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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박창수의 ‘하콘’ 이야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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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수의 ‘하콘’ 이야기

하우스 콘서트라 해도 진지한 음악회는 아닐 거라 단정지었다. 문화예술계 지인들끼리 모여 와인을 마시며 편안히 즐기는 연주회의 수준이 아닐까. 하지만 피아니스트 박창수는 달랐다.

에디터  트래비   글·그림  황은화(음악 칼럼니스트)

실내악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라면 나는 필요 이상의 환상을 가지고 있다. 낭만주의 시대의 살롱 문화에 대해 들어서일까. 음악을 콘서트장이라는 무대와 객석이 구별된 공간에서 듣는 체험도 소중하지만 바로 가까이에서, 그러니까 연주자와 청중이라는 분리되지 않는 공간에서 듣는 것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다. 좀 쉬운 말로 하자면 쇼팽이나 리스트나 바로 코앞에서 귀족 부인들 집에서 연주를 하는 풍경 말이다. 식사도 하고 와인도 마시고 문학과 철학에 대해서 논하는 장. 하지만 그 환상과는 달리 연주자 입장에서 실내악은 어려운 단계의 음악이라고 한다. 바로 가까이에서 연주하기 때문에 무엇 하나 숨길 수가 없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실내악은 삼중주와 사중주도 있지만 솔로 연주도 포함한다. 단순히 실내에서 연주하는 음악이란 차원으로 접근해서 말하고 싶다.

서양에만 있는 문화라고 치부해 버린 일이 꽤 오래 전부터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연희동 자락에서 2002년부터 하우스 콘서트가 한 피아니스트에 의해 열리고 있었다. 지금은 아차산으로 그 무대를 옮긴 문화 행사가 이제야 시야에 포착된 것이다. 나의 게으름을 원망해 본다. 

하지만 더 원망할 것은 편견이다. 하우스 콘서트라 해도 진지한 음악회는 아닐 거라 단정지었다. 문화 예술계 지인들끼리 초대하고 일반인 몇 명 신청받아서 와인 마시면서 편하게 즐기는 연주회의 수준이 아닐까. 하지만 하우스 콘서트의 주인장은 남달랐다. 이미 200회가 훌쩍 넘어 버린 공연에는 리즈 콩쿠르 우승자 김선욱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이병우, 강산에, 해금 연주자 강은일, 피아니스트 송영주와 임미정, 두 번째 달,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 등이 다녀갔다. 수없이 많은 아티스트 명단 중 내 눈에 쏙 들어오는 아티스트 이름만 열거해 봤다. 이름만 봐도 입이 쩍 벌어진다. 다양하면서도 젊다. 그리고 수준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이들이 아무리 정식 콘서트장이 아니라 해도 대충 연주할 수가 없다. 요즘 사람들은 꼭 블로그에 감상기를 올리지 않는가! 이런 실내악 연주의 경험은 청중뿐만 아니라 연주자에게도 특별한 경험을 끌어냈다. 무엇보다 인식이 바뀐 거다. 지금은 하우스 콘서트가(줄여서 ‘하콘’이라 한다) 하나의 작은 문화 현상이 돼, 초창기에는 꺼려 하고 외면했던 공연(부담도 되는 데다가 그날 수익의 50%를 연주비로 준다고 하니 흔쾌히 하는 이가 없었다)이 연주 신청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2010년까지 공연 일정이 잡혀 있다나…. 이 정도면 웬만한 공연장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제 하콘을 만든 장본인을 설명할 차례다. 그의 이름은 박창수. 1964년 서울생으로 6살 때부터 작곡을 했던 신동이었다. 서울대에서 작곡을 공부한 작곡가이면서 우리에게 아직은 낯선 장르인 ‘프리뮤직(즉흥음악)’ 피아니스트이다. 젊은 나이지만 원로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연주 경력이 풍부하다. 그는 인상과는 달리 전위적인 아티스트로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프리뮤직 활동은 물론 컴퓨터, 설치, 영상 등을 이용, 무용음악과 연극음악, 실험영화 음악 등의 작업을 선보여 왔다. 전주세계소리축제, 뮤지카 아타락시아, 2008년 Free Music Festival 음악 감독을 하며 우리 곁에서 다양한 음악과 소리들을 실험해 왔다.

내가 그를 알게 된 건 바로 2008년 프리뮤직 페스티벌을 통해서였다. 페스티벌의 다양한 행사 중 하나가 아트시네마에서 열리고 있었다. <박창수, 루비치를 연주하다>. 극장 상영관 앞에 피아노 한 대가 생뚱맞게 놓여 있었다. ‘뭐지?’ 유럽의 찰리 채플린이라 일컬을 수 있는 에른스트 루비치의 작품이 선보여서 흥미를 가졌는데 피아노 연주까지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이런 조합이 가능한 이유는 루비치의 영화가 흑백 무성영화였기 때문이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피아니스트가 등장해 루비치의 <들고양이> 영상에 맞춰 건반을 두드렸다. 그의 연주는 영화를 더욱 박진감 넘치고 애교스럽게 품어 주었다. 영화가 끝나고 그가 객석에 인사를 했을 때 박수를 어떻게 쳐야 할지 몰라 당황해했던 객석의 분위기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우리들 곁에서 무럭무럭 성장해 가고 가고 있는 행복 바이러스 하콘과 프리 뮤직의 진지한 기수(旗手) 박창수! 이 두 가지 키워드를 기억했으면 한다.


하우스 콘서트, 그 문을 열면  

박창수 - 음악세계
하콘을 운영하며 주인장이 느낀 단상과 비하인드 스토리, 예술가로서의 고민과 새로운 만남과 인연이 주는 삶의 향기가 잘 녹아 있다.


★ 하콘 공연 관람 정보

위치: 서울시 광진구 능동 256-3 나이스빌딩 B1
교통: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 5번 출구에서 50m 가량 걷기. 미도미 참치 횟집 건물 지하 클래식뮤테이션 스튜디오
참여방법: 사전 예약 없이 참여 가능 
참가비: 2만원(고등학생 이하 1만원) 
공연시기: 2주에 1회, 금요일 저녁 8시 공연 
홈페이지 freepian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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