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 이열치열의 계절 육개장
[DINING] 이열치열의 계절 육개장
  • 트래비
  • 승인 2016.07.2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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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 건져 올리면 따라오는 건더기만 한 움큼이다. 
여기에 고추기름 베이스의 얼큰한 국물 한 입까지 떠먹으면 뱃속이 든든해지면서 왜 우리 선조들이 육개장으로 몸을 보했는지 알 수 있다. 육개장은 한국의 전통 탕반 중 채소와 육류의 밸런스가 잘 맞으면서 얼큰하고, 파에서 우러나는 은근한 단맛이 매력적인 음식이다. 냉면의 계절이라고? 천만에. 여름은 이열치열 육개장의 계절이다.

에디터 트래비  자료제공 월간식당 www.foodbank.co.kr  
* 1985년 창간한 <월간식당>은 한국 외식산업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외식산업 종합정보지입니다.
 
 

순종이 육개장을 먹고 눈물을 흘린 까닭

“이제야 알았습니다. 순종임금이 왜 이 음식을 먹으며 눈물을 흘렸는지… 이 쇠고기 탕에는 조선의 모든 것이 담겨있습니다. 평생 묵묵히 밭을 가는 소는 조선의 민초요. 고추기름에는 맵고 강한 조선인의 기세가, 어떤 병충에도 이겨내는 토란대에는 외세의 시련에도 굴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고사리에는 들풀처럼 번지는 생명력이 담겨 있습니다. 나라를 잃고 상심한 임금에게 대령숙수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조선의 정신을 아뢰었던 것입니다. 순종임금은 대령숙수의 그 마음을 읽은 것이지요. 그래서 눈물을 흘렸던 것입니다.”
 
영화 <식객食客>의 대사다. 조선의 마지막 황제였던 순종이 나라 잃은 슬픔에 식음을 전폐하고 있을 때 대령숙수가 올린 육개장 한 그릇을 눈물을 흘리며 남김없이 다 먹었다는 일화다. 조선의 왕까지도 사랑했던 육개장은 그 역사만 100년이 넘는다. 곰탕, 설렁탕에 이어 ‘세기’의 역사를 지닌 몇 안 되는 한국의 전통 탕반음식이다. 현재는 고사리와 숙주나물, 토란, 대파 등의 채소와 쇠고기를 푸짐하게 넣은 시뻘건 장국을 육개장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육개장은 개장狗醬에서 비롯됐다. 

지금도 복날만 되면 보신탕을 챙겨 먹는 것처럼 선조들도 마찬가지 보양식으로 개장, 즉 보신탕을 즐겨 먹었다. 삼국시대 유적지에서도 개 뼈가 자주 발견될 정도로 우리 민족의 보신탕 사랑은 각별했다. 개장을 유별나게 좋아했던 지역은 경상도다. 안동의 양반 집안에서도 잔치나 경사가 있으면 개를 잡아 개장국을 끓여 먹었다. 개장 철에는 당연히 개가 귀했다. 개가 품귀현상을 보일 때마다 마을 어른들은 병들거나 나이 든 소를 공동 도축해 국을 끓였는데 그게 육개장의 시작이다. 현대에 와서도 개고기 식용에 대한 찬반이 갈리는 것처럼 당시에도 개고기를 거부하는 일부 양반가들에 의해 개고기 대신 쇠고기를 넣은 육개장을 만들어 먹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는 ‘개고기가 식성에 맞지 않는 자는 쇠고기로 대신하고 이를 육개장이라고 하여 시식을 빠트리지 않았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1929년 종합잡지 <별건곤>에서는 ‘남도지방 시골에서는 ‘사돈양반이 오시면 개를 잡는다’고 할 정도로 개장이 여간 큰 대접이 아니다. 이 개장은 기호성과 개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정까지 살피고 또는 요사이 점점 개가 귀해지는 기미를 엿보아서 생겨난 것이 곧 육개장이니 간단하게 말하자면 쇠고기로 개장처럼 만든 것인데(…생략)’과 같은 내용도 엿볼 수 있다. ‘개를 대신한 쇠고깃국’이라고 해서 ‘대구탕代狗湯’으로 부르기도 했고 일부 양반가에선 쇠고기 대신 닭고기를 넣은 ‘닭개장’을 즐겨 먹기도 했다. 
 
