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레일 체험기-오로라 그리고 북극곰의 수도, 처칠"
"비아레일 체험기-오로라 그리고 북극곰의 수도, 처칠"
  • 트래비
  • 승인 2009.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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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 하늘을 수놓은 오로라

*‘오로라 그리고 북극곰의 수도, 처칠’은 트래비스트 정상구씨의 비아레일 체험기입니다. 정상구씨는 13회 트래비스트 대상 수상자로지난 3월5일에서 4월21일까지 당시 대상 상품이었던 비아레일 캔레일 패스 1등석을 이용, 캐나다 횡단 여행을 한 바 있습니다.


오로라 그리고 북극곰의 수도, 처칠

죽기 전에 꼭 오로라를 보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캐나다의 처칠(Churchill)로 향했다. 캐나다를 동서로 횡단하는 여행을 하던 도중에 들리게 된 처칠은 자동차만큼이나 많은 숫자의 스노 모빌을 볼 수 있고, 쌓여 있는 눈의 수분마저도 얼어 버려 눈이 마치 먼지처럼 날리던 상상 그 이상의 마을이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st 정상구

준북극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캐나다 준(準)북극의 도시 처칠로 향하는 비아레일의 허드슨베이 노선은 매니토바의 주도인 위니펙에서 주 3회 출발한다. 어느 날의 열차를 타느냐에 따라서 처칠에 머물 수 있는 날짜가 달라지는데, 3일간 머물 수 있는 목요일의 열차를 선택했다. 위니펙에서 처칠로 향하는 기차는 40시간 동안 달린다. 겨울에 북극으로 향하는 기차 노선은 블리자드(눈보라를 동반하는 강풍)나 노선결빙과 같은 여러가지 변수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상 예정시간보다 더 늦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1시간 정도밖에 지연되지 않았지만 기차가 달리는 도중에 블리자드라도 만난다면 5~6시간 정도 지연되기도 한다. 비아레일의 홈페이지에서도 이곳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여유시간을 가질 것을 권장하고 있다.

긴 기차여행을 준비하기 이전에 위니펙역의 뒷편에 위치하고 있는 시장인 더포크스 마켓(The Forks Market)으로 향했다. 더포크스는 밴쿠버와 토론토를 연결하는 캐네디안 노선이 위니펙역에 잠시 정차할 때 들를 수 있는 곳으로, 위니펙의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더포크스 마켓에서는 한겨울에도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새로운 긴 기차여행을 준비하기에 앞서 베이스캠프로 이용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이곳에서 기차 안에서 간단하게 먹을 과자와 빵을 구입하고 나면 준북극으로 떠날 모든 준비가 끝난다.

저녁 7시20분에 위니펙에서 출발한 허드슨베이 노선의 기차는 이틀 후 오전 11시30분에 처칠역에 도착한다. 운이 좋은 여행자라면 둘째 날 밤, 기차 안에서 창문 너머로 넘실대는 오로라를 볼 수 있다. 기차 안의 모든 조명을 다 끄고 나서야 보였던 오로라는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그 무엇보다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긴 시간을 여행할 때에는 어떤 사람과 함께 여행하느냐가 좋은 여행이 었는가에 대한 척도가 되곤 한다. 다행히도 캐나다에서 기차는 여유로운 여행의 방법으로 여겨지다 보니 기차 여행자들은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 많다. 여행 당시에 침대칸에는 단 한 명의 동행자가 있었는데 2008년 한국의 ‘K2’라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TV CF 모델이었던 호주 출신의 모험여행가 데이브였다. 데이브가 처칠에 온 이유는 연을 이용한 썰매로 더 북쪽에 있는 도시인 아리비앗(Ariviat)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것. 이틀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올해 여름에 남극점에 도전할 거라는 이야기가 끝나갈 때 즈음 우리가 탄 열차는 처칠역에 도착했다. 


1 기차 여행자에겐 베이스캠프와도 같은 더포크스 마켓 2 눈이 가득 쌓인 마을,처칠 3 얼어붙은 처칠역 표지판 4 식당칸에서의 저녁식사 5 북극곰 경고 표지판 6 에스키모 박물관 7 처칠의 식물들로 만든 블랙퍼스트 피자 8 처칠에서 가장 인기있는 액티비티, 개썰매



준북극의 작은 마을, 처칠

겹겹이 껴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엄청난 한기에 처칠역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에게 현재의 온도를 물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32도요.’ 1년 기온의 대부분이 영하를 밑도는 처칠에서 영하라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불필요하다는 듯, 처칠에서는 여행자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영하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처칠은 한두 시간 정도면 마을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아주 작은 곳이지만 우체국, 학교, 슈퍼마켓, 레스토랑, 에스키모 박물관, 교회 등 마을로서 갖춰야 할 것들은 모두 갖추고 있다. 물론 순수하게 식당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단 한 곳뿐이고, 그 외의 식당들은 모두 숙소에 딸려 있기는 하지만. 마을의 북쪽으로는 꽁꽁 얼어붙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도 쉽게 알기 힘든 허드슨베이가 있고 그곳에서부터 타이가 지대가 시작된다. 10, 11월의 북극곰 시즌이 지나도 허드슨베이가 녹기 시작하는 봄까지는 북극곰들이 종종 출현하기 때문에 북극곰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처칠에서는 마을 어느 곳에서나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다. 마을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도 빛이 없는 곳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니 좀더 선명한 오로라를 보고 싶다면 차를 타고 조금만 마을을 벗어나면 된다. 오로라는 보통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많이 나타난다고 하지만 오로라가 출현하는 정확한 시간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서 해가 지자마자 오로라가 나타나기도 하고 하루 종일 안 나타나다가 새벽 3~4시쯤에 갑작스럽게 나타나기도 한다. 

