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철인3종 경기] 셋이 모여 아이언맨

  • Editor. 신지훈
  • 입력 2014.09.30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월 어느 날, 별반 다를 게 없는 술자리였다. 그날도 다들 퇴근하고 자주 들르던 선술집에 모여 앉아 하릴없이 술이나 들이켜고 있었다. “살면서 했던 가장 큰 도전이 뭐야?” 누군가 툭 던진 그 한마디가 이리도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 

그리하여 술김에 내려진 결론은 철인3종 경기 참가였다. 바로 다음날 전화가 왔다. 때마침 9월14일 서울 상암동에서 ‘제2회 은총이와 함께하는 철인3종 경기대회’가 있다고 했다. 대회는 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의 코스로 구성된 올림픽코스로 총 길이만 50km 이상이다. 아무리 3명의 주자가 각각 한 종목씩을 출전하는 릴레이 경기라 해도 두 달이란 시간 안에 절대로 준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끈질긴 설득에 수영을 선택했고 다음날부터 수영을 등록하고 준비에 돌입했다. 

사실 참가를 결정한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대회의 취지가 좋았다. 이번 대회의 이름에 등장하는 은총이는 2003년, 5만명 중 1명이 걸릴까 말까 한다는 ‘스터지베버증후군’이란 희귀병과 함께 온갖 합병증을 안고 태어났다. 병원에선 그저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라고 말했다. 그러다 한 병원의 교수가 수술하면 좋아질 아이를 왜 이제 데려왔냐며 수술을 진행했고, 거짓말처럼 첫걸음을 떼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은행원에서 신용불량자로까지 추락한 아빠 박지훈씨는 삶에 대한 의지조차 바닥인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 뇌성마비 아들과 함께 수많은 철인3종 경기에 참가한 미국의 호이트 부자의 얘기가 한 줄기 빛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얘기를 접한 지 1년 뒤인 지난 2010년, 은총이 아빠는 은총이와 함께 생애 첫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하게 된다. 이런 은총이의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자 국민생활체육 전국 철인3종 경기연합회에서는 ‘은총이와 함께하는’이란 타이틀로 뜻 깊은 대회를 마련했다. 올해는 800여 명의 참가자가 낸 6,000만원 상당의 참가비 전액이 장애아동을 위한 재활 병원을 짓는 데 기부된다. 

결국 죽지 않고 수영구간을 완주했다. 중간에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첫 주자인 내가 포기할 경우 나머지 주자들은 경기 참가도 못하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비록 한 종목을 뛰었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무료한 삶에 지쳐 있다면 철인3종 경기를 통해 다시 태어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고. 참고로 다음 대회는 10월19일 통영, 10월26일 울진에서다.  
 
국민생활체육 전국 철인3종 경기연합회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25 올림픽주경기장내 B-310호   02-3431-3800   www.koreatri.or.kr
 

힘들다. 그러나 짜릿하다. 솟아나는 아드레날린을 또 느끼고 싶다  
이번 대회는 은총이 부자 외에도 션이 참가해 그 뜻을 더했다  
완주가 주는 희열은 완주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글 신지훈 기자  사진제공 국민생활체육 전국 철인3종 경기연합회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