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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女女 규슈에서 ‘힐링’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2.11.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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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로 떠난 독자 장혜진 + 박현진
26살 동갑내기 친구인 혜진(법학전문대학원 재학 중)씨와 현진(통번역대학원 재학 중)씨는 스스로를 ‘일본 여행 마니아’라고 했다. 그동안 수차례 일본을 여행했음에도 정작 규슈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사카·고베 등 간사이 지방을 여행했을 땐 기본 ‘5끼’를 챙겨 먹었단다. 그들의 다이어트를 포기하게 한 건 순전히 ‘디저트’란 녀석 때문이었다. 규슈 여행 중에도 두 사람은 과자, 빵, 아이스크림 등을 만날 때마다 “꺄” 하고 소리부터 질렀다.

★혜진’s Choice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
 “도도한 카피바라, 보고 싶을 거야!” 
★현진’s Choice
우레시노 온천
“료칸 노천탕에서 몸을 풀던 그 순간….”

청춘女女  규슈에서 ‘힐링’   

“여기도 힐링, 저기도 힐링.”
규슈에서 독자 두 명이 ‘힐링 타령’을 불렀다.
먹고 걷고 쉬다 보니 어깨춤이 저절로 더덩실.

  구명주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똑똑한 여행 ‘규슈편’
혜진씨와 현진씨는 3박4일간 나가사키현, 사가현, 후쿠오카현 세 곳을 돌았다. 항공권(티웨이항공), 호텔, ‘JR북큐슈레일패스 3일권’은 모두 여행박사를 통해 예약했다.
이번 여행은 규슈관광추진기구, 로하스규슈, 국토교통성 규슈운수국,Japan. Endless Discovery의 초청으로 진행됐다. www.welcomekyushu.or.kr


●Nagasaki 나가사키
에키벤 그리고 디저트 별천지
    
우리는 지금 몇시를 살고 있을까. 한때 인생시계가 화제를 모았다. 이 시계는 인간의 수명을 80세로 가정하고, 80년을 24시간으로 환산한다. 1년을 시간으로 계산하면 18분. 규슈 여행길에 오른 혜진씨와 현진씨의 삶은 오전 7시48분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하루를 시작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대학원에서 각각 법과 번역을 공부 중인 두 사람은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입국 수속을 기다리며 학교 수업과 과제를 걱정하던 두 사람은, “규슈가 모든 걸 잊게 해 줄 거야!” 하고 소리쳤다. 


하카타역에서 탑승한 카모메. 일본어로 ‘갈매기’를 뜻하는 카모메 열차는 날쌔다

갈매기를 타고 나가사키로
공항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하카타역에 도착한 두 사람, 나가사키행 기차인 카모메에 올랐다. 갈매기의 부리처럼 매끈한 ‘카모메’에 오르자마자 그들은 기차역에서 사 두었던 에키벤을 허겁지겁 풀었다. 한참을 달리던 기차가 나가사키역에서 멈췄다. 역에서 걸어 나오자 어디서 본 듯한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산복도로를 따라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부산역 앞 풍경이 겹쳤던 것이다. 실핏줄이 온몸에 퍼진 것처럼 나가사키의 땅 위에는 철로가 촘촘하게 박혀 있다. 그 위로 노면전차가 힘차게 굴러갔다. 웬만한 관광지는 모두 노면전차로 이동할 수 있기에 500엔짜리 1일권을 샀다. 1일권 한 장이면 하루 동안 무한대로 전차를 탈 수 있다.

travie info
후쿠오카공항에서 하카타역까지 한번에 과거 후쿠오카공항에서 하카타역까지 가려면 공항 셔틀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야 했다. 두 번이나 갈아타야 했으니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자유여행자를 위한 희소식이 있다. 올해 5월부터 하카타역으로 가는 직행버스가 생긴 것. 국제선 출구와 가까운 곳에 터미널이 있다. 하카타역에서는 나가사키현, 사가현 등 규슈 전역으로 이동 가능한 교통편이 기다린다.
탑승장소 후쿠오카공항 국제선 4번 터미널  요금 250엔 


귀여운 카스텔라 모양의 건물 속으로 쏙 / 글로버공원 내 연못에는 팔딱팔딱 물고기가 뛰논다


“촉촉한 카스텔라 주세요!” 

