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의 숨겨진 왕국 조지아Georgia②크베브리 와인, 조지아의 태양을 마시다
코카서스의 숨겨진 왕국 조지아Georgia②크베브리 와인, 조지아의 태양을 마시다
  • 천소현
  • 승인 2016.06.0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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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vevri Wine  크베브리 와인
조지아의 태양을 마시다 
 
가슴이 콩닥거렸다. 8,000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는 나라. 선사시대의 와인은 
도대체 어떤 빛깔이고, 어떤 맛인지 궁금해 
조지아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랑스런 마을, 시그나기의 오래된 주택을 잘 개조한 페즌트 티어스 와이너리 레스토랑
트윈스 와인 셀러의 포도밭과 식당 겸 게스트하우스 
 
전통 방식으로 생산된 페즌트 티어스 와이너리의 레드 와인들 

숭배에 가까운 와인 예찬

수도 트빌리시를 벗어나 2시간 반 만에 와인재배지역으로 유명한 조지아 동부의 카헤티Kakheti에 도착했다. 해발 1,900m 고지를 넘어 카헤티로 가는 동안 내내 경치에 흥분하느라 도착할 때 즈음에는 허기가 절정에 달해 있었다. 나파레울리Napareuli에 있는 트윈스 와인 셀러에 도착하니 대형 크베브리Qvevri, 항아리가 먼저 시선을 끌었다. 와인을 숙성시키는 용기인 크베브리 내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확대하여 만든 것이다. 와인의 역사를 8,000년 이상으로 추정하는 이유도 조지아에서 발견된 크베브리 토기 유물의 연대가 그 당시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조지아 와인을 만났다. 작은 유리병 몇 개에 담겨 나온 레드와인, 화이트와인에 손을 대려 하자 가이드 마야가 단호하게 제지했다. 술자리에 두 사람 이상만 모여도 건배제안자Toastmaster인 ‘타마다Tamada’*가 있어야 한다더니, 스스로 타마다로 나선 모양이다. 건배에도 순서가 있다. 가장 먼저 신께 감사하고, 두 번째는 평화를 기원하고, 세 번째는 가정을 위해 건배하는 식인데, 웨딩 등의 기쁜 일에는 이 건배가 26번씩 이어지고, 슬픈 일 때문에 모였다면 18번 정도로 횟수가 좀 줄어든다고 했다. 술을 즐기되, 취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도 조지아 술문화의 불문율이다.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고 싶다면 타마다에게 말해 일종의 벌주를 마셔야 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잔이 바로 염소뿔로 만든 칸씨Khantsi다. 끝이 뾰족하므로 세워지지 않고 반드시 원샷을 해야 하는 잔이다. 조지아의 어디를 가도 기념품점에서 이 잔을 발견할 수 있다. 

마야의 조지아 와인 예찬은 점심시간 내내 이어졌다. “사실 와인 때문에 조지아는 너무 느려요. 하지만 와인은 신이 주신 것이죠. 우리는 언어뿐 아니라 와인으로도 감정을 나눠요.” 

그래서 와인양조자의 심리상태가 와인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믿는다. 만약 어떤 와인을 마시고 화가 났다면 양조자가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기분이 좋아졌다면 그가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도 전해진다. 어느날 하느님이 민족마다 나라를 세울 적합한 땅을 나눠 주기로 결정하고 소집령을 내렸단다. 하지만 조지아 민족들은 와인을 마시느라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 지각에 화가 난 신이 이유를 묻자 조지아 민족은 ‘와인을 마시며 하느님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느라 늦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이야기에 마음이 누그러진 하느님은 조지아에게 아주 작은 땅을 분할해 주었다는 것이다. 사실 그 땅은 하느님이 자신을 위해 남겨두었던 몫으로, 천국과 가장 흡사한 땅이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와인의 발상지인 조지아에서 와인은 신이 내린 선물이자 숭배의 대상이고,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이다. 오죽하면 소비에트 시절 러시아인들이 조지아 정교회를 탄압하는 것뿐 아니라 포도나무까지 잘라 버렸겠는가. 트윈스 와인 셀러의 와인 라벨에는 이런 말이 써 있다. “크베브리를 여는 순간은 태양이 떠오르는 것과 같다”고. 

그래서 와인 맛이 어땠냐고? 마셔 본 모든 조지아 와인이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 와인을 마시는 동안 우리는 대체로 행복하고 흥겨워졌었다. 처음 와인이 만들어졌던 시대, 문명 이전에 누렸던 원초적인 행복에 가까워지는 듯했다. 물론 마실수록 그 맛에 익숙해진 영향도 있을 것이고 조지아의 와인에 녹아든 사람들의 성품에 반해 버린 탓도 있을 것이다. 조지아 와인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강직하고 속정 깊은 이곳 사람을 분명히 닮았다. 
 
