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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경로 재탐색 중 입니까?

  • Editor. 김기남
  • 입력 2016.11.01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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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만들었는지 내비게이션은 참 신통방통한 물건입니다. 내비게이션의 등장으로 지도와 이정표에 의지하던 자동차 여행은 혁명에 가까울 정도로 변화했습니다. 초행길 여행도 어렵지 않게 됐고 렌터카가 제주여행의 필수품이 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기능도 계속 업그레이드돼서 이제는 미로처럼 얽힌 베니스나 뉴욕의 뒷골목 맛집도 척척 찾아갈 수 있습니다.
 
쓸모가 많으니 이용이 잦고 자주 쓰니 점점 의지하게 됩니다. 얼마 전 망리단 길이라는 별칭까지 생긴 망원동에 마실을 다녀왔습니다. 오래된 동네의 골목은 복잡했지만 내비게이션 덕에 망원시장을 찾는 것도 시장 앞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는 것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막히는 길도 대략 파악할 수 있어서 아는 길도 일단 검색을 해 보고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편리하지만 바보가 된다는 말도 나옵니다. 내비게이션에 의존해 다녀 온 길은 기억에 잘 남지가 않아서 다시 갈 때도 초행길처럼 헤매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가는 여행지에서 출구를 놓치기라도 하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더구나 해외에서라면 “경로를 재탐색합니다”라는 안내 멘트가 다급한 경고이자 질책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벌써 11월입니다. 설정해 놓은 길로 잘 걸어왔나 돌아보게 되는 시기입니다. 잠깐만 생각해도 연초에 세운 계획은 어긋나기 일쑤였고 ‘왜 그랬을까’ 후회되는 일도 많습니다. 엄격한 기준을 들이밀지 않더라도 ‘참 잘했어요’를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경로 이탈로 재탐색 경고를 받아도 수십 번은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 여행을 하다 보면 설정된 경로를 놓친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만나기도 합니다. 가슴을 탁 치는 절경을 마주할 수도 있고 오히려 사람이 덜 붐비는 후문에 도착한다거나 숨은 맛집을 발견할 수도 있지요. 엄청 돌아가게 생겼다 싶었는데 정작 1~2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때도 수두룩합니다. 아직 11월입니다. 처음 설정과는 조금 다른 길 위에 있다고 낙담하거나 조급해 하지 마세요. 내비게이션의 안내가 항상 정답이 아니듯 남들이 가지 않는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닙니다. 극적인 반전의 마무리가 가능한 11월입니다.   
 
<트래비> 편집국장 김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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