16세기부터 포르투갈, 스페인 등 외국의 선박이 오갔을 정도로 나가사키는 개항의 선두주자였다. 외래 문화를 빨리 흡수한 이곳엔 두 사람의 혼을 쏙 빼놓은 요물이 있었으니… 보드랍고 촉촉하며 혀끝을 달콤하게 적시는 그것은 바로 카스텔라! 나가사키 하면 ‘짬뽕’부터 생각하기 마련이나 카스텔라도 짬뽕에 뒤질 수 없다. 이들이 글로버공원グラバ-園을 콕 집어 찾아간 것도 순전히 ‘카스텔라’ 때문이었다. 

노면전차를 타고 도착한 오우라텐슈도시타역에서 글로버공원까진 그리 멀지 않았다. 공원 쪽으로 뻗은 비탈진 오르막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상점이 늘어서 있었고, 그곳엔 치즈, 녹차 등 다양한 종류의 맛을 가미한 카스텔라가 그들을 기다렸다. 어찌나 카스텔라의 유혹이 강한지, 시식용으로 내놓은 카스텔라 한두 조각을 맛보다가 두 사람은 결국 카스텔라를 왕창 사고 말았다. 카스텔라의 본고장으로 포르투갈이 아니라 나가사키를 떠올릴 정도니, 나가사키는 원조를 뛰어넘었다. 맛은 말할 것도 없고, 포장에서도 일본의 독특한 장인 정신이 느껴졌다. 

카스텔라 시식을 즐기며 글로버공원을 오르면 항구도시 나가사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무역상인 토머스 블레이크 글로버의 저택과 함께 서양 건물이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공원에 서니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의 한 장면이 절로 떠올랐다. 미군 장교에게 모든 것을 건 게이샤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나카사키 일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혜진씨와 현진씨는 미츠비시 조선소 승무원이 머물렀던 제2 도크하우스 앞에서 휴식을 취했다.


나가사키의 길 위에는 노면전차가 실핏줄처럼 퍼져 있다


●Takeo Olle 다케오 올레
 ‘게으름’에 빠져 걷다

걷기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가 누구에겐 특별한 경험이 된다. 걷기의 감동을 혜진씨와 현진씨도 느끼고 싶었다. 반갑게도 나가사키와 가까운 JR다케오온천역에 ‘다케오 올레’가 있었다. 걷기 여행이 처음인 두 사람, 야심차게 ‘올레’ 도전에 나섰다.


다케오 올레에서 ‘간세’를 만났다

따뜻한 차 한잔과 스님의 덕담 

규슈 올레는 지난해 제주 올레를 수입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나선 길에서 제주 올레의 표식인 ‘간세’를 만났다. 제주도 방언인 간세는 ‘게으름’이란 뜻이다. 간세를 발견할 때마다 “괜찮아요. 더 느긋하게”라는 메시지를 받는 것 같아 긴장이 스르륵 풀렸다. 간세를 따라 걷다 보니 500년 전통의 키묘지 절에 닿았다. 절 기둥에는 손으로 또박또박 내려쓴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규슈 올레를 걸으시는 분들은 차 한잔 드시고 가세요.” 다케오 올레를 걷던 한국인 여행자가 써 준 것이라 했다. 조심스레 앉자마자 따뜻한 차가 나오고 주지스님까지 환대해 주신다. 법당으로 인도한 스님은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려 주었다. 스님 옆에 앉아 눈을 감고 심호흡을 내쉬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들리는 건 사그락거리는 나뭇잎 소리가 전부였다.

녹나무에서 토토로 찾기   

다케오 올레의 주인공은 뭐니 뭐니 해도 3,000년 넘은 녹나무다. 녹나무를 본 두 사람은 “토토로 어디 있니?”라고 장난을 건네며 나무 구경에 나섰다. 가장 인상적인 녹나무는 다케오노오쿠스와 쓰카사키노오쿠스였다. 다케오노오쿠스의 왼쪽에는 삼나무 숲, 오른쪽에는 대나무 숲이 조성돼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마디로 그곳은 ‘치유의 숲’이었다. 접근이 통제돼 있는 다케오노오쿠스와 달리 쓰카사키노오쿠스는 직접 만질 수 있었다. 나무의 일부는 낙뢰 때문에 없어진 상태. 두 사람은 직접 텅 빈 나무 기둥으로 들어가 신령한 기운을 받았다.  