숙소 뒷편의 공터에서 오로라를 본 첫 번째 날은 오로라가 아주 강했던 날이었다. 저녁 10시부터 시작된 오로라는 3시간이 넘게 지속되었는데 그중 새벽 1시 정도에 오로라가 아주 강해져 녹색, 보라색, 빨간색들이 함께 넘실거리던 3분여의 시간은 입이 딱 벌어진 채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다만 극심한 추위 속에서 처음 접하는 오로라를 카메라에 제대로 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극한과 함께하는 액티비티

겨울 시즌에 처칠에서 가장 인기있는 액티비티는 바로 개썰매다. 매년 3월 말이면 처칠에서 아리비앗까지 개썰매를 타고 달리는 허드슨베이 퀘스트가 열리는데 이 지역에서 가장 큰 행사인 만큼 처칠 사람들의 개썰매 사랑은 아주 애틋하다. 이 행사가 있을 때에는 옛날부터 개썰매를 이용했던 이누이트족들은 물론이고, 처칠 현지인들과 캐나다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마을이 북적인다. 이 시즌은 북극곰 관찰 시즌 다음으로 처칠이라는 마을이 북적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마을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개썰매를 탈 수 있는 트레일이 있다. 이 트레일은 각종 커브와 직선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트레일의 중간중간 호수들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1시간짜리 루트에서부터 하루종일 탈 수 있는 곳까지 다양하다. 개썰매를 타러 갔던 날의 온도는 영하 34도. 내복과 티셔츠, 스웨터와 두꺼운 패딩 점퍼를 2개나 껴입었기 때문에 몸은 상관없었지만 추위에 노출되는 얼굴은 그대로 얼어 버려서 표정을 바꾸기조차 힘들었다. 

겨울에 처칠에서 개썰매를 즐기기 위해서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상하의와 장갑, 신발 그리고 두툼한 마스크는 필수다.
처칠에는 극한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온다. 같은 기차를 타고 왔던 데이브의 동료 벤이 내가 떠나기 전날 아침에 처칠에 도착했다. 이날은 블리자드가 불었다가 잠잠해진 날이었지만 여전히 바람이 강해서 연 썰매(Kite Sled)를 테스트하기에는 아주 적합한 환경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우리는 연과 썰매를 가지고 처칠 뒷편의 강에서 썰매 테스트를 하러 갔다. 가볍게 시승만 해볼 생각이었던 나는 다소 가벼운 복장이었지만, 저녁 내내 연 썰매를 타고 돌아다닐 데이브와 벤은 완전 무장한 상태로 길을 나섰다. 

연 썰매를 가지고 가벼운 시승 및 테스트를 마치고 난 뒤, 연을 연결해서 본격적으로 연 썰매를 탈 준비를 했다. 연과 썰매를 연결한 뒤에 올라타자마자 매섭게 부는 바람 덕분에 데이브와 벤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들은 저녁 늦은 시간에야 굉장히 피곤한 모습으로 숙소에 돌아왔는데 가볍게 근처를 돌아볼 생각이었던 시작과는 달리 바람의 방향이 바뀌지 않아 돌아오는 데 꽤나 애를 먹었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현재 데이브와 벤은 한 달간의 북쪽 탐험을 마치고 올 여름 남극점을 향한 새로운 모험 여행을 준비 하고 있다.


1 처칠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중무장을 할 것 2 연 썰매를 준비하는 데이브와 벨 3 처칠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스노 모빌

* about Churchill 

오로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도시가 바로 캐나다의 옐로나이프지만, 사실 캐나다에는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도시들이 많이 있다. 그중 매니토바주의 처칠은 옐로나이프와 함께 오로라 오발(Oval) 바로 아래 위치하고 있어 1년에 300일 이상 오로라 현상이 일어나는 곳으로 오로라를 연구하는 노던 스터디 센터가 있다. 다양한 오로라 관찰 투어가 개발되어 있는 관광지 느낌의 옐로나이프와는 달리 처칠에서의 오로라는 그저 뒷마당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그런 느낌이다. 

처칠은 모피 교역을 주로 하던 허드슨베이 회사의 첫 번째 정착지가 세워진 이후에 점점 마을 형태로 발전한 곳이다. ‘세계 북극곰의 수도’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처칠은 매년 가을이면 전세계 사람들을 이곳으로 끌어 모은다. 10, 11월이 되면 북극곰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허드슨 베이의 해변으로 내려오는데, 이 야생의 북극곰들을 관찰하기 위한 투어의 가격이 500~600만원을 상회함에도 몇 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차 있어서 이 기간에 처칠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다른 시즌보다 훨씬 일찍 기차와 숙박 장소를 예약해야 한다. 이 시즌에 처칠을 여행하면 북극곰과 오로라라는 2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다.

clip

처칠로 향하는 허드슨베이 노선은  위니펙에서 주 3회(화, 목, 일요일) 출발하고, 총 40시간이 걸린다.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겨울 시즌에 30일 중 12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캐나다 비아레일의 캔레일 패스를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처칠로의 오로라 여행을 할 수 있다.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겨울에 처칠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방한장비는 필수다. 강한 바람과 추위를 막을 수 있는 고어텍스 잠바와 바지를 준비하는 것이 좋고, 장갑도 두께가 다른 2개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처칠에서 오로라를 촬영할 예정이라면 삼각대는 필수다. 10초 이상의 장노출이 필요하고 극한의 온도에서는 배터리가 빨리 소진되므로 여분의 배터리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추천숙소는 ‘The Bluesky’ 로, 환상적인 아침식사와 개썰매를 포함한 처칠의 유일한 B&B(Bed & Breakfast)다. 2인 1실 120불. www.blueskymu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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