내 집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니 하루 동안만이라도 좋다. 여행을 하다가도 내 집을 갖고 싶다고! 그런데 교토에서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 여행을 하고 있지만 오늘만큼은 내 집에서 정원을 바라보며 책을 읽거나 동네를 산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교토역 우체국 앞에서 ‘카즈야 니시무라’씨를 만났다. 나를 픽업해 주기로 한 집주인이다. 말쑥한 중년인 그는 아직 한국에 못 가봤다고 한다. 그는 오늘 내가 머무를 곳을 교토의 전통적인 타운하우스라고 소개했다. 차로 겨우 5분 정도 걸렸을까. 상가 거리의 한 편에 자리한 작은 집에 도착했다. 드르륵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니 1층에는 거실과 주방, 욕실이 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침실은 2층에 있다고 한다. 내가 좋아한 것은 거실이 안뜰로 이어진다는 것. 거실 문을 열어 놓으면 안뜰이 한눈에 들어오고, 닫아 놓으면 안뜰이 가로로 긴 액자 안의 그림처럼 보인다. 안뜰이라고 했지만 한 평도 채 되지 않을 만큼 작다. 카즈야 니시무라씨는 그 작은 공간을 작은 정원처럼 정성스럽게 가꾸어 놓았다. 대나무를 엮어 담을 두르고, 연못을 놓아 금붕어를 키우고, 돌을 가져다 장식을 하고, 자갈을 깔고, 꽃나무를 심었다. 거실에서는 화로와 오지주전자가 눈에 들어온다. 테이블 위에는 노트북도 준비돼 있다. 게다가 욕실에는 욕조 위에 안뜰 쪽으로 창이 나 있어 욕조에 몸을 담그고 안뜰을 바라볼 수 있게 해놓았다. 2층에 올라가 보니 여기서도 안뜰을 볼 수 있다. 근사하기 그지없는 풍경이다.

70년 전에 지어졌다는 이 집의 이름은 ‘쿄우마찌야텐시츠키누케(京町家天使突拔)’다. 낡은 타운하우스는 2년 전 리모델링을 거쳐 다시 태어났다. ‘텐시츠키누케’가 거리 이름이라고 하니 ‘텐시츠키누케 거리의 상가에 면한 집’ 정도의 의미인 것 같다. 카즈야 니시무라씨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필요한 모든 점들, 심지어 에어컨을 켜고 끄는 법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설명해 주고 돌아갔다. 아마 내일 체크 아웃할 때까지 그를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이 집은 완전히 내 것이다!



1 타운하우스의 현관. 침실은 2층에 있다 2 골목 양편에등불이줄지어놓여있다 3 거실에서 보이는 안뜰. 한 평도 채 되지 않을 공간을 정성스럽게 가꾸어 놓았다 4 마이코들은 매일 밤 꽃의 무대라고 불리는 공연을 보여준다

하나토우로, 꽃의 등불길! 

짐을 풀고 집을 나서니 바로 상가가 늘어서 있다. 주변에 좁은 골목길이 많아 탐험을 하는 기분이다. 좁은 골목 안쪽이지만 ‘아카다’라는 이름을 가진 커피하우스가 있다. 그러고 보면 일본에는 로스팅을 직접 하는 커피하우스가 참 많다. 그 옆으로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있고, 심지어 멕시칸 레스토랑도 있다. 이렇게 좁은 골목 안에서 과연 장사가 될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나로서는 갈 곳이 많으니 신나는 일이다. 