종착점은 마을의 상징인 다케오 로몬. 로몬 뒤로 형성된 대중목욕탕은 걷느라 지친 여행자를 위한 쉼터 역할을 했다. 입욕료는 400엔으로 비싸지 않았지만 우레시노 온천을 생각하며 온천은 보류했다. 대신 로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관광안내소에서 차를 한잔 마시기로 했다. 안내소 직원이 건넨 ‘차’는 마을에서 재배하는 레몬 글라스로 만든 것이라 했다. 은은하고 살짝 새콤한 향이 코끝으로 파고들자 피로가 녹아내렸다.

로컬푸드로 입이 즐거워 

일본은 도시락 하나를 만들 때도 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사용할 정도로 ‘로컬푸드local food’를 중시한다. 다케오 올레에도 현지의 신선한 재료를 이용한 음식이 있었다. 심지어 햄버거도 다케오 올레에선 ‘정크 푸드’가 아니라 ‘웰빙 푸드’다. 마을 초입에 자리한 ‘다케오 올레 버거’ 이야기다. 가게가 생긴 지 2년 남짓이지만 벌써 ‘올레 명물’이 됐다. 가게 이름은 ‘TKB Awards’로 페이스북도 운영 중이었다. 심지어 햄버거를 든 혜진씨와 현진씨의 사진도 가게 페이스북에 실시간으로 올라갔다. 하루 만에 달린 ‘좋아요’ 개수는 100개! 현진씨도 TKB Awards의 페이스북을 찾아가 리플을 달며 즐거워했다. 

햄버거에 이어 두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은 스파게티. 두 사람은 미리 입소문을 들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소스Source’에서 런치 세트를 먹기로 했다. 걷느라 허기진 배를 쫀득한 치아바타와 따뜻한 스프가 보듬어 주었다. 뒤이어 무화과 소스가 일품인 샐러드와 본 요리인 스파게티가 나란히 나왔다. 혜진씨와 현진씨가 주문한 1,050엔짜리 런치 세트는 두 가지 종류로, 하나는 꽁치가 곁들여진 독특한 스파게티, 또 다른 하나는 버섯이 송송 들어간 크림 스파게티였다. 직접 걸으며 마을의 속살까지 훔쳐본지라, 마을 주민이 재배한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 맛은 더 각별했다. 
햄버거 가게 ‘TKB Awards’ +080-3958-3411  이탈리안 레스토랑 ‘소스’ +0954-23-6788



▶travie info 

규슈 올레? 갈래! 
제주도와 규슈는 닮은 점이 많다.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하며, 군데군데 화산을 품고 있다. 게다가 두 지역에 모두 올레가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제주도가 먼저 만든 올레를 규슈가 벤치마킹했다. 1차로 조성된 올레 코스는 총 4개. 혜진씨와 현진씨가 걸은 사가현 다케오 올레와 함께 가고시마현 이브스키 올레, 구마모토현 아마쿠사 올레, 오이타현 오쿠분고 올레가 그것. 4개의 올레 중 가장 접근성이 좋은 올레가 바로 다케오 올레다. 

다케오 올레 course
JR다케오온천역→다케오가와→시라이와 운동공원→키묘지 절→이케노우치 호수 입구→펜션피크닉 앞 A·B코스 갈림길→A코스 산악유보도→A코스 정상→A·B코스 합류점→B코스 257개의 계단→B코스 전망대→A·B코스 합류점→시라이와 운동장→다케오시 문화회관→다케오신사 큰 녹나무→츠카사키 녹나무→다케오 시청 앞→나가사키 가도→다케오 온천 관광안내소→사쿠라야마공원 입구→다케오온천 누문




3,000년 넘은 녹나무에선 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 키묘지 절의 주지스님과 혜진씨


●Ureshino Onsen  우레시노 온천  
료칸에 머무니 좋지 아니한가
 

전쟁에서 다친 병사들이 우레시노 온천에 몸을 담갔더니 병이 치유됐다. 이를 본 황후가 내뱉은 한마디, “우레시이嬉しい ·기쁘다”. ‘우레시이’한 우레시노 온천 마을의 중심부에는 우레시노강이 흐르고 강을 따라 특색있는 료칸들이 들어서 있다. 여러 료칸 중에서도 ‘와라쿠엔和樂園 료칸’을 택했다.  


