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ibia 가슴이 시리다 붉은 사막 나미브
Namibia 가슴이 시리다 붉은 사막 나미브
  • 트래비
  • 승인 2015.07.0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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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붉은빛, 때로는 오렌지 빛이나 황금빛이었다. 
지구 아닌 다른 별의 풍광이다. 
감격스럽고, 숨 막힐 만큼 압도적이다. 
막막한 풍광에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서러웠다. 
나미브 사막은 사람의 감정을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듄45 능선에서 내려다본 나미브 사막. 태초의 세상 같다. 실제로 약 15만년 전, 최초의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살았다. 10만년 전 이주를 시작했고, 1만년 전에는 전 세계로 흩어졌다
 

나미비아는 사막의 나라다. 우리나라보다 8배 크지만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다. 1884년 독일령 보호국으로 편입되었던 역사 탓에 독일의 흔적이 아직까지 진하게 남아 있다. 독일의 지배에 이어 1915년부터 1990년까지 남아프리카의 지배를 받았다. 1990년 3월에 독립했다.
 
 
 
노매드 트럭 타고 사막으로 
오랫동안 사막을 그리워했다. 내게 사막은 세상의 종점이었다. 사막으로 가고자 했을 때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세상의 끝을 보고 싶었다. 나미브 사막Namib Desert은 남아프리카의 나미비아에 있다. 나미비아? 이름조차 낯설지만 세계에서 33번째로 큰 나라다. 원주민 나마족 말로 나미비아는 대평원이란 뜻이다. 우리나라보다 8배 크지만 인구는 230만에 불과하고 국토 대부분은 사막이다. 
사막으로 가기 위해 내가 선택한 수단은 트럭이다. ‘노매드 어드벤처 투어Nomad Adventure Tour’란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일명 ‘트러킹Trucking’이다. 출발점은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 도착점은 나미비아의 스와코프문드다. 여행객 열네 명에 가이드, 운전사, 셰프까지 열일곱 명이 일행이다.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한국 그리고 전직 외교관, 의사, IT 엔지니어, 컨설턴트, 박사 과정 학생 등 국적도 직업도 다양하다. 이제 트럭을 타고 일주일 동안 나미브 사막을 종단하는 여정이 시작된다. 나미비아란 낯선 이름만큼 풍경도 낯설다. 나미비아를 여행하며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여기가 어디지? 나미비아는 아프리카가 아니라, 지구가 아니라 다른 별 같다. 달의 풍경과도 비슷했다. 
 
 
지구 아닌 다른 별

고대 지구의 모습이 이랬을까? 지면을 뚫고 나온 지하 세상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협곡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깊이는 550m, 폭은 27km, 길이는 장장 160km에 달한다. 피시 리버 캐니언Fish River Canyon을 하늘에서 보면 여러 마리의 뱀이 꿈틀대는 모양 같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제일 크고, 세계에선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그랜드 캐니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캐니언이다. BBC 선정 ‘평생 잊을 수 없는 여행지 40’, ‘죽기 전에 봐야 할 곳’ 같은 리스트에 꼭 들어간다. 피시 리버는 얼핏 말라 버린 듯 보이지만 남북으로 캐니언 사이를 흐른다. 한여름에는 기온이 48도까지 올라가니 수량은 적지만 나미비아에서 가장 큰 강이다. 

트럭에서 내려 피시 리버 캐니언의 가장자리를 따라 한 시간 정도 걸었다. 때로는 눈이 아찔하고, 때로는 눈이 달떠서 가슴이 쿵쾅거렸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이 협곡에 배어 있을까. 백만년도 아니고 천만년도 아니다. 5,000만년, 1억만년을 지나 2억5,000만년 전 피시 리버 캐니언은 만들어졌다. 고작 100년 사는 인간이 걸으며 온갖 상념에 빠져든다. 피시 리버 캐니언은 단순히 사람을 압도하는 풍광이 아니다. 고대 지구와 우주의 진면모를 추측하게 하는 실마리다. 

피시 리버 캐니언을 떠나 황량한 사막을 달려 숙소로 가는 길 역시 막막하다. 군데군데 자라는 덤불, 모래와 돌무더기만 있는 광야에 사람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숙소로 가는 길이 마치 저세상이라도 가는 듯 위압적이다. 황야에서 불현듯 거대한 돌산이 나타났다. 외로웠다. 누군가의 체온이 간절했다. 
 
