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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의 교토 스토리③“유야마씨 점심 정말 맛있었어요!”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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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온거리의 마이코

“유야마씨 점심 정말 맛있었어요!”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envoyage@hanmail.net
취재협조 교토부 관광과  www.pref.kyoto.jp/visitkyoto/kr, 일본정부관광국 www.welcometojapan.or.kr/

***트래비는 4회에 걸쳐 ‘박준의 교토 스토리’를 연재합니다. Travie writer 박준은 여행과 사람을 들여다보는 그만의 깊이 있는 시각으로 줄곧 흥미로운 여행 이야기를 더불어 나누고 있습니다. 그가 지은 책으로는 <On the Road>, <네 멋대로 행복하라>,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등이 있습니다.


 2 유야마의 점심 메뉴 3 유야마의 디저트 4 빌리지 교토의 객실

기온 유야마 祇園 ゆやま

유야마는 기온에 있는 식당이다. 콧대 높은 교토에서도 제일 콧대 높은 곳이 기온이다. 여느 초밥집도 단골손님과 처음 온 손님을 구별한다는 일본에서 유야마처럼 기온에 있는 음식점들은 지나가다 불쑥 들어오는 사람이나 처음 오는 사람은 받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대뜸 난 “그거는 부당하지 않느냐?”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교토로 여행을 왔으니 역시 먹고 싶은 것은 교토요리 아니겠는가? ‘교료리’가 처음인 사람이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겨우겨우 찾아갔는데 거절당한다고 생각하면 참 우울하지 않은가? 그런데 유야마에 와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유야마도 처음 온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거절의 이유였다.

“처음 온 손님을 무시해서가 아니에요. 그보다는 가게에 자주 오는 단골손님을 배려하는 거죠. 기온의 음식점은 싸지 않잖아요? 어떤 분들은 여기에 오느라고 돈을 모아서 특별한 날에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오거든요. 가게에서는 그분들이 식사를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처음 온 손님이 그분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되거든요. 그러니 처음 오는 손님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거죠.”

유야마의 주인인 ‘기온 유야마의 점심 메뉴’씨의 얘기다. 그러니까 유야마는 가게의 이름이자 가게의 주인인 유야마 타케시씨의 이름이다. 그는 마흔네 살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요리를 시작했으니 벌써 26년이 지났다. 기온의 다른 가게에서 일을 하다가 유야마를 차렸는데 6월이면 문을 연 지 3년이 된다고. 

유야마에서의 점심은 일주일간 교토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이 있었다. 제일 먼저 나온 음식은 깨로 만든 두부다. 푸딩처럼 부드러워 순두부처럼 먹을 수 있다. 깨로 만든 두부에서 시작해 찜 요리 등 여러 가지 요리를 거쳐 마지막 디저트로 나온 사쿠라 아이스크림, 사과가 들어 있는 요구르트 그리고 말차무스까지 전부 16가지 정도의 음식을 게 눈 감추듯 먹었다. 맛을 설명한다는 게 참 허무맹랑한 일이니 그 대신 음식이 나올 때마다 한 가지 한 가지 이야기해 주던 유야마씨의 말을 한두 마디 옮겨 보면 이렇다. 

“크림치즈를 쪄서 부드럽게 만든 다음에 명태 알을 넣고 랩으로 쌓아서 냉장고에서 식혀요.”
“도미는 아와지시마에서 잡힌 것만 써요. 해류가 부닥치는 곳에서 잡히는 도미가 제일 맛있거든요. 도미는 입 안을 씻는 역할도 해요.”

“한약재인 나무 열매를 물에 담가 불려서…, 복어에 함유된 젤라틴으로 젤리처럼…, 레몬두부… 두부 만들 때 생기는 막을 떠내서 튀기고…, 꽃향기가 나는 ‘자소’라는 향초를 넣고…”

점심을 먹으며 한참을 설명 듣고 한참을 받아 적었는데 막상 한국에 돌아와 메모를 보니 정신이 없다. 하지만 유바와 도미를 양념해 얹은 밥 한 가지만을 가지고도 유야마씨가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만드는지는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간단하면서 화려한 것이 유야마의 요리다. 아! 유야마씨는 그렇게 표현했다.

