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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놀면 큰일 난다’는 강박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3.04.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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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짧아서 더 귀합니다.
어어어 머뭇거리다 조만간
떨어진 낙엽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대체휴일제 도입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대체휴일제를 도입하겠다고 한 데 이어 3월에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체휴일제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체휴일제는 주말과 공휴일이 겹치면 평일 하루를 대신 쉴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의 법정공휴일은 부활한 한글날까지 총 15일입니다. 올해의 경우 대체휴일제 도입을 전제로 따져 보면 주말과 겹치는 3일을 더 쉴 수 있게 됩니다. 주말과 연이은 3일 이상 연휴도 4번에서 5번으로 늘어납니다.

하지만 대체휴일제가 실제 도입될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사실 대체휴일제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9년부터 논의가 되기 시작했지만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고 특히,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논리에 번번이 가로막혔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외환위기의 강박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휴가를 입에 올리려면 ‘일은 안 하고 놀 궁리만 한다’는 눈총을 받아야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대통령의 휴가입니다. 대통령이 휴가를 가면 우리나라 언론은 한결같이 ‘휴가지에서는 하반기 국정운영 구상을 가다듬으며 주요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진행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는 식의 기사를 내보냅니다. 휴가 가는 김 대리에게 하반기 마케팅 계획을 가다듬고 영업 증진 방안을 모색하라고 숙제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대체휴일이 하루 늘면 경제 효과가 3조5,000억원이라는 연구 수치를 들이대거나 치사하게 일본은 어쩌고 미국은 저쩐다 비교하지 않겠습니다. 쉴 때는 충분히 쉬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오고 소비도 일어납니다. ‘힐링’이 대세입니다. 단순히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을 넘어 ‘행복’한 삶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커져 가고 있습니다. 자연에서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고 사람들은 ‘캠핑’에 환호하고 시골 오솔길을 걸으며 마음의 ‘평안’과 ‘치유’를 기대합니다. 마침, 유진룡 장관도 첫 기자간담회에서 ‘행복’을 강조하며 “이제는 국민들의 행복에 목표를 맞추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유 장관은 “(대체휴일제를) 재계에서 반대한다고 하는데, 놀면 안 된다는 생각부터가 잘못된 것”이라며 “새벽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해야 발전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반갑고 지당한 이야기입니다. 

며칠 전 친구가 페이스 북에 ‘봄에 꽃 구경 한번 못하는 인생만큼 불쌍한 건 없다’면서 ‘지난 내 20여 년이 참 불쌍했다’고 글을 남겼습니다. 꽃놀이 자체보다는 꽃을 꽃으로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없이 지냈다는 푸념입니다. ‘마음의 쉼표’는 생기는 것이 아니고 만드는 것입니다. 억지로라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세요. 교토가 아니면 어떻고 진해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뒷동산에, 골목골목에 봄이 가득 차고 있습니다. 트래비에도 꽃과 축제 이야기를 담뿍 담았습니다. 인도를 시작으로 부산과 영광까지 지구촌 곳곳의 풍경도 가득합니다. 어디로든 떠나고파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분들을 위해 4월에도 독자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2월 발리와 3월 캐나다에 이어 이번에 초대하는 여행지는 스위스입니다. 5월의 스위스는 탐이 날 만큼 찬란합니다. 행운의 여행에 도전해 보세요. 참, 트래비가 5월에 창간 8주년을 맞습니다. 더욱 풍성한 트래비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트래비> 편집국장 김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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