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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 그 평안한 떨림이 들리나요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4.05.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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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외국인 친구와 함께 연극을 봤다, 서울에서. 그녀가 할 줄 아는 한국말이라고는 ‘안녕’뿐이다. 그런 친구와 무슨 연극이냐고 의아해하겠지만 사실 그 연극은 ‘무언극無言劇’으로 특별한 대화 없이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가 전부였던 것. 이처럼 한국어를 전혀 몰라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따라 부르고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감상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예술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에서 서울에 국악콘서트 ‘평롱平弄: 그 평안한 떨림’이 탄생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도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 콘서트는 지난 3월 서울골한옥마을의 전통가옥과 국악당이 통합 운영되면서 한옥의 공간적 가치와 국악의 문화적 가치를 더해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의 첫 결과물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상설공연을 비롯해 기획공연, 교육, 체험 등 국악당과 전통가옥에서 준비한 총 21개의 프로그램들은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양면의 조화로움을 보여 줄 수 있도록 특화해 인기를 얻고 있다. 

‘국악’이라 하면 왠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종묘제례악, 수제천, 아리랑 등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된 전통음악으로 구성하면서도 3D 프로젝션 맵핑이 결합되어 뿜어져 나오는 생생한 영상이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총 7개의 곡에는 자연으로부터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는 여정에서 겪는 희로애락이 하나하나 담겨 있다. 아침을 열고 길을 걷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때때로 방황하기도 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소망을 기도하고 사랑을 그리고 다시 밤하늘로 돌아가기까지 각각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여정 속에 걸어야 하는 길은 거문고와 가야금이 표현했고 구슬프면서도 가녀린 여인의 사랑과 소망은 해금이 선율을 그렸다. 콘서트의 절정, 방황하는 이들을 위한 연주는 타악기의 특성대로 강약 조절과 반복을 더했고 물론 리듬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3D 영상은 표현을 극대화했다. 국악을 잘 알지 못해도 괜찮다. 곡이 시작되기 전 각각에 담긴 짧지만 충분한 해설이 관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으니.
남산골한옥마을 국악당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그 평안한 떨림은 한국을 방문하는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것이 분명하다.  

남산골한옥마을 국악당  
서울 중구 필동2가 84-1   2014년 12월31일까지, 평일 20시, 주말·공휴일 17시, 월요일 휴무   성인 5만원, 학생 3만원  02-2261-0502    hanokmaeul.seoul.go.kr
 
국악콘서트가 열리는 남산골한옥마을 국악당
 2000년에 창단한 ‘정가악회’는 국악의 현대화를 잘 이끌어낸 실력파 국악단체다  

공연장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전통 찻집 ‘다반사’는 관람객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글·사진 손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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