*조지아 전통 와인 제조법 | 놀라운 점은 조지아 와인이 지금도 아무런 인공 첨가물 없이 8,000년 전의 방법으로 생산된다는 것이다. 포도를 토기에 넣고 뚜껑을 덮어 밀랍으로 밀봉한 뒤 6개월 정도 숙성시킨 뒤 개봉한다. 크베브리 와인의 생명은 박테리아 관리에 있다. 그를 위해서 세척 과정에서 체리나무껍질로 만든 수세미만 사용하고, 와인을 떠내는 도구로는 표주박만을 사용한다.
 
*조지아 와인 품종 | 조지아에는 560가지 이상의 다양한 와인 품종이 있다. 3km마다 기후가 달라진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미세기후 때문에 같은 품종이라도 재배 지역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레드 와인 품종 사페라비Saperavi는 드라이한 편이다. 와인을 가열해 만든 전통 증류수로는 차차Chacha도 유명하다. 45~85도로 독하다. 

*타마다Tamada | 타마다는 연회의 주최자가 아니다. 위트와 센스가 넘치고 잘 생기고 모두의 호감을 사는 인물이어야 한다. 오직 타마다만이 건배를 제의할 수 있으니 언변이 좋아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트빌리시 구도심 거리에서 술잔을 들고 있는 타마다 동상이 있는데, 결코 잘 생긴 얼굴은 아니다. 
 
●조지안 와이너리 
 
 
크베브리 와인에 대한 모든 것
트윈스 와인 셀러Twins Wine Cellar 
지아Gia와 겔라Gala, 두 쌍둥이 형제가 1994년 나파레울리Napareuli에 설립한 현대적인 와이너리. 대형 크베브리를 제작하여 와인 항아리 내부를 체험하게 하는 등 조지아 전통 와인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107개의 크베브리를 보유해 연간 30만병 이상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식사와 숙박도 제공한다. 방문자들은 포도 수확이나 와인 담그기 체험도 가능하다. 시간이 없다면 야외 테라스에서 포도밭을 바라보며 즐기는 여유로운 오찬을 추천한다. 
 Telavi District 2211 Napareuli, Georgia  +995 32 242 40 42  
 www.facebook.com/TwinsWineCellar (페이스북)
 

 
전통음악에서 와인까지
꿩의 눈물Pheasant’s Tears 
페즌트 티어스는 시그나기에서 가장 유명한 와이너리 겸 레스토랑이다. 조지아인이 아니라 외국인이 운영하는 조지아 와이너리로도 유명하다. 미국인 화가인 존은 15년 전 실수로 구입한 조지아 민속음악 CD에 반해 이 나라를 처음 방문했고, 이제는 음악뿐 아니라 와인에도 푹 빠져 시그나기에 정착해 살고 있다. 300년 낡은 가옥을 개조한 레스토랑은 운치가 가득하다. 유창한 영어로 조지아 와인의 역사나 판매 중인 와인의 맛을 설명해 주는 것도 장점. 이름은 ‘최고의 와인만이 꿩에게 눈물을 흘리게 할 수 있다’는 조지아 전설에서 따온 것이다. 
 18 Baratashvili Street. Sighnaghi, Georgia 4200 
+995 899 53 44 84   www.pheasantstears.com  
 

세계가 인정한 치누리 와인
라고스 와인Lago’s Wine 
요즘 국제적으로 좋은 품평을 얻고 있는 라고스 와인은 수백년간 와인을 생산해 온 가문의 대를 이어 30년 전부터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라고씨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작품들이다. 연간 생산량이 5,000여 병밖에 되지 않아서 런던의 최고급 호텔인 리츠 호텔 등에만 소량 납품된다. 대표 와인은 카틀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치누리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와인이다. 
식당 옆 건물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크베브리들을 볼 수 있는데 오래된 것은 300년이 넘었다. 점심 식사를 시작하려고 하자 라고의 아내가 나서서 염소뿔잔에 와인을 채우고 러브샷을 권한다. 라고스 와이너리는 사실 한시절 취해서 놀기에 딱 좋은 소박한 전원주택이다. 
 Chardakhi, Mtskheta 3318, Georgia  +995 593 35 24 26
 

조지아 최고最古의 와이너리
치난달리 뮤지엄Tsinanali Museum 

조지아 와인을 병에 담아 운반하게 된 역사는 길지 않다. 러시아에서 서양식 병입법을 배워서 조지아 와인을 운송할 수 있게 기여한 사람이 바로 알렉산더 챠브챠바드제Alexander Chavchavadze, 1786~1846년다. 1835년에 만든 그의 집은 1947년부터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당시 귀족의 화려한 생활모습과 함께 조지아 예술가들의 예술작품, 와인 관련 유물들을 보여 주고 있다. 조지아 최초로 유럽형 조경을 도입한 그의 정원에는 미로 한가운데 소원쪽지를 매달아 놓은 소망나무도 있다. 지하 와인 저장고에는 1839년에 생산된 사페라비 와인을 포함해 1만6,500여 병의 와인이 저장되어 있으며 테이스팅도 가능하다. 
 Tsinandali village, Georgia   성인 5GEL 와인 테이스팅 7GEL 
10:00~19:00(내부촬영 금지)   www.tsinandali.com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이승무
취재협조 터키항공 www.turkishairlines.com, 조지아관광청 www.georgia.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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