마을 사람과 한데 어울릴 수 있는 시볼트 족욕탕. 발이 뜨끈뜨끈 하니 온몸이 개운하다

유카타를 입고 총총총 

와라쿠엔 료칸에선 무료로 유카타를 빌릴 수 있다. 료칸에 도착한 혜진씨와 현진씨는 방을 배정받은 후 유카타 고르기에 나섰다. 객실 서랍장에도 유카타가 마련돼 있었지만 로비에 마련된 유카타가 훨씬 독특하고 색이 고왔다. 유카타는 몸을 감싸는 옷감과 옷을 고정하는 ‘끈’ 그리고 장식 리본인 ‘오비’가 한 세트를 이룬다. 혜진씨는 보라색 유카타와 빨간 오비를 골랐고 현진씨는 빨간색 유카타와 노란색 오비를 골랐다. 옷을 고르긴 했으나 막상 입으려니 쉽지 않았다. 허둥지둥하던 두 사람은 결국 료칸 직원의 힘을 빌렸다. 몇분 뒤 두 떨기의 화사한 꽃이 피었다. 높게 묶은 머리칼이 유카타와 잘 어울렸다. 유카타를 차려입고 서둘러 방을 나섰다. 신발은 당연히 유카타와 어울리는 게타를 신었다. 유카타로 몸을 감싸고 게타를 신자 걷기가 쉽지 않았다. 발을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또각또각 발소리가 조용한 료칸을 울렸다. 

5년은 젊어진다는 ‘온천’ 속으로 풍덩 

유카타는 목욕 후 몸을 닦는 수건이라는 뜻의 ‘유카타비라’에서 유래했다. 천황을 비롯해 귀족 일가가 목욕 후 입는 옷을 ‘유카타’라 불렀다고 한다. 료칸에서 유카타를 입으니 노천탕 생각이 절로 났다. 더구나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5년은 젊어진다’는 우레시노 온천이 아닌가. 료칸 온천은 횟수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기에 두 사람은 밤에 한번, 아침에 한번 온천을 즐겼다. 노천탕에 들어가자 뜨끈뜨끈한 사케 한잔을 걸친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졌다. 몸은 뜨겁게 달궈졌지만 코끝에는 우레시노 마을의 차가운 공기가 부딪쳤다. 탕 안에는 샴푸, 세안제 등이 갖춰져 있어 번거롭게 샤워 용품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나뭇잎이 그려진 녹차 미스트는 보습효과가 좋아 혜진씨와 현진씨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그러나 우레시노에 가서 료칸 온천만 즐긴다면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마을 곳곳엔 무료 족욕탕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은 시볼트 족욕탕이다. 간식과 기념품을 파는 작은 상점이 밀집한 사이로 족욕탕이 형성돼 있다. 두 사람도 노천탕에 들어가기 전 일찌감치 족욕을 즐겼다. 또한 시볼트 족욕탕에서 도보로 5~10가량 쭉 걸어가면, 수증기로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아시무시유 족욕탕도 자리하고 있다. 온천물이 아니라 수증기가 나오는데, 발만 넣어도 찜질방에 들어간 것처럼 온몸에 열이 확 오른다. 시볼트 족욕탕 근처에는 마을의 대표 명소인 ‘시볼트 온천’이 있다. 붉은빛이 감도는 지붕이 뾰족하게 솟아 있는지라, 유럽의 건물을 연상케 한다.

료칸의 품격, 가이세키 요리    

료칸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가이세키 요리가 기다리기 때문이다. 저녁은 물론이고 조식까지 가이세키 요리로 즐길 수 있다. 미리 예약해 둔 식사 시간에 맞춰 식당에 내려가니 이미 한 상 가득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신선한 몇 점의 회, 브로콜리·가리비·감자 등이 치즈와 뒤엉킨 그라탱, 채소와 고기로 튀긴 고로케, 보드라운 계란찜 등…. 수많은 음식 중 혜진씨와 현진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직접 구워 먹는 쇠고기였다. 쇠고기 구이맛에 혹하고, 면이 들어간 샤부샤부의 진한 맛에 반할 무렵, 밥과 국이 별도로 나왔다. 온천수로 만든 순두부 요리는 우레시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비밀 병기다. 여기서 시시하게 끝나면 가이세키 요리가 아니다. 따뜻한 차와 부드러운 녹차 푸딩이 식사의 끝을 장식했다.
우레시노 와라쿠엔 료칸 0954-43-3181 www.warakuen.co.j


우레시노 온천 마을의 와라쿠엔 료칸에선 시간도 길을 잃는다

편안한 료칸, 저녁 무렵이 되자 료칸 직원이 직접 이부자리를 깔아 줬다


●Fukuoka 후쿠오카
 새로운 여행을 시도하다
    

후쿠오카는 여행하기에 여러모로 편하다. 일단 공항과 가깝고, 100엔 버스를 타면 주요 관광지를 손쉽게 누빌 수 있다. 사람들은 또 얼마나 친절한가. 그러나 너무 편리하고 친근한 나머지 때론 후쿠오카가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이번 여행에선 변화구를 던지기로 했다.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 내 ‘동물의 숲’은 개방형 동물원을 지향한다

