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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도시 여행- 소박하지만 정감 어린 호젓한 산책길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05.29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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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가는 대도시 여행에 물렸다면 고즈넉한 소도시 여행에 나설 일이다. 소박하고 투박하지만 대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여유와 정겨움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여행이라기보다 호젓한 산책에 가깝다. 대도시 인근의 소도시로 잠깐 시선을 돌리면 당신만의 일본이 보인다. 여행전문매거진 <트래비>의 일본 소도시 여행을 소개한다
 
●나라에서 한가로운 역사 산책
 
35분. 긴테쓰 레일패스를 이용해 오사카에서 나라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빌딩숲 오사카를 벗어나 한가로이 문화 산책을 하러 가는 길은 이리도 가깝다. 나라는 한국의 경주와 닮았다. 나라공원 안의 도다이지에는 세계 최대의 목조건축물 대불전이 장엄하게 서 있고 그 안에는 높이 15m, 무게 25톤에 달하는 거대한 불상 비로자나대불이 위용을 떨치고 있다. 개성 풍부한 불상들이 가득 안치되어 있는 사찰 고후쿠지, 3,000여 개의 등롱이 늘어서 있고 주황빛을 머금은 아름다운 신사 가스가타이샤, 약 1,300년 전에 일본의 수도였던 도성 터인 헤이제이궁 터, 1,400년의 나이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인 호류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하니 나라는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이 아니라 시간을 내어 다녀올 곳이다. 천 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마음에 담기에 단 몇 시간은 너무도 부족하다.
 
●사가에서 귀를 기울이면
 
도쿄나 오사카가 혈기왕성한 젊은 일본이라면 규슈 사가현은 그 반대다. 화려함도 과장도 없다. 모든 것이 그저 자연스러운 포근한 할머니 품 같다. 사가현은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일본의 교류사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지역이다. 일본인의 조상이 된 한반도 원시 인류는 이 지역에 처음 뿌리를 내렸고, 백제와 가야의 문명도 이곳으로 전해졌다. 한편으론 임진왜란의 출병기지가 있던 곳도 여기고, 붙잡혀 온 조선 도공들이 일본 최초의 백자를 만든 곳도 여기다. 현 북부에 위치한 가라쓰시 나고야성 박물관은 사가현 여행에서 가장 먼저 둘러봐야 할 곳이다. 220여 점의 사료를 통해 원시시대에서 현재까지, 수 천 년에 이르는 한일 교류사를 보여 준다. 이 박물관은 침략전쟁이었던 임진왜란을 반성하며 세운 곳이라고 한다. 박물관이 자리한 곳이 왜란의 출병기지였던 성 바로 옆이다. 성은 이미 오래전에 허물어지고 지금은 터만 남았다.
 
●나가사키에서 믿음을 되새기다
 
나가사키현 히라도는 대항해 시대 때 포르투갈과 스페인선이 연이어 들어오고 네덜란드와 영국 동인도회사가 상관을 설치했을 만큼 번성했던 일본 최초의 남만 무역항이다. 무로마치 막부 말기 일본 각지가 전쟁으로 혼란한 세월을 보내고 있던 1550년, 예수회 소속 선교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는 가고시마를 거쳐 이곳 히라도에 도착했다. 포르투갈은 포교를 조건으로 무역을 하고 있었기에 교역을 통해 막강한 힘을 얻고자 한 영주들은 포교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히라도는 일본 그리스도교의 시작점이 됐다. 수 세기가 흐르고 옛 영화는 오간 데 없이 한적한 섬마을이 되었지만 곳곳에 이국적 정취를 풍기는 가톨릭교회와 성지가 남게 된 연유다. 히라도를 비롯한 나가사키현의 오래된 성당들은 대부분 20세기 초에 완공된 것들이다. 곳곳에 산재한 나가사키의 가톨릭 문화유산을 거닐다보면 믿음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내가 직접 만든 사누키 우동
 
일본 우동 하면 사누키 우동을 떠올리는데, 사누키는 카가와현의 옛 지명이다. 카가와현은 일본에서 가장 크기가 작은 현인데, 이작은 지역에 우동 가게만 800곳이 넘는다. 우동집에서 한 그릇 뚝딱 비우는 것도 좋지만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우동 체험교실도 있으니 들러볼 일이다. ‘나카노 우동학교‘의 1일 우동 체험은 흥에 겹다. 손으로 치댄 반죽을 신나는 음악에 맞춰 발로 밟아가며 반죽한다. 수타에 족타가 가미된 반죽이다. 미리 숙성시켜 놓은 반죽을 밀대로 늘려, 먹기 좋게 칼로 자르는 것은 우리의 칼국수와 다르지 않으니 나름 솜씨를 발휘해 볼 일이다. 완성된 면은 바로 삶아서 먹을 수 있지만 방금 치댄 반죽은 조금 숙성시키는 것이 낫다. 숙성시키는 사이 곤피라 신사 등 인근 명소를 다녀오면 좋다. 곤피라 신사의 본궁까지는 785개의 돌계단 참배길을 올라야 하는데, 호젓한 산길이라 그리 버겁지는 않다.
 
