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의 부산 낯설게 보기 “누가 부산을 바다라 말하는가”
두 여자의 부산 낯설게 보기 “누가 부산을 바다라 말하는가”
  • 트래비
  • 승인 2011.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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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의 부산 낯설게 보기
“누가 부산을 바다라 말하는가”

“부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나열하시오.” 
이 질문에 ‘부산은 바다’라는 문장을 우물쭈물 내뱉는다면 당신은 아직까지 부산 ‘왕초보’다. 해운대, 광안리를 넘어 부산국제영화제나 자갈치 아지매, 국제 시장 등까지 떠올린다면 당신을 부산 ‘중수’로 인정한다.
여기 부산 ‘고수’를 자처하는 여자 2명이 있다. 한 명은 오감을 자극하는 부산 여행을 13가지 코드로 풀어낸 <부산 온 더 로드>의 서진영 작가. 또 다른 한 명은 부산에서 5년 가까이 살며 부산 곳곳을 누빈 기자 본인이다. 서 작가는 많고 많은 도시 중에서 왜 부산을 쓰기 시작했는지를 조곤조곤 풀어냈고, 기자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 부산을 되짚었다. 또한 <트래비> 독자들을 위한 공모전도 마련해 두었다. 부산을 향한 사랑, 어디 한번 뽐내 볼까예.   


1 광안리 모래사장 위에 놓인 누군가의 빨간 구두와 빨간 가방. 호기심을 자극하는 바다. 나는 바다가 좋다 2 수정동 산복도로는 일종의 문화충격이었다. 산복도로 굽이굽이 마음씨 예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부산 고수 <부산 온 더 로드> 서진영 작가가 말하는 ‘부산’
부산 ‘산책자(플라뇌르)’의 변명
 
글 서진영 작가  사진 시드페이퍼 

살고 있는 동네 또는 도시 가까운 곳이 아닌 이상 한 지역을 여러 번 반복해서 찾아가는 일은 드물기 마련이다. 매번 새로운 자극을 기대하게 되는 여행길이라면 더더욱. 그럼에도 참 부지런히 드나든 곳, 부산. 하물며 나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도 아니고 현재 부산 땅에 사는 이도 아니다. 그런데 왜? 내 대답은 늘 “그래서”이다. 어느 곳이건 그 지역 출신이거나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이 이방인의 눈에는 달리 보일 때가 있다. 이따금씩 바다 구경하러 갔던 부산이지만 깡통시장 취재에 이어 구도심인 광복동의 문화공간을 소개하는 홍보물 제작으로 다시 찾은 부산은 이전의 느낌과 사뭇 달랐다. 다른 것이 하나, 둘 늘어날 때마다 말로 다 이야기하지 못해 어찌나 아쉽던지. 그래서 그 부산스러웠던 여정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부산 온 더 로드>의 시작.
이번 여행에서는 이미 알려진 부산의 관광지를 찾기보다 입에서 단내가 나는 줄도 모르고 무모하리만큼 걷고 또 걸었다. 시작은 있지만 그 끝은 알 수 없는, 하지만 언제든 끝낼 수 있는 것이 여행길이 아닐까.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걷다 보니 종일을 걷게 된 여행의 날들. 여행자가 부릴 수 있는 오기에 객기가 더해진다. 

<부산 온 더 로드>는 걸으면서 느낀 부산 그대로의 기록이다. 보들레르가 말한 플라뇌르flaneur다채로운 풍경에서 자신만의 즐거움을 맛보는 방관자이자 관찰자를 지칭하며 보통 산책자로 풀이됨 가 되어 급할 것 하나 없이 물 흐르는 대로 감상하고 그 모습에 취해 기록했다. 애초에 부산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소개할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기에 날것 그대로,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언제나 ‘핫hot’한 부산. 재밌는 것은 나의 부산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운 이들 대부분이 부산 사람이란 거다. “부산에 그런 게 있어?” 하는 놀라움과 “그래, 맞아, 그곳” 하는 새삼스러움 그리고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새로움까지. 그렇게 이야기를 하나 둘 풀어놓는 동안 나는 참 ‘부산스러운’ 여행자가 되어 갔다. <부산 온 더 로드>는 그 ‘부산스러움’을 부지런히 조잘댄 덕분이다.



서진영 작가의 부산, 그 기억의 조각들

# 바다 그리고 또 바다  
언제 가도 늘 그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반겨주는 바다가 있어 얼마나 든든한지, 굳이 발을 담그지 않아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바다, 바다는 부산에서 가장 ‘믿을 만한 구석’이다, 이 밖에 모래사장 위를 수놓는 색색의 파라솔과 밤하늘에 빛나는 야경,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오는 편백나무숲 등 의외의 공간들.