“하나하나가 산이고 하나하나가 계곡이에요.” 
간단하게 조리한 요리 다음에는 복잡하게 요리한 음식이, 신선한 사시미 다음엔 절인 생선이, 뜨거운 음식 다음에는 차가운 음식이 나온다. 오늘 내가 먹는 점심은 그가 새로 만들어 본 코스란다. “봄이잖아요.”
유야마에서 먹은 16가지 음식은 하나하나 사연이 깊은 것들이다. 그러니 어찌 3,500엔이 아깝겠는가?
“요리를 만드는 동안 손님들이 내 음식을 먹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상상하는 게 즐거워요.”
유야마씨는 손님들이 음식을 먹으며 이게 뭐냐고 묻는 질문을 받고 대답해 주는 게 좋다.
“맛있어요. 또 올게요.” 몇 번을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다. 주인의 마음이 이러하니 유야마에서 밥을 먹으면 더 맛있을 수밖에 없다. 분위기에 취하기 때문이다. 식당의 분위기에 취해 보기는 처음이다. 그것도 정직함이란 분위기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우라는 예술가에게만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유야마씨, 다음에 교토에 오면 그때는 꼭 저녁 먹으러 올게요!”


1 유야마 타케시씨. 3년 전 이곳에 가게를 열었다 2 기온 유야마의 외관. 사실 초행자가 저 문을 열기는 쉽지 않을 것도 같다 3 기온 유야마는 좁은 카운터와 다다미방 하나가 전부다 4 기온 유마야의 오리로스 요리. 세라믹이 들어 있는 조리용 돌판을 사용한다 5 기온 유마야의 점심 메뉴 6 빌리지 교토의 프론트 7 빌리지 교토의 화려한 로비

_기온 유야마

교료리로 이름난 가게다. 카운터와 다다미방 한 개를 가진 아담한 가게지만 본격적인 카이세키요리를 즐길 수 있다. 점심 3,500엔, 저녁은 8,400엔이고 저녁에만 하는 오리로스는 1만엔이다. 다른 요리는 먹어 보지 않아 모르겠으나 점심 코스만은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점심에는 서비스 차지가 없는 것도 좋다. 코스 외에 일품요리도 많다. 월요일은 쉰다. 시버스 기원 정거장에서 4분 거리.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1시30분, 오후 5시~밤 9시  문의: 075-551-2688

‘화풍 모던’한 숙소
 빌리지 교토 Village Kyoto


작년 10월 오픈한 ‘빌리지 교토’는 료칸의 분위기를 가진 호텔이다. 그런데 호텔이라는 빌리지 교토 안에는 그 흔한 바(bar)나 레스토랑이 없다. 방 안으로 들어가 보면 심지어 침대도 없다. 잠잘 시간이 되면 침대를 배달이라도 해주려나?
빌리지 교토는 ‘화풍 모던’한 숙소다. 료칸의 분위기를 가졌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의미다. 이를테면 객실의 문은 미닫이문이고 방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는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서양에서 온 외국인들에게는 매우 낯선 상황이다. 나무로 처리된 바닥은 얼핏 다다미 같은 느낌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게 아니다. 바닥은 나무처럼 보이지만 나무가 아니다. 비닐이 첨가된 다다미라고 한다. 침대가 없는 것도 소파를 침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소파를 펴고 새하얗게 날이 선 시트를 내 손으로 깔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 대신 낮에는 침대가 없어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한국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대만, 중국 사람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아침은 룸서비스로 제공되는데 3가지 메뉴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가격, 시설 모두 나쁘지 않았지만 아침으로 나온 샌드위치만큼은 완전 꽝이었다. 역시 다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81개의 룸을 가졌고 1층에는 대욕장이 있다. 오후 3시부터 다음날 11까지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작은 방 2인 9,000엔부터 시작해 중간 방 4~5인 1만5,000엔 등 매우 다양하고 날짜에 따라 가변적이다. 교토에 이벤트가 없을 때 가격은 저렴해진다. 특별히 이벤트에 관심이 없다면 1월이나 2월이 가장 싸다. 예약시 홈페이지 체크 필수. 시조오미야역 바로 앞이다. www.hotel-village.jp/ky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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