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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와 떠나는 우리나라 기차여행 ② 옥천 자전거 열차-시인의 마을로 떠난 자전거 여행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0.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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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불구불 이어진 금강을 따라 질주를 즐기는 라이더들. 봄을 맞아 만개한 비포장 벚꽃길이 더욱 운치가 있다 2 옥천이 고향인 정지용 시인의‘향수’는 마을의 상징과도 같다 3 실개천 돌다리를 조심스레 건너는 아이들. 도시화의 변방에 있는 옥천은 아직까지 정겨운 풍경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4 서울역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에코 레일. 자전거를 거치하는 별도의 칸이 구비되어 있다




트래비와 떠나는 우리나라 기차여행 ② 옥천 자전거 열차
시인의 마을로 떠난 자전거 여행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온몸이 고단한 자전거여행이 비즈니스클래스를 타고 초호화 리조트에서 머무는 ‘비싼 여행’에 비해 부족할 것은 없다. 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이며 페달을 두 발로 힘주어 밟으며 가는 길에서 자전거 여행자들은 안락하고 편안한 여행에서 누릴 수 없는 자유를 누린다. 그들은 꽃길, 강변길, 비포장 언덕길, 예쁜 마을길 등을 지날 때 일종의 ‘치유’를 경험한다고 한다. 이 모든 때묻지 않은 길을 간직한 ‘옥천’ 같은 곳에서 말이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코레일관광개발 www.korailtravel.com 1544-7755

쳇바퀴 일상에서의 아날로그적 탈출

속도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자전거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가벼운 산책을 목적으로 하는 ‘생활 자전거’ 인구도 많지만 500만~1,000만원을 호가하는 자전거를 구매해 전국의 이름난 라이딩 코스를 섭렵하는 마니아도 적지 않다. 마니아들은 대부분 인터넷 동호회를 바탕으로 활동하며 연령대는 20대에서 60대까지 매우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 기자가 지난 4월10일 최초로 개통된 서울-옥천 에코레일 열차에 탑승했을 때 함께한 라이더만 210명. ‘생활 자전거인’도 못 되는 본 기자는 일종의 문화충격을 경험했다. 그러니까 꿀벅지를 자랑하는 라이더들이 한 열차를 가득 채운 풍경이 여간 낯설지 않았던 것이다.

자전거 여행은 연료도, 소음도 없이 사람과 기계가 한몸이 되는 아날로그적 여행법이다. 허나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지방의 유명한 라이딩 코스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자전거를 자동차에 매달고 수백 킬로미터 매연을 뿜으며 가야 하기에 ‘친환경’이라는 말은 수식어에 불과할 때가 많다. 이에 주요 지자체에서는 기차역에서부터 바로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에코레일(Eco Rail)을 유치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차와 자전거가 결합된 여행은 ‘찰떡궁합’이라 할 만하다.  


1 유유히 흐르는 강, 완만한 산세, 아스라히 핀 봄꽃의 어우러짐은 라이더들에게 로망이다 2 둔주봉 팔각정에서 내려다본 풍경. 한반도 지형을 좌우로 180도 뒤집어 놓은 듯하다 3 소박한 옥천역은 붐비지 않는다. 아직까지 관광지로서 매력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까닭이다

초중급자는 금강, 수준급은 대청호로 고! 고!

여객 4량, 자전거 거치용 2량으로 구성된 무궁화호는 서울역을 출발해 2시간20분 만에 옥천역에 닿았다. 남한의 정중앙에 위치한 옥천은 금강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 대청호가 유유히 흐르고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의 중간에 위치해 물과 산의 고장으로 불린다. 화려하지도 압도적이지도 않지만 물과 산이 어우러진 풍경은 넉넉하고 포근하기 그지없다. 옥천이 자전거 여행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이유도 바로 ‘소박한 자연의 어우러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둔주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한반도 지형의 풍광은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 다녀올 만한 옥천의 랜드마크다. 

에코레일 열차 이용객의 상당수는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지만 개별적으로 자전거 여행에 동참한 사람도 많았다. 기본적으로 수준에 따라 두 개의 추천 코스가 있는데 굳이 이 코스를 따르지 않고, ‘나만의 동선’을 짜서 움직여도 된다. 옥천역을 출발해 금강휴게소, 원당교, 장계 국민관광지 등을 거치는 56km 가량의 금강 코스는 초·중급자에게, 옥천역을 출발해 장계 국민관광지, 안내초등학교 용촌분교, 화남면사무소, 이지당 등을 통과하는 대청호 코스는 82km로 오르막길이 많아 수준급 라이더에게 적합하다. 

옥천을 수차례 답사하며 주도적으로 자전거 코스를 개발한  MTB 전문가 홍병희 씨는 “옥천은 라이딩 코스로서 남녀노소 도전해 볼 만하지만 단순히 무난하다는 것 이상의 감동이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미 자전거 여행지로 자리잡은 정선, 곡성에 뒤질 것이 없다는 게 옥천이라는 설명이다.



4 피라미(혹은 은어)로 만든 옥천 토종음식 도리뱅뱅이는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5 모단스쿨에서는 다양한 체험스쿨이 진행된다. 모녀가 직접 붓을 들고 천가방을 장식하고 있다 6 멋진 신세계는 문화마을 옥천의 새로운 관광 아이콘이다

지용의 시혼(詩魂)이 숨쉬는 마을

옥천에서 시인 정지용을 빼놓으면 할 이야기가 절반은 줄어들 것이다. 옥천역 입구에는 정지용 시비가 놓여 있고, 여행객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옥천색소폰동호회에서는 가요 ‘향수’를 연주하고 있으며, 마을 곳곳에는 ‘향수’를 간판으로 내걸고 있다. 정지용 생가와 함께 지용의 시를 추모하고 문학정신을 계승하는 ‘멋진 신세계(구 장계 관광지)’는 옥천의 관광 아이콘이다. 

멋진 신세계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최근 시문학을 테마로 한 공원으로 거듭났는데 이곳에는 테마파크를 비롯해 정지용의 문학을 주제로 한 예술가들의 각종 전시물과 북카페, 갤러리, 문화 체험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문화 체험관 ‘모단스쿨’은 초등학교 교실 같은 공간에서 나만의 아트북, 친환경 천가방, 메모판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방문객들을 잠시나마 순수에 젖게 만들어 준다. 산과 호수에 둘러싸인 청정마을에 도시적인 디자인의 조형물과 각종 전시장이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가 어찌 보면 극단적인 부조화를 이루는 것도 같고, 어찌 보면 이색적이고 포스트모던한 공간으로 보이기도 한다.

옥천에 왔다면 지역 음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 옥천의 명물은 맑은 물에서 잡은 올갱이, 피라미, 은어, 쏘가리 등을 재료로 한 요리가 유명하다. 특히 자그마한 피라미를 프라이팬에 돌려 고추장 양념과 함께 익힌 ‘도리뱅뱅이’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Eco Rail MTB 자전거 열차

코레일관광개발은 기차와 자전거를 결합한 ‘에코레일-MTB 자전거 열차’ 당일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무궁화호 특별편이 전라남도 곡성, 강원도 정선, 충청남도 보령, 강원도 영월을 한 차례씩 연결한다. MTB 전문가가 추천 코스로 자전거 여행자들을 안내하며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내리는 과정도 도와준다. 

상품가격: 4만2,000원부터(중식, 석식 불포함)
시간: 서울역 8시30분경 출발, 서울역 오후 9시경 도착.
        상품에 따라 영등포, 수원역 등에서도 탑승 가능
문의: www.korailtravel.co.kr 1544-7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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