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경 기자의 On Air] 엉클 분미- 어느날 귀신이 찾아오면
[차민경 기자의 On Air] 엉클 분미- 어느날 귀신이 찾아오면
  • 차민경
  • 승인 2015.08.13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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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분미Uncle Boonmee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
 
19년 전 죽은 아내가 저녁 식사에 찾아왔다. 뒤이어 실종된 아들이 걸어 들어온다. 온몸에 까만 털이 자란 채로, 빨간 눈을 하고. 
8월. 바야흐로 공포 영화의 계절이다. 영화관 상영작엔 공포 영화가 한 자리씩 꿰차고 있다. 주말 밤이면 TV 영화 채널에서도 비명이 흘러나온다. 나 같은 심약자에게 공포 영화는 쥐약이다. 참고로 2004년 태국산 공포 영화인 <셔터Shutter>를 영화관에서 보고 난 뒤로 공포 영화를 끊었다. 진짜로, 엄청나게, 무지하게 무서웠다.
 
우림 속 검은 형체가 빨간 눈을 하고 쳐다보고 있는 <엉클 분미>의 포스터를 보고 공포 영화를 떠올린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공포 영화가 칸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고 오해한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길. 사실 <엉클 분미>는 판타지로 분류된다. 공포 영화와 공통점을 갖는 부분은 ‘사람이 아닌 존재가 등장’한다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8월에 이 영화를 소개하는 까닭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 지점과 끝나는 지점이 없는 ‘8’이란 숫자가 영화의 이야기와 닮았기 때문이요, 영화를 보고 나서는 어느 서늘한 지점에 마음이 닿았기 때문이다.  

신장병을 앓는 분미는 처제인 젠, 청년 통과 함께 저녁을 먹던 중 19년 전 죽은 아내 그리고 실종된 아들과 재회한다. 현재의 고통은 공산주의자를 죽였던 과거의 업보라는 분미, 정글을 거쳐 도달한 동굴에서 엄마의 자궁을 기억해내고 죽음을 맞이한다. <엉클 분미>는 명확한 사건이 없는데다 모호한 표현으로 가득하다. 이승에 살지 않는 존재들을 아무렇지 않게 맞이하는 분미와 젠의 모습부터, 먼 과거의 전생 속으로 들어가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메기와 관계를 맺는 공주의 이야기까지 말이다. TV를 보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남겨 두고 야식을 먹으러 방을 나가는 마지막 장면도 아리송하다. 

왕왕 많은 해석들이 있지만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 감독은 가타부타 대답이 없다. 해석은 받아들이는 자의 몫인 거다. 나의 경우, 영화가 끝나고 수없이 많은 단어들 가운데서 홀로 명확했던 것은 연속성을 가진 모양의 숫자 ‘8’이었다. 전생에 이어 현생 그리고 후생까지 존재는 없어지지 않고 계속 생과 사를 넘나드는 것.

이 영화로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아피찻퐁 감독은 이전작 <열대병Tropical Malady>으로 태국영화사에서 처음으로 칸느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고,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2012년 작인 <메콩호텔Mekong Hotel> 또한 칸느영화제 공식초청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언급된 작품들은 초자연적인 존재 혹은 귀신, 영혼이 등장하는 작품들이다. <셔터>에서 인간을 한 켠으로 몰아넣고 ‘죽일까 말까’ 시험했던 극악무도한 귀신은 아피찻퐁이 그리는 귀신들 앞에서 무게를 잃고 과장돼 보일 뿐이다. 마음을 더 서늘하게 만드는 것 또한 아피찻퐁 감독의 귀신들이다.
 
 
엉클 분미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
출연 사크다 카에부아디Sakda Kaewbuadee 
        제니이라 퐁파스Jenjira Pongpas
판타지, 드라마 | 113분 | 15세 관람가
2010년 9월16일 개봉
 

글 차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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