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nd Table] 명절에 대한 예리한 추억
[Round Table] 명절에 대한 예리한 추억
  • 트래비
  • 승인 2015.09.15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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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라고 ‘귀소본능’이 없을까. 절대과업인 ‘출장’이나 호구책인 ‘여행’이 아니라 ‘귀향’이라는 경건한 여정 앞에선 언제나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법. 명절의 설렘은 지구 반대편이라도 해도 다르지 않다.  
정리 <트래비> 취재부 
 
명절 하면 한복! 여행 때도 한복?
천▶ 야호! 추석 연휴가 멀지 않았다. 
명절 하면 휴게소 생각이 난다. 여주에서 수원으로 가는 길에 꼭 휴게소를 들른다. 거기서 작은집, 큰집 식구들이 다 만나서 먹기도 하고, 아이들끼리는 한차에 몰아 타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옛날엔 차 안에서 할 것도 없고 심심하니까 의자 다 눕혀서 고스톱 치고 그랬지. 
난 설빔 생각이 난다. 명절 하면 그 기대가 가장 컸다. 입고 할머니 댁에 가곤 했다.
빔하니까 생각났는데, 외할머니가 한복을 만들어 주시곤 했었다. 그런데 손주들이 매년 가는 것이 아니고 쑥쑥 크니까 갈 때마다 만들어 놓은 옷이 안 맞고 했었다. 
all 아… 저런ㅠㅠ
결혼 전에는 한복이 없어서 못 입었고, 신혼 초에는 좀 입었다. 설은 춥고 추석이 제일 좋은데, 명절 때 한복 입으면 분위기가 확 산다. 근데 사실 번잡스럽다. 언제부턴가는 개량으로 바꿨다가 그것도 좀…, 요즘은 거의 안 입게 됐다. 
경복궁은 한복 입고 가면 무료라더라.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한복이 유행이다. 
전통한복과 개량한복 중간 정도로 예쁘게 나온 게 있고, 요즘은 그거 입고 해외여행 가는 사람들 많다. 
고▶ 10월에 엄마랑 둘이 크루즈 여행을 가는데 디너파티에 한복을 입을 예정이다. 
지난해 SNS에서 봤는데 남자 둘이서 한복 입고 팔도여행을 하면서 히치하이킹 하고 친구들에게 밥도 얻어 먹는 이벤트를 했었다.  
품위 있게 했던 거면 좋겠다. 한복 입었으니까.
풍류를 즐기는 한량 같은 느낌으로 한 것 같다. 더운데 갓까지 썼으니까. 지난달에는 인사동에서 한복 여행 사진전도 열렸다. 여행지에서 한복 입고 찍은 사진들이 쫘악~~ 

귀향, 못가는 설움 vs 안 가는 자유
명절에 서울 도심도 은근히 차가 막힌다. 
딱 막히는 시간대가 있다. 
지하철은 오히려 텅텅 빈다. 명절에 집에 꼭꼭 내려가다 딱 한 번 못 간 적이 있는데 대학 졸업하고 취직을 못한 때였다. 내려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우울하게 서울에 남아서 원서를 쓰는데 답답해서 밖에 나가 봤다. 그때 서울이 그렇게 여유로운 곳인지 처음 알았다.
명절날 자전거 타고 남산 올라간 적이 있는데 종로에 차가 거의 없었다. 도로 통제한 줄 알았다.   
나도 유일하게 한 번 안 내려간 때가 아내가 딸 임신했을 때였다. 어른들도 내려오지 말라고 하시고. 그때 나도 서울에서 같은 걸 느꼈다. 
추석에 덕유산에 가곤 했다. 만월과 해돋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날. 명절 당일에는 오히려 산장 예약하기가 더 쉽다. 귀찮기도 한데, 막상 가 보면 북적이지도 않고 경치도 장관이다. 
국내 휴양림이라도 예약할라치면, 이미 자리가 없다. 
명절 때는 어디 가고 싶어도 사실 비싸서 잘 못 간다. 
명절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 방학이 되면 다섯 시간씩 기차 타고 부산 외갓집에 가곤 했다. KTX 없을 때니까 5시간이면 하루 종일인 셈. 8월에 생일이 있는데, 이상하게 그날 이동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커서도 생일날 기차나 비행기로 어딘가로 이동 중일 때가 많았다. 