# 이제는 빛바랜 흔적들
1940년대에 지어진 부산 최초의 아파트인 청풍장과 소화장,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으로 사용된 건물에 문을 연 부산근대역사관, 100여 년 전 호주 선교사들이 세운 부산진일신여학교, 피란민들이 헤어진 가족을 애타게 기다렸던 영도다리, 부산 특유의 마운틴라인을 형성한 산복도로.
# 볼수록 매력적인 ‘뜨거운’ 부산
스타일에 환경까지 생각하는 자연주의 빈티지 숍 재동씨, 자꾸만 눈길이 가는 철제 와이어 소품매장 호메오, 완전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브런치 카페 PS GREEN, 진정 놀 줄 아는 청춘들이 모인다는 애프터파티클럽 에녹맨션. 부산의 제과제빵 브랜드 OPS. 

# 이글거리는 태양을 닮은 열기
사직구장을 물들이는 주황색 비닐봉투와 “마!” 단 한 단어로 모든 것을 제압하는 부산의 야구 열기, 카약, 요트 등 부산의 바다를 온몸으로 마주하는 레저스포츠. 


부산 고수 <트래비> 구명주 기자가 본 <부산 온 더 로드>  
꿈에도 생생한 ‘그곳’을 책에서 만나다
  

글  구명주 기자   사진  시드페이퍼 


누구나 가슴으로 그리는 곳을 하나쯤은 품고 산다. 내게 부산은 ‘꿈엔들 잊힐래야 잊힐 수 없는’ 아련한 공간이다. 부산 사람으로 살았던 시간은 5년 남짓하지만, 아직도 나는 ‘부산 사람’이라 자부한다. 부산을 고향으로 둔 사람보다 부산을 사랑하고 싶었고 짧은 시간 동안 부산 구석구석을 분주하게 뛰어 다녔다. 그런 ‘나의 부산’을 누군가가 글로 쓴다고 했을 때 “얼마나 부산을 알 수 있겠어?”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진영 작가의 시선에 따라 부산을 읽으면서 내가 잘 알던 부산이 낯설게 느껴졌다. 지레 짐작했던 ‘뻔한’ 부산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알맹이를 빼고 부산의 명소를 나열한 설명서도 자신의 감상에 젖어 제 얘기만 주욱 늘어놓는 에세이도 아니었다. 서진영 작가는 관찰자적인 시점과 전지적 작가 시점 사이에서 묘한 줄타기를 했다. 부산 사람들과 호흡하며 느낀 그녀만의 부산이 <부산 온 더 로드>에 묻어났다. 작가의 시선은 해운대 모래 더미 위에서 작은 손으로 꼼지락거리며 저만의 작품을 만드는 아이에 머물렀고, 오륙도 해녀 할머니의 고운 뒤꽁무니를 따라가기도 했다. 가파른 산 등성이를 따라 다닥다닥 집들이 붙어 있는 어느 산복도로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가꾼 텃밭과 인심 후한 바구니를 포착한다. 

무엇보다 부산을 치유의 공간으로, 또 문화가 숨쉬는 곳으로 엮은 그녀의 솜씨가 맛깔스럽다. 낙동강의 끝자락이 바다와 맞닿은 몰운대 성당, 치료비를 받지 않는 마음 착한 알로이시오 기념 병원 등에서 그녀는 마음의 생채기를 치유한다고 했다. 또한 부산 사람들은 서울에 비춰 “부산은 문화의 불모지”라 말했지만 저자는 부산의 깨알같은 갤러리와 소규모 영화관을 발굴해 소개했다. 이제는 너무 잘 알려진 인문학 서점인 인디고 서원부터 해운대 구석을 노랗게 물들인 바나나롱갤러리, 예술감성이 충만한 오픈스페이스 배와 문화공간 반디 등까지. 부산을 재발견하는 순간이었다. 

부산을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사람이든 익숙하게 넘나드는 사람이든 결국 부산 하면 ‘바다’를 떠올린다. 다양한 주제로 부산을 이리저리 비틀어 보는 저자와 나에게도 부산은 바다로 기억될 것이다. 서진영 작가는 부산 바다 앞에 ‘굳이 발을 담그지 않아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이라는 수식을 붙였다. 집 베란다에 서면 해운대가 내려다보인다는 친구는 바다를 일상의 장식품으로 여겼지만 나는 바다에 항상 육감적으로 반응했다. 서울에 뿌리 내리고 살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내 귀에는 파도의 철썩이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리고 코 끝에는 바닷물의 찐한 내음이 감돈다. 부산을 향한 그리운 마음 감출 길 없어 한동안은 <부산 온 더 로드> 책을 펴고 간접 여행을 떠날 것 같다. 


1 카약을 타는 사람들. 영차 영차 힘을 내본다 2 서진영 작가는 부산 여행 중 입에서 단내가 나는 줄도 모르고 걸었다고 말했다. 걷고 걸으며 담은 부산스런 부산여행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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