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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의 기술] 여행지의 잠 못 이루는 밤, 별 사진 잘 찍는 법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11.30 15: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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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사진 잘 찍는 법
star photography

건강하게 여행하려면 밤에는 푹 잠을 자야 하는 게 바람직한 여행의 원칙. 
하지만 밤하늘에 별이 많이 보이는 지역이라면 참 곤란한 딜레마에 빠진다. 
“저 별을 바라보고 또 사진으로 찍다 보면 금세 동이 틀 텐데 피곤해서 어쩌누…. 
그래! 잠이 대수랴! 내일 차 안에서 쪽잠을 자더라도 오늘 밤은 꼭 저 별을 찍고 말리라!” 
이렇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같은 사람들에게 필독을 권하는 
‘별 사진 찍는 법’을 소개한다.
 
촬영지ㅣ스위스 벵엔 카메라ㅣCanon EOS 6D,
초점거리 16mm, 촬영모드 M(매뉴얼)모드,
ISO 3200, 조리개 F2.8, 셔터스피드 15초
 

밤하늘의 별을 따다 어떻게 카메라에 넣을까?  
 
별 사진을 잘 촬영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좋은 카메라일까? 노련한 기술일까? 정답은 싱겁게도 맑은 날씨다. 구름이 많으면 별이 안 보이는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별을 잘 찍고 싶다면 여행지에서 노심초사 일기예보에 촉각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달 뜨는 밤은 로맨틱하지만 별 촬영과는 상극이다. 달빛은 생각보다 무척 밝기에, 특히 보름달밤에는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별 관측과 촬영을 목적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그믐 기간에 여행을 떠난다. 또한 달이 뜨고 지는 시간도 매일 다르므로 달이 낮은 시간을 노려야 한다.

이 사진 또한 그런 조건에서 촬영했다. 스위스 알프스의 융프라우 봉이 있는 베르너 오버란트 지역을 여행한 것은 다행히 달이 없는 그믐 기간이었다. 날씨만 맑으면 최고의 조건인데 머물렀던 3일 중 하룻밤이 구름 하나 없이 별이 총총했다. 마침 은하수도 잘 보이는 7월이었기에 은하수가 동남쪽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자정 무렵, 삼각대에 카메라를 단단히 물리고 하늘을 최대한 넓게 담을 수 있는 광각렌즈를 준비했다. 촬영 모드는 M(수동)으로 하고 워낙 어두운 환경이므로 ISO는 3200까지 올렸다. 조리개는 렌즈 최대 개방 조리개값인 F2.8로 설정했다. 그리고 셔터스피드는 별의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도록 적당하게 15초 정도로 설정했다. 30초 정도의 더 느린 셔터스피드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별은 북반구의 경우 북극성을 중심으로 움직이기에 별이 직사각형 모양으로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초점은 AF(자동초점)로 멀리 떨어진 마을의 불빛에 맞춘 뒤, 반셔터를 누른 채 MF(수동초점)로 전환을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릴리즈의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탄생한 알프스의 별 사진.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의 길이 선명하게 담겼고, 별은 정말 쏟아지는 듯했다. 이렇게 별이 가득 담긴 이유는 카메라 세팅과 촬영법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날씨가 맑았고 그믐밤인데다 또 촬영을 한 지역의 고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이 날 묵은 호텔은 해발 1,620m에 자리 잡은 알프스의 산골마을 벵엔. 고도가 높을수록 별은 더 잘 보이고 또한 이런 시골에는 밤에 별 관측을 방해하는 광공해가 거의 없기에 총총한 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여행에서 정말 환상적인 별을 만나고 싶다면 이렇게 시기나 장소의 선택이 무척 중요하다.
 
●별을 촬영하기 위한 카메라 세팅
 
‘별 볼 일’이 없어서 그렇지 별만 잘 보인다면 생각보다 별 촬영의 기술적 부분은 그리 어렵지 않다. 여행 중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만났다면 아래의 내용들을 참조해서 황홀한 밤하늘의 보석들을 담아 보자.
 
▶카메라와 렌즈 설정하기 
Basic Setting for Star
 
별 촬영은 크게 별의 점상 촬영과 궤적 표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반적인 설정은 동일하다. 단 점상이나 은하수를 표현할 땐 셔터스피드를 보다 빠르게 설정하고(15~20초), 궤적용 컷을 찍을 땐 셔터스피드를 30초 혹은 그 이상으로 설정하고 릴리즈의 셔터록 버튼을 이용해 연사 모드로 촬영하는 게 다른 점이다. 촬영 환경이 무척 어두우므로 삼각대는 필수다.

