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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카리브해의 열정 ‘밥 말리와 김반장’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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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의 열정 ‘밥 말리와 김반장’

1980년 가을 뉴욕에서 세상을 떠난 밥 말리를 다시 이 시점에서 회상하게 되는 것은 아소토 유니온과, 윈디 시티로 이어지는 팀의 리더인 김반장이라는 음악인 때문이었다. 

에디터  트래비   글  황은화(음악칼럼니스트)

블루마운틴이라는 향기로운 커피를 생산하고 아름다운 카리브해를 품고 있는 자메이카는 노예선을 타고 온 흑인들로 민족을 이루는 슬픈 역사를 지닌 섬나라이기도 하다. 여전히 가난과 착취, 온갖 범죄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곳을 여행한 자라면 누구나 실감하듯 그들은 행복하다. 이유가 있다. 그들이 힘겨운 삶 속에서도 자부심을 잃지 않고 웃으며 살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는 영혼과 삶, 노래가 있기 때문이다. 심장 박동수와 일치하는 리듬으로 그들은 자신의 삶을 노래한다. 밥 말리는 이곳에서 태어나(1945년) 레게의 전설이 된다.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의 빈민굴 트렌치타운에서 그의 음악은 시작되었다. 

“나는 교육받지 않았습니다. 대신 나는 영감을 받았습니다. 내가 계속해서 교육을 받았다면 멍청한 바보가 되었겠지요.”

그가 전설인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의 레게음악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수많은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레게는 여전히 생소한 장르이다. 

1980년 가을, 뉴욕에서 세상을 떠난 밥 말리를 다시 이 시점에서 회상하게 되는 것은 바로 아소토 유니온과 윈디 시티로 이어지는 팀의 리더인 김반장이라는 음악인 때문이다. 

그는 소울이 잔뜩 묻어 있는 드러머이자 한국에서는 생소한 레게음악을 하는 다분히 한국적이면서도 자메이카적인 사람이다(그를 보면 이 말이 어떤 말인지 금세 실감한다). 누군가는 그를 가리켜 ‘한국 레게 1세대 뮤지션’이라고도 했다. 숨은 고수가 어딘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김반장의 음악을 알았지만 그에게 쏙 빠져든 건 다큐 채널을 통해서였다. 조금은 의외다. 2008년 여름에 방송된 EBS <다큐 人>에서 인간 김반장을 보았다. 그는 가난하지만 넉넉하다. 혼자 산을 오르길 좋아하며 타고난 연습 벌레에다가 누구보다 인간을 좋아했다. 삶의 소중한 가치, 천천히 느긋하게 사는 법을 사모하는 사람!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옆집 형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올해 4월에는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그를 또 만날 수 있었다. 문화 예술인이 여행 안내자가 되어 세계를 여행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친절한 자메이카 안내자가 됐다. 그 프로그램을 보며 더욱더 김반장에게 빠져 들었지만 무엇보다 의미가 깊었던 건 바로 밥 말리란 존재를 다시 떠올리게 된 거다. 밥 말리 하면 먼저 ‘No Woman No Cry’가 떠오른다. 남자들이라면 이 노래에 모래성처럼 한번씩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밥은 타고나기를 부자로 타고난 사람이었어요. 그는 영적인 부를 타고났고 그건 아마도 신의 선물이었겠지요. 따라서 그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나누어 주어야만 했고 그것은 곧 그의 영광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아내 리타의 말이다. 자신을 넘어 자메이카인들을, 소외받고 핍박받는 아프리카인들을 위해, 부당한 권력에 대항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노래했던 남자. 그를 알면 알수록 그의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사람이 좋아지는 건 왜일까? 내게는 눈물의 다른 형식, 뜨거운 눈물의 다른 형식이 바로 밥 말리의 음악이다. 

우리의 음악과 레게는 분명 다르고 거리가 있다. 하지만 김반장은 훌륭하게 그 세계의 교차점을 찾아냈다. 그걸 난 ‘신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에게 소울이란 곧 신명이 아닐까 한다.

정말이지 신명나지 않는 세상이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돈 없으면 서럽고 갈수록 사람이 믿기 어렵다. 이러다 보니 살맛도 잘 안 나곤 한다. 그런데 밥 말리의 음악, 김반장의 음악은 그런 세상에서 삶을 긍정하고 순수한 신명을 전한다. 본디 삶이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아닌가!

1  Legend  | Universal
Bob Marley & The Wailers
 

밥 말리의 대표곡들을 엄선해 놨다. 웨일러스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고 음악을 나눈 동료들과 결성한 그룹 이름이다. 두 말이 필요 없는 필청 앨범.

2 Countryman’s Vibration  | 로엔 Windy City

윈디 시티 2집. 오색찬란한 감성을 간직한 그들의 진화. 한국의 레게를 느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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