버스를 타고 기온을 지나 아사카 신사에서 내렸다. 여기서부터 기요미즈절까지 걷기로 했다. 교토에서는 오늘 밤 ‘하나토우로’라는 등불 축제가 열린다. ‘하나토우로(汀燈)’라는 말 그대로 ‘꽃과 등불로 장식한 길’이 열리는 것이다. 아사카 신사 옆 마루야마 공원에서는 1,000여 개의 대나무 등이 개울을 따라 늘어서고 수면 위로는 촛불이 출렁인다. 코다지 공원에서는 마이코들이 ‘꽃의 무대’라고 불리는 춤을 보여 준다. 일본 여성들에게 마이코는 영원한 선망의 대상이다.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마이코들의 공연은 인기가 많다. 기요미즈절로 오르는 언덕길 양편에도 등불이 줄지어 놓여 있다. 문득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하얀 벽과 돌담 위로 등불의 빛이 출렁이기 시작한다. 조금 전 버스에서 본 기노모 차림의 여인이 낯설었다면 금방 기모노를 입고 우산을 든 채 좁은 골목 사이로 사라지는 여인의 모습은 이 밤의 정취와 잘 어울린다. 아마 몇십 년 전에도 몇백 년 전에도 교토의 모습은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하나토우로 축제는 교토의 히가시야마 지역을 밝히는 빛의 판타지 같다.

기요미즈절에서 사진을 찍느라 우산을 옆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난간에 기대 사진을 몇 장 찍고 보니 그 사이 우산이 없어졌다. 누군가가 집어가 버렸을까?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절대 없을 줄 알았다. 일본은 그런 곳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웃음이 나왔다. 별 수 없이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기요미즈절을 내려왔다. 이제 교토의 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안뜰을 바라보리라. 

그날 밤 집에 돌아오니 누군가 침실에 가지런히 이부자리를 봐 놓았다. 이런 서비스만은 료칸 스타일이다. 침실의 등을 켠다. 꽃이 필 것 같은 밤이다. 여행을 하면서 럭셔리한 호텔에서 지내는 것도 좋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처럼 지내 보는 것은 나와 다른 삶에 대해 다가서게 만든다. 그래서 때로는 호텔이 아닌 현지인들 집에서 지내는 게 좋다. 이제 내일 아침이면 약속한 시간에 카즈야 니시무라씨가 와서 체크아웃을 할 것이다. 하루는 아쉽다. 다음에는 좀더 길게 머물러 보고 싶다. 목욕을 하고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교토의 타운하우스에서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5 하나토우로 축제가 열리는 동안 교토의 히가시야마 지역은 등불로 길을 밝힌다 6 2층의 침실 7 2층 침실에서 보이는 안뜰 8 타운하우스는 쿄우마찌야텐시츠키누케라는 이름을 가졌다 9 욕실에서 보이는 안뜰의 풍경
 

_타운하우스 쿄우마찌야텐시츠키누케

취사는 할 수 없지만 부근의 상점에서 음식을 사서 전자레인지나 토스트기로 데워 먹을 수 있다. 아침 식사로 빵과 커피가 포함되고 금연이다. 지하철 고조역에서 10분 정도. 평일은 1박 4인까지 2만엔이다. 교토의 비싼 숙박비와 집 한 채를 통째로 빌린다는 것을 생각해 4인이 함께 묵는 게 최선이겠다. 주말에는 값이 올라간다. 금, 토요일이나 공휴일 전날, 연말연시에는 1박 2인 2만8,000엔, 3인 3만2,000엔, 4인 3만8,000엔이다. 예약금 1만엔을 먼저 입금하고 체크인 때 나머지를 지불한다. 급히 연락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핸드폰도 빌려준다. 문의 0120-964-101 kyototownhouse@gmail.com

_하나토우로 축제

남쪽의 기요미즈절과 북쪽의 히가시야마 지역 쇼렌인(청련원) 사이 4.6km의 길이 2,400개의 등과 꽃으로 장식된다. 등의 종류와 모양, 형태도 제각각이다. 점등 시간은 오후 6시부터 밤 9시30분까지. 이케바나 프로무나도(꽃꽃이 산책로)에서는 10개의 대형 꽃꽂이 작품을 볼 수 있다. 하나토우로 기간 동안 절과 신사는 야간에도 특별히 개방을 하지만 입장료를 내야 한다. 성인은 400~600엔, 중고생은 200~400엔 정도. 게이샤가 되기 위해 수련 중인 마이코들은 매일 밤 ‘꽃의 무대’라고 불리는 춤을 보여 준다. ‘미찌노자’라는 이름으로 마루야마 공원과 기요미즈절 앞에서 미니 퍼포먼스 공연도 열린다. 올해 하나토우로 행사는 3월13일에서 22일까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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