RAW로 촬영한다.
고품질의 별 사진을 갖고 싶다면 후보정 과정이 필요하기에 보정이 용이한 RAW 파일이 필요하다. 한편, 별 궤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JPEG가 편하므로 RAW+JPEG로 촬영하는 게 가장 무난하다.

M(수동) 모드로 찍는다.
그리고 노출을 조절해가며 찍는다. 노출은 약간 밝으면 후보정하기에 더 좋다. 어둡게 찍을수록 후보정시 화질이 깨지고 노이즈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렌즈의 최대 개방 조리개값까지 개방한다.
조리개를 열수록 적정노출을 잡기 쉽고 별도 보다 굵게 표현된다. 평소라면 광각렌즈로 풍경을 촬영할 때 조리개를 많이 개방할 일이 거의 없지만 별 촬영시에는 최대 F2.8까지 개방하면 좋다. 그래서 최대 개방 조리개값이 밝은 렌즈가 유리하다.

파랗게 찍어라.
우리가 객관적으로 느끼는 밤하늘의 색상은 파란색에 가까운, 색온도(캘빈값) 기준으로 대략 3500K 전후다. 하지만 RAW로 촬영한다면 AWB(오토 화이트밸런스)로 촬영해도 무방하다.

정지컷인가 궤적 사진인가에 맞춰 셔터스피드를 조절하라.
별은 일주운동을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빨리 이동한다. M 모드에서 최대로 느린 셔터스피드인 30초로 놓고 촬영하면 별이 직사각형 모양으로 일그러진다. 그래서 별을 동그랗게 담고 싶다면 15~20초 정도가 좋다. 적정노출에서 약간 밝은 정도로 노출계를 기준으로 잡고 조리개는 최대개방에서 ISO를 조절해가며 15초 정도를 맞춘다. 그러나 궤적을 염두에 둔 경우라면 나중에 촬영한 사진들을 합치기 때문에 셔터스피드가 길어도 상관없다. M 모드라면 30초. 벌브 모드라면 그보다 훨씬 긴 1~5분 정도로 셔터스피드를 줄 수도 있다. 아주 어두운 곳이라면 오래 노출할수록 ISO를 낮출 수 있어 노이즈를 억제할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벌브 모드가 유리하다. 벌브 모드로 별 궤적을 촬영할 때는 인터벌 릴리즈가 필요하다.

손떨림 방지 기능을 꺼라.
야경 등 장노출 촬영의 공통사항이지만 렌즈의 손떨림 방지기능인 IS와 VR 등은 모두 ‘OFF’로 해놓는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손으로 들고 찍을 땐 모터의 작동이 손떨림을 방지하지만 장시간 노출할 때는 진동으로 사진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캐나다 밴프
별을 촬영하다 보면 가끔 원시인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지구는 밤을 밝히는 불빛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불빛은 별이 안 보이게 하는 가장 큰 적. 오죽하면 광공해라 부르랴. 하지만 또 암흑세상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우리 현대인이기에 전기를 발명한 에디슨에게 감사하며 도심이나 호텔 같은 곳에서도 주어진 대로 별을 촬영해 보기도 하자. 자동차가 질주하는 캐나다 밴프의 한 도로에서 촬영한 이 사진에서 자동차의 빨간 후미등이 길게 궤적으로 표현된 모습이 그렇게 흉하지는 않은 듯하다. 외려 밤 하늘의 별과 인류의 문명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 것 같은 느낌은 필자만이 받는 감흥이려나.
 
 
한국 제주
별 촬영할 때마다 구름 한 점 없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삼대가 덕을 쌓고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 않고서야 어찌 촬영할 때마다 맑은 날씨를 만나랴. 요즘 꽤 정확해진 기상청의 예보를 철석같이 믿고 갔건만 생각하지 못한 구름이 나타났다면 좌절하지 말고 꿋꿋이 별을 촬영해 보자. 느린 셔터스피드로 촬영을 했기에 구름의 움직임이 표현되면서 그 사이에서 총총히 빛나는 별을 촬영할 수 있다. 제주도 삼다수 목장에서 촬영한 이 사진에서처럼 때로는 다 보여 주는 것보다 살짝 가린 상태에서 보이는 별이 더 섹시하기도 하다.
 