뱀이 꿈틀대는 것 같은 피시 리버 캐니언.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협곡이다
아이 아이스 롯지는 암석 사막 한복판에 있다. 피시 리버 캐니언 남쪽 끝에 위치한다

뜨거운 사막에서 하룻밤 

느닷없이 사막 한복판에서 나타난 오아시스다. 왠지 어이없다. ‘아이 아이스Ai-Ais’는 나미비아 정부에서 운영한다. 거대한 암석이 롯지 앞을 막아선 게 이국적인 풍경을 넘어 비현실적이다. 이곳엔 온천도 있다. 아프리카 사막에 온천이 있을 줄이야! 온천수를 가진 롯지답게 ‘아이 아이스’는 이곳 원주민 말로 ‘끓는 물’이란 뜻이다. 여기서부터 오늘 낮에 트레킹 후 휴식을 취한 피시 리버 캐니언 전망대까지 거리는 대략 85km 정도다. 그런데 여기서 전망대까지 걸어서도 갈 수 있다. 4~5일 정도 걸리는 ‘피시 리버 캐니언 트레킹’이다. 트레킹을 한다고 상상만 해도 낮에 본 장관이 떠올라 흥분이 된다. 

이른 아침 롯지를 나섰다. 오늘은 일주일간 나미비아를 여행하는 동안 가장 많이 달린 날이다. 피시 리버 캐니언에서 나미브 나우클루프트 내셔널파크Namib-Naukluft National Park까지 620km를 달렸다. 트럭은 제법 빠른 속도로 달리는데 정작 속도감은 느낄 수 없다. 눈앞에 지평선만 펼쳐진 채 몇 시간을 달리기 때문이다. 이 나라가 어떻게 생겼고,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경하지만 이제 한 가지는 알겠다. 나미비아는 ‘사막의 나라’다.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다. 나미비아란 국명조차 나미브 사막에서 따왔다. 나미브 사막 면적은 상상을 초월한다. 넓게 보자면 나미비아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와 앙골라까지 포괄한다. 흔히 사막이라고 하면 ‘모래’ 사막만 떠올리기 쉽지만 사막에는 황무지 사막, 툰드라 사막, 자갈 사막, 암석 사막도 있다. 오늘은 내내 황무지 사막을 달렸다. 
 
이른 아침 듄45를 오르는 사람들. 해가 뜨고 질 때 나미브 사막의 붉은 기는 더해진다
사막은 완전히 원시적인 세계다. 나미브 사막은 여기서 50km 떨어진 대서양까지 이어진다
사막의 모래 표면은 매우 뜨겁다. 나미브 사막의 최고 표면 온도 기록은 섭씨 70도다

여행자의 꿈

미명도 없는 새벽, 숙소를 나섰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붉은 사막, 소수스플라이Sossusvlei와 만나는 날. 나미비아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유네스코 선정 ‘세계 10대 절경’ 중 하나인 나미브 나우클루프트 내셔널 파크 안에 있는 나미브 사막 남쪽이 바로 소수스플라이다. 

“사막의 태양은 매우 뜨거워요. 하루에 3리터 이상의 물을 무조건 마셔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금방 탈수증에 걸립니다. 목이 마르건 마르지 않건 하루에 무조건 3리터! 잊지 마세요!”

가이드 테렌스가 강조한다. 두 시간 정도 달렸을까. 어둠 속에서 동이 트고, 나미브 사막이 장엄한 자태를 서서히 드러낸다. 어느새 트럭은 붉은 사막 사이를 달린다. 붉은 사막은 어느 순간 오렌지 사막으로, 다시 붉은 사막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막막히 펼쳐진다. 드디어 듄45Dune45번 사구에 도착했다. 이름 그대로 거대한, 붉은 모래 언덕이다. 

“카메라 조심해요!” 
사구를 오르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는 일행에게 테렌스가 한 번 더 주의를 준다. 입자를 헤아릴 수조차 없는  고운 모래가 카메라를 순식간에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듄45는 나미브 사막의 수많은 사구 중 하나다. 대개의 여행자에게 듄45는 나미비아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높이는 150m 정도. 왜 하필 45란 숫자가 붙었나 싶었는데 공교롭게도 내셔널 파크 입구인 세스리엠Sesriem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45km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45란 숫자가 거리를 의미한다고 알고 있는데 실은 과학자들이 붙인 고유번호가 우연히 거리와 일치한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 능선이 붉게 일렁이는 파도 같다. 사막이 왜 붉은 색이냐고 테렌스에게 물었다.