명절에 폭죽놀이 하다가 손 데여서 응급실에 갔던 기억이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일찍 돌아가시고 시골이 없어서 명절에 별다른 기억이 없다. 초등학교 때는 시골 내려간다는 친구들이 제일 부러웠다. 아빠 차 뒷좌석에 앉아 어디 가는 게 정말 좋았었는데. 
헐~, 오줌 마려워 봐야 그 심정을 알지. 휴게소 도착해도 화장실 만원이라 기다려야 하고, 여자들이 남자 화장실로 쳐들어올 때도 있다(여자들, 아무리 급해도 남자 화장실 좀 오지 마라). 
여자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여성 권리가 너무 신장돼서, 명절 맛이 안 난다.
all 어우!! 뭐라는 건가???
내 말은, 명절 풍경이 변하고 있다는 것. 옛날에는 처가에 10년에 한 번씩 갔다는데, 요즘은 명절 당일에 인사만 하고 휙 처가에 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처가랑 본가를 1:1로 가는 게 당연한 분위기. 그래서 형들도, 고향 친구들도 여유롭게 만날 시간이 없다. 남자의 의무는 해준 음식 잘 먹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음식도 옛날만큼 안 하더라. 
헐~, 조선시대에서 온…  
별에서 온… 
결혼 첫해에 처갓집 갔을 때, 상 치우는 걸 거들려는데 장인어른한테 혼났다. 그래서 다시는 안했다. 장인어른 파이팅! 덕분에 처갓집보다 우리 집에서 일을 더 많이 한다. 
명절 풍속도가 바뀌니까, 이제 해외여행도 가고 그러는 거다. 
콘도에서 다 모여서 제사도 지내더라. 
진짜???? 조상님 드시라고 하는 건데.
조상님이 콘도 객실 찾아오시려면 쉽지 않을 듯. 
all ㅎㅎㅎ

집 떠난 명절의 풍경
명절 끼고 출장을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입사하고 얼마 안 돼서 추석 황금 연휴에 캐나다로 출장을 가게 됐었다. 신입이어서 아무 말도 못했었다. 항공료 제일 비쌌을 때 갔던 거긴 한데, 돌아오니 약간 억울하기도 했다. 
앞으로 점점 더 추석기간에 출장을 원하게 될 거다. 
아니다. 명절에는 집에 가는 게 좋다. 그때는 어머니도 서운해 하셨는데, 입사 초기라서 버틸 수 있었다. 엄마도 은근히 친척들에게 ‘우리 딸 외국 갔다’고 자랑을 하시더라. 
입사 원서 쓴다고 못 내려오던 딸이 출장도 가고^^
그러게. 출세했다.
지난 설 명절에 세이셸 출장이 있었는데 팔이 부러져서 못 갔다. 
all 안습 ㅠㅠ
외국에서 본 명절 표정은 어땠나?
언젠가 명절 날 수원역에 동남아 근로자들이 엄청 모여 있더라. 인근 지역에 공장이 많은데, 거기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 수원으로 놀러 나온 것. 많이 놀랐다. 우리 명절 때 내가 해외에 가면 별 생각이 안 드는데 그 나라 명절에 혼자 나가 있으면 외롭더라. 
이스탄불에서 크리스마스 맞은 적 있다. 이슬람 국가니까 성탄 분위기도 없고, 할 일도 없어서 보스포러스 해협 위에 걸린 다리만 왔다갔다 했다. 
어디서 읽었는데, 보통 유럽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환상이 있지 않나. 어떤 커플이 일부러 크리스마스에 맞춰 포르투갈 리스본에 갔다더라. 근데 거리에는 아무것도 없고 상점은 문을 다 닫고. 그래서 크리스마스의 유럽은 사실 재미가 없다고.
그래도 유럽의 겨울은 로맨틱한 분위기가 있다.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 마켓 좋아한다. 겨울에 잘츠부르크에 가면 다들 두꺼운 옷을 껴입고 나와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글루바인을 홀짝인다. 온몸이 녹아내리면서 온기가 퍼지는 느낌이다. 노란 불빛 아래서 쿠키나 인형 등을 파는 풍경도 예쁘다. 