후쿠오카 야경을 훔쳐보다 

최대 번화가인 텐진은 한국으로 치면 명동이나 강남역 주변을 연상케 한다. 세련된 실내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지하상가는 한마디로 촘촘한 미로통로다. 재미난 상점이 숨어 있을 뿐더러 지하상가와 텐진의 유명한 백화점이며 쇼핑몰이 기다란 일자 길을 따라 얼키설키 그물망을 그렸다. 지하상가만 잘 따라가면 미츠코시 백화점, 다이마루 백화점, 후쿠오카 파르코, 다이에숏파즈 등 다채로운 유명 건물을 만날 수 있다. 

두 사람의 못 말리는 디저트 사냥은 텐진에서도 이어졌다. 저녁 식사를 거르면서까지 디저트로 배를 불린 혜진씨와 현진씨는 후쿠오카 오픈 톱 버스Fukuoka Open Top Bus를 타기로 했다. 올해 3월24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이 버스는 아직까지 한국인에겐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탑승 장소는 텐진 중심부에 있는 후쿠오카 시청. 시청 1층엔 오픈 톱 버스를 안내하는 센터가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위가 뻥 뚫린 버스는 약 70분간 후쿠오카 시내를 쌩쌩 달린다. 야경 드라이브의 절정은 후쿠오카 타워와 힐튼호텔 시호크를 지날 때다. 힐튼호텔 시호크의 옥상은 ‘거대한 배’ 모양으로 항구도시 후쿠오카의 야경과 잘 어울렸다.

동물의 숲으로 돌진  

후쿠오카 관광 1번지는 후쿠오카 타워를 볼 수 있는 시사이드 모모치 해변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모모치 해변이 전형적인 관광지인 반면,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은 후쿠오카 시민이 주로 찾는 명소다. 현지인이 사랑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 해변공원은 바다 한가운데 형성된 일종의 테마파크라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도 지루하지 않다. 푸른빛의 하카타만이 넘실대는 그곳에는 화려한 색깔의 대관람차가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돌았고 각종 놀이기구, 아쿠아리움, 꽃밭 등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두 사람이 우미노나카미치에서 열광한 장소는 ‘동물의 숲’이었다. 혜진씨와 현진씨는 무릎 위에 기니피그를 올려놓고 쓰다듬었고 도도한 캐피바라와 함께 셀프 카메라를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캥거루, 검은머리다람쥐원숭이, 플라밍고 등 이곳에는 약 50종 500여 마리의 동물이 살고 있었다. 동물의 숲은 ‘개방형 동물원’을 추구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무작정 동물을 가둬 두는 일반 동물원과 달리 동물을 배려한 설치물들이 돋보였다.

숙녀의 품격 ‘루이간즈’에서 

동물들과의 행복한 시간도 잠시, 또다시 배꼽시계가 작동했다. 품격있는 코스 요리를 선사한다는 루이간즈호텔을 찾아갔다. 루이간즈호텔은 JR우미노나카미치역에서 불과 5분 거리로 접근성이 좋았다. 혜진씨와 현진씨는 2,500엔짜리 점심 코스를 주문했다.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셰프가 바로 앞에서 요리를 만들어 주는지라 들인 돈이 아깝지 않다. 더구나 코스 요리다 보니 회가 곁들여진 샐러드를 시작으로 연이어 음식이 따라 나왔다. 셰프가 직접 구운 야채 구이를 시식하며 혜진씨는 스테이크를, 현진씨는 생선요리를 주문했다. 식사를 끝내고 돌아본 루이간즈호텔은 호텔 전체가 유원지와 같았다. 하카타만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고 잔디밭은 결이 하나하나 살아 있을 정도로 관리가 잘 돼 있다. 바다를 배경 삼아 잔디밭 위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후쿠오카 루이간즈 호텔The Luigans www.luigans.com 092-603-2525