“모래 속 철 성분 덕분이에요. 모래 알갱이의 5%를 차지하는 금속이 산화하면서 붉게 변하거든요.”
이른 아침이었지만 이미 듄45 능선에는 사람이 많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오랫동안 꿈꿨던 곳이다. 나를 여기까지 이끈 건 사실 한 장의 듄45 사진이다. 어쩌면 색이 이렇게 노랗고 붉을까? 처음 듄45 사진을 봤을 때 참 의아했다. 실제로 여기 와 보니 나미브 사막은 진한 오렌지색을 넘어 붉은 색에 가깝다. 햇볕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에 따라 시시각각 밝거나 어둡다. 명암의 극적인 컨트라스트에 따라 사구의 밝음과 어둠이 극명하게 나뉜다. 마치 사구 능선을 따라 직선이라도 그어 놓은 것 같다. 듄45를 오르기 시작했다. 밑에서 봤을 땐 금방 올라갈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사구를 오르다 보니 모래 속으로 발이 푹푹 빠지는데 숨만 헉헉거릴 뿐 도무지 속도를 낼 수 없다. 쑥쑥 미끄러지는 모래 능선을 따라 오르려니 발에 힘이 들어가고, 모래 깊숙이 빠진 발을 빼는 것도 힘들다. 사막에서는 걷는 법도 다시 배운다. 발바닥이 받는 힘을 최대한 줄이는 게 요령이라면 요령이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사방이 보이는 능선에 섰다. 붉은 바다가 넘실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얼핏 아무 것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세상의 시원 같은 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사구 밑을 내려다보니 우리가 타고 온 트럭이 성냥갑 같다. 그 뒤로는 우리가 달려온 도로가 끝없이 펼쳐진다. 2000년대 초반 세스림과 소수스플라이 사이에 건설된 C27번 도로다. 

나미브 사막은 사하라 사막보다도 오래 됐다. 대략 500만년 전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면적은 우리나라의 1.5배에 달할 만큼 거대하다. 나미브 사막의 어떤 사구 높이는 300m에 달하고, 어떤 사구 길이는 32km에 달한다. 완만한 사구는 15~20도, 급한 사구는 35도에 이르는 경사를 가지니 그 모양도 제각각 다르다. 듄45처럼 고유 번호를 가진 사구만 내셔널 파크 안에 150개가 있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사구,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사구도 나미브 사막에 있다. 모든 여행자, 사진가가 꿈꾸는 나미브 사막을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온통 붉은 색일 것이다. 

불타는 듯한 사막, 햇볕에 그을린 듯한 오렌지색 사구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 모습을 바꾼다. 바람은 파도가 되어 사막에 층층이 물결을 남긴다. 늘 똑같을 것 같은 나미브 사막은 실상 언제나 다르다. 나미브 사막에 온 누군가가 지금 보고 있는 사막은 찰나의 모습일 뿐, 바람이 불면 이내 달라진다. 모든 방문객에게 매순간 자신만 볼 수 있는 풍경을 선물한다. 나는 오늘 듄45에 왔고 내 발자국을 듄45에 남겼다. 하지만 내일 새벽 내 발자국은 사라진다. 내일 아침 듄45를 오르는 사람은 오늘과 다른 듄45를 보는 것이다.
 
뜨겁고 건조한 사막 기후로 인해 나무는 화석으로 남았다
새하얀 데드 플라이의 바닥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고사목은 무대에 선 배우들처럼 극적이다