●천혜의 북알프스가 빚은 사케
 
일본 열도의 가운데이자 혼슈의 북쪽, 동해와 접한 도야마는 인구 110만의 도시다. 험준한 산맥이 삼면을 둘러싼 도야마 남쪽에는 해발고도 3,015m의 다테야마가 있는데, 20m에 달하는 거대한 설벽은 다테야마의 한 자락 풍경이다. 설벽은 6월 중순까지도 위용을 자랑한다. 다테야마 연봉 사이에는 일본에서 제일 깊은 브이자형 협곡인 쿠로베 협곡도 있다. 이같은 대자연에 둘러싸여 산세 좋고 물맛 좋은 곳이 도야마다. 바다 쪽으로 가보면 깊은 만을 껴안듯 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역사적으로 도야마는 메이지 시대까지 200년 동안 매년 100만석의 쌀을 수확할 정도로 쌀 생산량이 많았다. 도쿄 다음으로 번성할 정도였다. 좋은 물과 좋은 쌀은 사케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재료다. 천혜의 환경 덕분에 도야마에는 산쇼라쿠 양조장, 미쿠니하레 양조장, 마스다 양조장 등 유서 깊은
사케 양조장이 즐비하다.
 
●피부가 먼저 깨닫는 명천 게로온천
 
예부터 ‘명천’이라고 불리어 온 기후현의 게로 온천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유학자 하야시 라잔에 의해 에도시대부터 일본의 3대 명천으로 손꼽혀 온 명성은 피부를 통해 깨달을 수 있다. 게로의 원천은 보통 85℃의 고온이지만 각 온천장에 제공되는 물은 55℃로 식혀 내보낸다. 건조했던 피부가 거짓말처럼 부드러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어느 골목에서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10개의 족욕탕. 이를 더욱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차가운 게로 맥주다. 혹은 온천수로 익힌 계란으로 토핑한 아이스크림 ‘온타마소프트’나 푸딩인 ‘혼와리 프린’을 곁들이는 것이다. 온천박물관, 온천사 등이 있고 밤에도 노란 가스등 불빛을 따라 산책하는 유카타족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이곳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온천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몰리는 온천마을 게로다.
 
●돗토리 사구에서 시간의 결을 보다
 
돗토리 사구는 멀고 또 높은 곳에서부터 왔다. 산맥에서 발원한 센다이가와강이 돗토리 사구의 젖줄이다. 10만년의 시간과 바람이 바위를 자갈로, 자갈을 모래로 만들어 지금의 돗토리 사구를 빚어냈다. 사구 동쪽 입구 언덕에 오르면 육지 깊숙이 파고든 사구가 동해 바다와 함께 한눈에 들어온다. 사구속으로 들어가면 바람과 모래의 협연이 펼쳐진다. 물결처럼 일렁이는 사구의 표면과 사구식물들이 살아있는 모습이다. 좀더 색다르게 사구를 즐기고 싶다면 마차나 낙타를 타보길 권한다. 사막 한가운데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여름에는 샌드보드나 행글라이딩, 패러글라이딩 등 사구 레저 체험도 가능하다. 돗토리를 드라마 <아테나>의 촬영지로, 혹은 아늑한 시골 온천마을 정도로만 생각했다면 돗토리 사구에서 느껴지는 흘러간 시간의 살결은 기대해 볼만 하다.
 
●오카야마의 시간여행지 구라시키
 
오카야마현 오카야마시에서 기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구라시키에는 에도 막부의 직할지로 번영을 누리던 마을(구라시키 미관지구)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구라시키역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마을 입구에 다다르게 되는데, 고풍스런 건물들 사이로 여행객들이 북적이기 시작한다. 새하얀 회벽과진회색 기와를 얹은 가옥들이 줄줄이 이어지며 정겨운 골목길을 만들어내고,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수로에는 나룻배가 미끄러지듯 떠간다. 언뜻 우리네 전주한옥마을이나 저우좡, 통리 등 중국의 수향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다. 조붓한 골목길 산책, 나룻배 타기 등을 즐길 수 있으며, 옛 가옥들을 개조한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입을 즐겁게 한다. 일본 최초의 사립 서양미술관인 ‘오하라 미술관’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으니 꼭 들러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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