 
‘진짜’ 육개장의 시작은 대구

고추기름이 동동 떠 있는 맵고 얼큰한 육개장은 일제시대 이후 대구에서 시작됐다. 그전까지만 해도 개장이나 육개장은 된장 베이스 국물이었고 얼큰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추어탕처럼 산초가루를 가미하는 정도였다. 고춧가루가 한국에 처음 들어오면서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614년 무렵. 풍물지리서인 <지봉유설>에서 고추에 대한 기록이 처음 발견됐다.  물론 1910~1940년 무렵까지는 대구에서도 매운 육개장을 먹지 않았다. 고추를 디딜방아나 돌확에 넣고 빻았기 때문에 고추 입자가 굵어 제대로 된 고추기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말 때만 해도 대구읍성 근처 육개장은 지금만큼 붉지 않았다. 1942년 오픈한 대구의 대표적 해장국집인 ‘청도집’도 고춧가루가 거의 배제된 우거지해장국 스타일의 국밥을 냈다. 일제시대 이후 고추를 분말처럼 갈 수 있는 고성능 기계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처럼 매운 육개장이 완성됐다. 

대구 육개장의 특징 중 하나는 붉고 걸쭉한 고추기름이다. 국이 끓기 시작하면 녹인 쇠기름과 고춧가루로 고추기름을 만들어 넣는다. 칼칼하면서 약간은 기름진 듯한 묘한 매운맛이 돈다. 조선시대 경상감영의 정문 격인 대구 영남제일관 앞거리에 매운 육개장을 만들어 파는 집들이 생기면서 대구식 육개장 인프라가 형성됐고, 현재의 육개장 모습으로 완성된 것이다.
 
 

●‘육개장 춘추전국시대’ 육개장 바람 다시 불어

육개장 맛집은 전국적에 골고루 포진해있다. 서울은 ‘우래옥’과 ‘한일관’, ‘부민옥’이 대표적이다. 최근 등촌동 ‘명랑식당’도 미식가들 사이에서 각광 받고 있는데 명랑식당은 대전 매장이 본점으로 이미 전국구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경북 안동 신시장 내 위치한 ‘옥야식당’은 육개장 베이스에 선지를 넣은 ‘해장국’ 스타일의 육개장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충남 천안의 ‘온달네식당’은 잘게 찢은 쇠고기와 떡심을 푸짐하게 담아낸 육개장에 천년초 분말을 넣고 지은 쌀밥을 함께 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돼지국밥의 발상지인 부산에도 유서 깊은 육개장전문점이 있다. 60년 전통의 ‘태화육개장’이다. 이 집은 토란대나 고사리 대신 숙주나물과 쇠고기, 소면을 넣고 고추기름 대신 고춧가루를 사용해 칼칼한 국물의 독자적인 육개장을 구현한다. 

대구는 육개장의 본고장인 만큼 다양한 개성의 육개장집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대파와 쇠고기가 푸짐하게 들어간 정통 육개장전문점으로는 ‘옛집’과 ‘온천골’, ‘진골목’, ‘벙글벙글식당’이 있고 따로국밥 스타일로는 ‘국일따로국밥’과 ‘교동따로국밥’, ‘한일따로식당’, ‘대덕식당’ 등이 있다. 우거지와 선지가 메인이 되는 대덕식당의 육개장은 엄밀히 따지면 ‘선지해장국형 육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에는 사골육수를 바탕으로 하는 곳도 있고 일반 반가의 쇠고깃국처럼 양지머리 육수로 국을 끓이는 집도 있다. 벙글벙글식당은 ‘파개장’이라고 불릴 만큼 큼직하게 썬 대파를 수북하게 담아낸다. 요즘은 이러한 파개장 스타일의 육개장이 대세다. 얼큰하면서도 은은하게 도는 단맛으로 젊은층을 공략한 것이다. 

각 지역별 소문난 육개장 맛집 외엔 아직까지 푸짐하고 완성도 높은 육개장을 제대로 내는 육개장집이 많지 않다.

육개장은 다양한 나물과 채소를 넣고 끓여 식감이 살아있고 국물이 느끼하지 않아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맵고 얼큰한 국물에 대한 선호가 있다. 육개장만의 분명한 강점이다.

●지금은 육개장 프랜차이즈 전성시대
 
육개장 전성시대가 왔다. 언제부터인가 육개장 전문 식당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 프랜차이즈 시장은 육개장 3파전이 한창이다. ‘육대장’에 이어 ‘이화수전통육개장’과 ‘홍익궁중전통육개장’이 차례로 문을 열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세 브랜드의 공통점은 쇠고기와 파를 듬뿍 넣은 파개장 스타일의 육개장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고사리와 숙주, 토란대 등 기존 정통 육개장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생략하고 쇠고기 양지 육수에 파의 단맛으로 자연스러운 단맛을 낸 전통 파개장을 전문화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육개장설렁탕·양지무침·양지냉면 등 다양
육대장
 
‘육대장’은 육개장 3대 브랜드 중 프랜차이즈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2011년 인천 남촌동에서 소담골이라는 상호로 오픈, 옛날식 정통 육개장전문점을 내세우며 4~5가지의 육개장과 한방 보쌈으로 인천 대표 맛집에도 선정됐다. 