황홀하게 아름다운 죽음

아프리카말로 ‘소수스Sossus’는 막다른 길, ‘플라이vlei’는 습지, 웅덩이를 말한다. 그러니 소수스플라이는 흘러갈 곳이 없는 습지, 막 다른 길에 있는 웅덩이다. 웅덩이답게 생김새는 타원형이다. 동쪽으로 180km 떨어진 나우클루프트산에서 흘러온 쏘하브강Tsauchab River은 소수스플라이에 이르러 막혀 버린다. 서쪽으로 50km만 더 가면 대서양이지만 물길은 여기서 끊겨 버렸다.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고, 돌아갈 수도 없다. 뜨거운 모래 때문에 쏘하브 강물마저 말라 버렸다. 수명으로 치자면 단명할 운명이나 물이 한때라도 있었으니 풀과 나무가 자랐다. 소수스플라이의 한 편, 식물이 살았던 오아시스는 언제부터인가 바닥이 쩍쩍 갈라진 ‘데드플라이Deadvlei’로 변했다. 듄45에서 내려와 트럭을 타고 향한 곳이 데드플라이다. 듄45에서 19km 정도 떨어졌다. 하지만 이 길의 마지막 6km는 제 아무리 단단한 트럭도 갈 수 없어 4륜 구동 지프로 갈아타야 한다. 완전히 모랫길인 탓이다. 지프에서 내린 후에도 뜨거운 불볕을 받으며 1.5km를 걸어야 데드플라이다. 이미 사막은 타오르기 시작했다. 사막의 일교차는 극심하다. 한낮에는 40도, 새벽에는 0도까지 떨어진다. 사막의 극심한 온도차는 때로 나무를, 바위를 부수어 버릴 정도다. 

붉은 사구로 둘러싸인 데드플라이의 바닥은 눈이 부실 만큼 희다. ‘클레이 팬’이라고도 불린다. 데드플라이가 프라이팬 모양이기 때문이다. 데드플라이 부근을 흐르는 쏘하브강은 거의 일 년 내내 말라 있고, 한 번 비가 오고 나면 몇년이 지나야 다시 비가 내렸다. 설사 쏘하브강에 물이 찼다 해도 여기까지 흐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도 한때나마 웅덩이물이 찼을 땐 아카시아 나무숲도 있었다. 하지만 비가 오지 않고, 강물이 마르자 모든 생물은 말라 죽었다. 결국 영겁의 시간 동안 데드플라이의 소금기 풍부한 모래는 굳어 돌처럼 딱딱해졌고, 습지에서 자라던 나무는 화석처럼 남았다. 그래서 이곳은 데드플라이, 죽은 습지다. 오아시스가 죽은 웅덩이로 변했으니 운명이 기구하다. 그런데 죽어서 검어진 나무가 매끄럽고 윤이 난다. 앙상하지만 극적인 모습이다. 게다가 바닥은 눈이라도 쌓인 듯 새하얗다. 높은 소금 농도 때문이다. 결국 오렌지 빛 사구 아래 수백년 전 죽은 나무들 모습은 죽음과 어울리지 않게 아름답다. ‘데드플라이’란 무서운 이름과 다르게 데드플라이에 서면 황홀하기 짝이 없다. 전 세계 여행자들이 죽음을 보러 모여드는 이유다. 유럽에서만 매년 60만명이 이곳을 방문한다.
 
거대한 위버 둥지. 수백 마리 위버가 사는 집이다
퀴버 나무는 바오밥 나무처럼 나무의 위아래가 뒤집힌 것 같다

사막은 파라다이스

지구상에서 가장 척박한 지역 중 한 곳인 이곳에선 수많은 생물이 살아간다. 사막 풍토와 기후에 적응한 생명들이다. 곤충 같은 절지동물과 물을 조금만 섭취하고도 살아갈 수 있는 미어캣(작은 육식동물), 몇 가지 도마뱀, 그리고 오릭스(큰 영양)와 스프링복처럼 큰 동물도 사막의 식구들이다. 어디선가는 ‘사막 코끼리’도 살아간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1930년대 중반까지 나미브 사막에선 아프리카 사자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사막은 이들에게 편안한 집과 같다. 

사막의 생명들은 살아남기 위해 여러 생존법을 익혔다. 나미브 사막 딱정벌레는 해가 뜨기 전에 모래 밖으로 기어 나오고, 낮에는 작열하는 태영을 피해 모래 속에서 쉰다. 겉날개에는 0.5~1mm 간격으로 울퉁불퉁한 돌기가 나 있다. 딱정벌레는 이른 아침 대서양을 향해 몸을 숙여 극심한 일교차로 인해 생긴 안개를 온몸으로 맞는다. 겉날개에 맺힌 안개의 수분은 점차 물방울이 되어 돌기 사이로 흘러내리고, 딱정벌레는 이를 받아 마신다. 일년 내내 비가 내리지 않아도 딱정벌레는 사막에서 살 수 있다. 이런 사실 때문에 나미비아 딱정벌레의 또 다른 이름은 ‘안개 딱정벌레fog beetle’다. 딱정벌레의 또 다른 종은 수분을 얻기 위해 거미집을 만들고 그 위에 맺힌 수분을 빨아먹는다. 개처럼 생긴 ‘검은등자칼’은 돌에 묻어 있는 수분을 핥아서 섭취한다. 