여행사 근무할 때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 상품을 판 적 있었는데, 안 팔려서 욕만 먹었다.  
all ㅋㅋㅋㅋ
중국에서는 춘절 때 보름 동안, 길게는 한달 동안 폭죽을 터뜨린다. 전에는 아무데서나 터트렸는데 자꾸 불이 나니까 이제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호주에 있을 때 차이나타운에서도 폭죽을 엄청 터뜨리더라. 다다다다, 전쟁난 줄 알았다. 
우리도 쥐불놀이 하지 않나?
안양천 부근에서는 지금도 정월 대보름에 한다. 2년 전인가 가 봤다.  
대학 때 풍물 동아리를 해서 달집 많이 태웠다.
멕시코 치안이 안 좋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독립기념일에 호텔에서 보니 광장에 사람들이 꽉 차더라. 혼자 나가서 취재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1시간이나 고민하다가 결국 나가긴 했다. 그런데 한 30분 있었나. 다리가 공중에 떠서 밀려다니는 상황. 사람에 휩쓸려 압사당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간신히 호텔로 들어왔고, 사진도 못 건졌다. 
태국 러이 크라통 축제 할 때 치앙마이에 있었다. 풍등 띄우는 장면은 사진 찍어도 예쁘긴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인파가 점점 많아졌다. 하늘에서는 풍등이 활활 불타오르기도 하고 도로 여기저기에 매캐한 연기가 가득하고. 점점 더 움직일 수가 없어졌다. 어느 동행자는 너무 불안해하면서 ‘살아 있는 지옥이 따로 없다’고 하더라.  
사실, 명절 때 사람들이 해외에 진짜 많이 나간다. 여행사 근무할 때 명절 때가 되면 항상 예상했던 것보다 예약이 몰렸다. 항공좌석을 다른 여행사에서 웃돈 주고 사 오기도 하고. 그럴 땐 부르는 게 값인데, 그래도 다 팔려 나갔다. 
못 파는 여행사도 있는 거네?
꼭 그런 여행사가 있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한다. 그런데  명절이 끝나면 정말 회사 가기가 싫었다. 쌓였던 고객 불만이 쏟아져 들어오니까. 그래서 명절이 싫었다. 
소셜커머스 회사 다닐 때 명절 성수기에 제주도 렌터카를 판매한 적이 있는데, 특히 승합차가 잘 팔렸다. 그런데 수치를 잘못 입력해서 확보한 차량보다 판매가 많아진 상황. 명절 내내 제주도에 전화해서 차량 수배했던 악몽이 있다. 일반 차량까지도.
불법 아닌가? 
불법 맞다ㅠㅠ

세상이 변해도 추억은 아롱아롱 
명절에 할아버지댁에 가면 TV가 있었다. 실시간으로 영상이 나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일곱 살쯤 됐을 때 <천사소녀 네티>를 봤다. 다음해에 간 할아버지댁에서 일년 만에 네티를 다시 봤다. 
초등학교 때 여름철 비가 엄청 와서 송추에 있는 할아버지 산소가 쓸려 가 버렸다. 그 해 추석까지도 묘비를 못 찾아서, 잃어버린 사람들끼리 합동 차례를 지냈던 기억. 묘비 찾는다고 산을 누비는 아버지를 멋도 모르고 졸졸 따라다녔던 기억도 난다. 결국은 다시 찾았고, 많이 훼손되긴 했지만 비석도 일부러 안 바꾸고 다시 세워 놨다. 
뉴스에서 봤던 것 같다.
차례를 아침에 드리지 않나. 명절날 아침에 사촌들이 다 모여서 만화에 푹 빠져 있으면 어른들이 와서 끄곤 했었다. 그것도 꼭 결정적인 장면에서!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으로 <뽀로로> 본다. 
all 맞다맞다. 
명절은 가족들이 모이는데 의의가 있지.  우리는 사촌들이 다 남자여서 어른들이 그렇게 씨름을 시켰었는데, 지금 조카들은 다 딸이다. 씨름을 시키기가 애매하다. 형수들은 음식만 하고, 조카딸들은 스마트폰만 보고.  
딱히 할 일도 없지.
그래서 다들 놀러가나 보다.
연휴 전날에 우리 회사는 보통 오전근무만 하는데 좋지 않나?
all 좋다 좋아!! 올해는 아예 휴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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