루이간즈호텔은 료칸과는 또다른 현대적인 휴식을 선물한다
 

▶travie info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
해변공원은 생각보다 크다. 튼실한 두 다리만 믿었다간 구경이 끝나기도 전에 지칠 수 있다. 400엔이면 빌릴 수 있는 자전거나 주요 관광지 앞을 순회하는 ‘파크 트레인’을 이용하자. 파크 트레인 1회 탑승권은 300엔, 무한대로 탑승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은 500엔.
문의 092-603-1111  www.uminaka.go.jp  입장료 어른 기준 400엔


텐진 지하상가는 쇼핑의 메카다 /후쿠오카의 밤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왁자지껄 밤을 즐기는 현지인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Travel to Kyushu


1 일본 여행의 최고봉은 료칸 체험이다. 여행박사는 일본 료칸 여행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컨설팅 해준다 2 후쿠오카 공항 출국장 앞에서 와이파이 기기를 대여하자.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이 빵빵하게 터져 길을 찾거나 맛집을 검색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3 후쿠오카 시내를 누비는 ‘후쿠오카 오픈 톱 버스’

▶Travel Agency  듬직한 여행 컨설턴트
여행박사는 이름 그대로 일본의 구석구석을 잘 아는 ‘박사’가 모인 회사다. 직접 현지 답사를 다녀온 베테랑 직원이 ‘하나를 물으면 열을 알려주기’로 유명하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상품만 봐도 회사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초보 여행자의 눈높이에 맞춰 상세하게 설명을 달아두기 때문이다. 단, 일본 상품만 판다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초창기 ‘일본 전문’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지금은 ‘다 잘하는 여행사’를 꿈꾼다. 국내여행상품부터 중국, 동남아, 유럽, 미주 등지의 해외여행상품을 갖춰 골라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홈페이지 www.tourbaksa.com  서울 070-7017-2100  부산 070-7012-7000

▶Book 무게는 가볍고 내용은 듬직하다 <북큐슈>
자유여행의 천국이라는 일본이지만 가이드북 없이는 갑갑하다. 여행박사가 만든 책 <북큐슈>에는 여행사 직원이라 알 수 있는 고급 정보가 숨어 있다. 일단 규슈 전역이 아닌 ‘북부 규슈’에 집중해 얇은 편이다. 가벼워도 있을 건 다 있다. 일본의 5개 현(후쿠오카, 오이타, 구마모토, 나가사키, 사가)의 맛집, 호텔, 관광지 등을 엮었다. 또한 완벽하게 한글로 번역된 지도가 삽입돼 있어 현지에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신창연 외 3명│엘까미노│9,800원

▶WIFI 규슈에서 스마트폰 마음껏 쓰는 비밀
해외여행 중에는 항상 데이터 상사병을 앓기 마련이다. 요금 폭탄이 두려워 마음대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없고 와이파이 접속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후쿠오카 여행 중에는 자유자재로 휴대폰을 쓸 수 있다. 후쿠오카 공항 출국장 앞 휴대폰 대여숍에서 와이파이 기기를 빌리면 된다. 하루 이용료는 1,200엔이며 7일, 15일, 30일짜리 패키지 요금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혼자 내기엔 부담스러운 요금이나 기계 1대로 5명까지 이용 가능하므로 여러 명이 함께 여행한다면 이용해 볼 만하다.

▶Tour 가만히 앉아서 관광하는 후쿠오카 오픈 톱 버스Fukuoka Open Top Bus
한국으로 치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버스다. 인기 관광지만 모아 운행하므로 가만히 앉아서 편하게 관광할 수 있다. 후쿠오카 오픈 톱 버스는 크게 3개의 코스를 운영 중이다. 바다를 즐기고 싶다면 ‘시사이드모모치·후쿠오카 성터 코스’를 후쿠오카 중심부를 느껴 보고 싶다면 ‘베이사이드·하카타 도심 코스’를 추천한다. 밤에는 ‘야경코스’가 있으니 화려한 후쿠오카의 밤을 만끽할 수도 있다. 우천시에도 운행하며 우의도 제공해 준다. 기본적으로 버스 탑승 장소는 출발지인 후쿠오카 시청 앞이지만 버스가 지나는 다른 정류장에서도 탑승할 수 있다. 
요금 어른 1,500엔, 어린이 750엔  문의 092-734-4434 fukuokaopentopbus.jp

▶Airways 후쿠오카 가는 길       
한국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직항 노선은 인천과 부산에서 무려 7개나 있다. 인천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일본항공, 티웨이항공이 후쿠오카로 운항 중이며 부산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이 운항하고 있다. 항공편이 많아 시기만 잘 맞추면 저렴하고 편리하게 일본 여행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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