사막에 사는 식물의 뿌리는 깊다. 멀리서 물을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카멜톤 나무Camelthorn tree의 뿌리는 35m에 달한다. 강수량이 연간 100mm 이하인 나미브 사막에서 카멜톤 나무가 살 수 있는 이유다. 카멜톤 나무 외에도 키보다 뿌리가 10배 정도 긴 식물도 있다. 

퀴버 나무Quiver tree는 싹을 틔우고 20~30년 후에는 꽃이 피는데 수명이 300년에 달한다. 그 비결은 몸 안에 물을 저장하는 탱크를 가졌기 때문이다. 1955년 나미비아 국가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퀴버 나무는 아프리카 말로 ‘코크붐 나무Kokerboom tree’라고도 부른다. 사람의 발길이 쉬이 닿기 힘든 사막의 숲으로 들어가면 200~300년 된 퀴버 나무도 볼 수 있다. 더더욱 놀라운 식물은 ‘웰위치아Welwitchia’다. 나미브 사막에서만 자라는 웰위치아의 잎은 두 개뿐인데 끊임없이 자라고, 뿌리는 땅 속 수백 미터까지 파고들며, 놀랍게도 2,000년 이상 생존한다. 

바짝 마른 나무 아래서 또 다른 생명과 만난다. 새 둥지다. 그런데 엄청나게 크다. 수백 마리가 살 수 있을 정도다. ‘위버Weaver’라는 새다. 위버는 뱀을 피하기 위해 떼 지어 산다. 암컷 위버가 신선한 둥지를 가진 수컷하고만 교미한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수컷이 종종 둥지를 허물고 다시 꾸며야 하는 이유다. 사막에서 살 수 있는 건 동식물들뿐만이 아니다. 사람도 사막에서 살았다. 남아프리카의 부시맨은 물 없이도 사막에서 살았다. 사막에서는 유난히 동식물에 눈길이 간다. 한 그루의 나무, 한 마리의 작은 벌레, 치열하게 살아내는 그들이 경이롭기 때문이다. 

사막에 비가 내린다 치자. 일 년에 한 번 내리는 비는 사막을 촉촉이 적시고, 모든 생물에게 생명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사막에 자주 비가 내리면 축복일까? 아니, 재앙이다. 사막에는 사막의 질서가 있다. 사막은 척박한 땅이 아니다. 죽음의 땅이거나 세상의 종점은 더더욱 아니다. 숱한 생명이 여기서 살아간다. 어느 생명에게 사막은 파라다이스다. 사막의 생물은 사막과 싸우지 않는다.
 
수백 마리 플라밍고는 왈비스 베이의 심벌이다
왈비스 베이 주변의 주택들. 여기도 아프리카다

황야의 남회귀선

여행 여섯째 날, 남위 23° 27', 남회귀선을 통과했다. 태양이 가장 뜨겁게 내리쬔다는 곳이다. 황량했다. 허허벌판에 허름한 남회귀선 이정표만이 쓸쓸하게 서 있다. 가이드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무심히 스치고 말 곳이다. 헨리 밀러의 소설 <북회귀선 남회귀선>이 생각났다. 그는 왜 하필 이를 소설 제목으로 썼을까? 나미브 사막 언저리를 지나며 마주한 남회귀선은 현대의 허망에서 벗어나는 관문 같다. 남회귀선을 지나 트럭은 어느 순간 바다에 다다랐다. 대서양, 드디어 왈비스 베이의 대서양 파도가 눈앞으로 밀려든다. 왈비스 베이의 수많은 플라밍고가 우리를 맞는다.  

모던하고 세련된 집들이 왈비스 베이 해변을 따라 늘어 선 모습은 마치 유럽의 휴양지 같다. 저마다 독특한 디자인을 뽐내는 빨갛고, 노랗고 하얀 주택들. 아프리카에 이런 집들도 있구나! 나는 아프리카를 한 달째 여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프리카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내일이면 여행이 끝난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여기서 34km만 더 가면 이번 여행의 종착지, 스와코프문드Swakopmund다. 