육대장 브랜드로 가맹사업을 시작한 건 2013년 1월이다. 가마솥 전통 방식으로 양지머리와 사골을 우려낸 육수에 파와 양지를 푸짐하게 넣어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한 그릇 보양식으로 젊은 입맛을 공략했다. 가맹점을 매년 50여 개씩 오픈하며 현재는 170여 개까지 규모를 확장했고 미국과 일본, 중국, 필리핀까지 진출해 해외에서도 한국 전통 육개장을 알리고 있다. 

호주 청정우를 비롯해 HACCP 인증을 받은 신선한 재료만 사용하고 있으며 전국 육개장 맛집을 다니며 육개장 양념을 개발, 칼칼하고 중독성 있는 매운맛을 구현했다. 

육대장의 가장 큰 장점은 인천 본점(구 소담골)에서 실제로 판매했던 이색 육개장 메뉴를 그대로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사골+양지머리 육수에 매운 양념을 가미하지 않고 쇠고기와 파만으로 담백한 맛을 낸 육개장설렁탕과 삶은 양지고기를 매콤하게 무쳐 술안주로 좋은 양지무침, 차게 식힌 양지 육수에 냉면과 쇠고기를 올린 양지냉면 등을 구성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옛날전통육개장·육개장설렁탕·황태설렁탕 각 8,000원, 양지냉면 7,000원, 대장갈비찜 3만원, 간장보쌈 2만원, 양지무침 1만5,000원
 
 
정성껏 끓여낸 웰빙 육개장
이화수 전통육개장
 
‘이화수전통육개장’ 역시 전통 파개장 스타일의 육개장을 구현한다. 신선한 파와 양지고기를 넣고 달착지근하면서도 감칠맛을 잘 살린 육개장이다. 옛날에는 쇠고기 때문에 육개장을 보양식으로 꼽았다면, 이화수전통육개장은 파의 영양성분에 포인트를 두고 웰빙 탕반음식으로 육개장을 어필하고 있다. 이화수전통육개장은 업소용 대형 솥에 한꺼번에 끓여 한 그릇씩 퍼서 제공하는 일반 육개장집과 달리 1인용 용기에 각각 따로 끓여 제공한다. 대량으로 끓일 때보다 양념과 재료를 정량으로 넣고 끓여 감칠맛이 균일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시그니처 메뉴는 차돌박이 육개장과 맑은 육개장이다. 차돌박이의 고소한 기름이 육개장 국물에 배어 첫 맛은 얼큰하고 맵지만 끝으로 갈수록 고소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맑은 육개장은 사골육수에 대파와 양지고기를 찢어 넣고 풀풀 끓인 것으로 담백하고 묵직한 맛이 일품이다. 이 외에 모둠수육전골, 전통보쌈, 전통족발 등 메뉴도 다양하다.

전통육개장·맑은육개장 각 8,000원, 차돌박이육개장 9,000원, 한판보쌈 1만원, 모둠수육전골·양지육개장전골 각 3만2,000원
 

쇠고기안창살과 당면이 들어간 
홍익궁중 전통육개장
 
‘홍익궁중전통육개장’은 우리나라 고유의 홍익정신을 기지로 출발한 육개장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2014년 3월 론칭했으며 사골육수에 대파와 쇠고기 안창살, 당면 등을 주재료로 끓여낸 전통 육개장과 한방재료로 삶아낸 궁중보쌈이 주력 메뉴다. 

홍익궁중전통육개장의 육개장은 비교적 묵직하고 부드러우며 마일드한 맛이 특징이다. 사골과 양지머리를 오랜 시간 끓여 육수를 내는 데다, 기름기가 많아 주로 구이용으로 내는 안창살과 당면이 들어가기 때문에 국물이 녹진한 편이다. 전체적으로 간이 세거나 많이 맵지 않기 때문에 궁중얼큰육개장 메뉴를 별도로 구성해 청양고추를 올려 제공한다. 

홍익궁중전통육개장은 여름철 3대 보양식 중 하나인 닭개장도 판매한다. 신선한 닭가슴살과 대파, 한방재료를 넣고 끓여 닭개장만의 구수한 감칠맛이 돈다. 궁중보쌈은 매콤하게 절인 매실장아찌와 함께 제공해 차별화했다. 

궁중전통육개장·궁중얼큰육개장·궁중육개장칼국수·궁중전통닭개장 각 8,000원, 궁중양지무침·궁중보쌈무침 2만원, 궁중육개장전골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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