스와코프문드는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 커플이 출산을 위해 찾았던 도시다. 도시 서쪽은 대서양 바다, 동쪽은 사막이다. 처음엔 두 사람이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 의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을 이해할 것 같다. 스와코프문드는 작은 독일이다. 아프리카에 와서 독일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줄은 몰랐다. 

거리의 집, 건물 모두 독일 스타일이다. 사람들이 쓰는 말도 독일어, 거리의 온갖 간판도 독일어다. 1883년에서 1915년까지 독일의 지배를 받았던 흔적이다. 중심가를 제외하면 스와코프문드 거리를 오가는 사람은 매우 적다. 아무도 없는 거리를 지나다 보면 여기엔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인구가 적은 탓일까. 이 적막한 도시에서 여행이 끝나 간다.  

스와코프문드에서 보낸 마지막 밤,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여행이 갑자기 끝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막에서 보낸 일주일의 감동이 너무 컸다. 내 심장 속에서는 흥분의 소용돌이가 아직도 치고 있다. 
 
 

 
벌써 사막이 그립다 
케이프타운에서 나미비아 스와코프문드까지 2,100km를 일주일 동안 트럭으로 달렸다. 매일 평균 350km를 달린 셈이다. 다행히 우리의 트럭, 키스는 어떤 고장도 없이 잘 달려 주었다. 만약 사막에서 차가 고장 나 멈추고 어두워지기라도 했다면 어땠을까? 주변에 인적도 없고 밤이 온다면? 눈앞이 깜깜해진다. 공연한 걱정이 아니다. 내가 탄 차가 튼튼한 트럭이 아니었다면, 믿음직한 가이드와 운전기사가 없었다면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여기는 사막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인식은 사막에서 확장된다. 텅 비어 있는 공간, 극한적으로 고독한 공간이 사막이다. 때로는 돌무더기, 때로는 붉은 모래가 전부다. 왜곡이란 게 없는 담백하고 순결한 세상이다. 문명에서 완전히 벗어난 세계다. 누구라도 사막에선 명상가가 될 것이다. 
사막에서 인간은 미미하다. 자연스레 고개를 숙일 수밖에. 그런데 나는 사막에서 번쩍번쩍 강렬하게 순간순간을 맞았고, 격정적으로 기뻤다. 때로는 기괴하게 느껴지는 공간에서 내 마음은 왜 편한지 의아했다. 세상에 천상의 풍경은 많다. 하지만 나미브 사막은 단지 아름다워서 아름다운 게 아니다. 오직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절대적 풍광이 눈뿐만 아니라 가슴까지 시리게 한다. 
 
노매드 어드벤처 투어Nomad Adventure Tour
트러킹 전문 여행사다. 16년 전, 세 명의 직원과 한 대의 트럭으로 출발한 노매드 투어는 현재 150명의 직원과 마흔 대의 트럭을 보유한 여행사로 성장했다. 노매드 투어는 나미비아로 사막 여행을 가고자 할 때 가장 고민되는 ‘안전’ 문제를 간단히 해결해 준다. 다른 트러킹 여행사에 비해 요금은 다소 비싸지만 그만큼 질을 담보한다. 나의 경우, 숙소가 기대 이상 좋아 매우 만족스러웠다. 한 가지 문제는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 하지만 기본적 의사소통만 된다면 여자 혼자 가도 상관없다. 
노매드 상품은 4일짜리 크루거 빅5에서 58일짜리 아프리카 종단까지 다양하다. 케이프타운에서 빅토리아 폭포까지 가는 20일짜리 투어가 베스트셀러다. 내가 선택한 ‘Desert Explorer 7일’ 상품도 위 구간의 일부다. 대개의 경우 롯지와 캠핑 중 숙소를 선택할 수 있다. Desert Explorer 7일의 경우 롯지 상품가는 ZAR1만2,950(한화 117만원), 캠핑은 ZAR7,750(한화 70만원). 
셰프가 동행해 일정 중 모든 식사를 제공한다. 베지테리언에게는 별도 메뉴를 준비해 준다. 아프리카를 여행할 때 흔히 두 가지를 고민한다. 첫 번째는 값비싼 경비 문제, 두 번째는 안전 문제다. 하지만 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여행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비는 낮추고, 질은 높인, 안전한 여행이 노매드의 지향이다. 모처럼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여행사를 만났다.   www.nomadtours.co.za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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