 

▶초점 맞추기
Focus in Darkness
 
별 촬영을 위해 기본적인 설정은 그리 어려울 게 없는데 초점 맞추기가 난제다. 별을 제외하고 아무 불빛도 없는 상황이라면(역설적으로 광공해가 전혀 없는 별 촬영에 완벽한 상황) AF(자동초점)로 초점을 맞출 재간이 없다. 그래서 MF(수동초점)로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이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통상 렌즈의 초점링을 무한대(∞)까지 돌린 후 다시 반대로 살짝 돌려가며 촬영 후 액정으로 초점이 맞는지 확인하며 촬영을 해야 하는데 최소 3~4번 정도의 테스트를 해야 하며, 맞췄다 하더라도 별 궤적을 촬영할 때는 초점이 칼같이 맞았는지 확신을 하기 힘들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불빛이 존재하지 않는 지역은 거의 없기 때문에 위 방법보다는 렌즈의 AF 상태에서 반셔터로 ‘띠딕’ 초점을 잡은 뒤 셔터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MF로 변환을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초점이 고정되기 때문에 렌즈의 초점링을 건드리지 않는 한 초점이 계속 맞게 된다.
 
 

 
▶구도 잡기
Lower Angle

 
별만 찍어도 아름답겠지만 별만 있으면 사진이 심심한 게 당연하다. 별이 총총한 밤하늘과 조화로운 피사체가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별 사진이 탄생한다. 그래서 멋진 산이나 조형물이 있는 장소가 별 촬영지로 인기가 많다. 특별한 피사체가 없다면 실루엣을 시도해 보면 좋다. 나무가 가장 대표적인 실루엣일 텐데. 나무조차 없다면 사람을 실루엣으로 표현하면 된다. 함께 간 사람이 모델 역할을 하면 되며 혼자라면 무선 리모컨이나 10초 타이머로 설정, 자신의 실루엣을 담을 수도 있다. 이때 하늘을 넓게 담고 하늘의 밝은 부분에 실루엣이 나와야 도드라지게 표현된다. 그래서 화각은 넓을수록, 앵글은 아래에서 위로, 로우앵글로 촬영하면 좋다.
 
 
한국 화천
밤에 탁 트인 높은 곳에 올라 별을 바라보면 “하늘이 이토록 넓었구나” 새삼 감탄하게 된다. 이렇게 넉넉한 밤하늘을 다 품기에 내 카메라의 소양은 밴댕이 소갈딱지처럼 좁기만 하다. 어안렌즈라 불리는, 초점거리가 극도로 짧은 렌즈를 이용하면 되긴 하지만 둥그렇게 왜곡이 너무 심하다. 밤하늘을 넓게 담고 싶을 때 쓰면 좋은 방법은 파노라마 촬영이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세로로 물리고, 조금씩 방향을 오른쪽으로 옮기면서 한 컷씩 촬영을 한다. 촬영한 사진들을 나중에 포토샵 등의 편집 프로그램으로 합치면 화천 조경철 천문대에서 촬영한 이 사진처럼 하늘이 넓게 담긴 파노라마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인도 자이살메르
별을 촬영할 때 궤적 표현이나 은하수에 구애받지 않고 별 점상(정지컷)을 찍는다면 어떤 방향으로 촬영을 하든 상관없다. 하늘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은 금성. 저녁에는 서쪽 하늘에서 반짝이고 새벽이 가까워 오면 동쪽에서 반짝이는 샛별이 들어가면 보다 더 좋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별과 별자리, 그리고 하늘과 함께 담는 피사체가 잘 나타나는 방향으로 설정해 촬영을 하면 된다. 별은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므로 셔터스피드는 15~20초 정도가 적당하다. 인도 자이살메르 인근의 타르 사막에서 하룻밤 자며 찍은 이 사진에서 낙타와 몰이꾼 아저씨는 무려 20초 동안 ‘얼음땡’을 했다는 전설!
 
 
몽골 궁가로트
별 촬영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별의 움직임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것. 별은 북반구에서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남반구에서는 남십자성을 중심으로 일주 운동을 한다. 이것을 사진으로 표현하면 별의 움직임이 궤적(선)으로 표현된다. 이런 움직임을 한 장으로 표현하려면 무척 오랜 시간 동안 노출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어두운 상황이라도 오랫동안 노출을 하면 사진이 하얗게 과다노출로 나오기 마련. 그래서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을 할 때는 연속해서 여러 컷을 촬영해 포토샵이나 별 궤적 프로그램에서 사진을 한 장으로 합치기도 한다. 몽골의 게르와 함께 촬영한 이 사진은 북극성을 향해 셔터스피드를 30초씩 해서 연사 모드로 약 40분 동안 80컷 정도를 촬영해 별 궤적 합성 프로그램인 ‘스타 트레일즈(Star Trails)’로 합친 사진이다. 오래 촬영할수록 별의 일주운동을 더 오래 담을 수 있기에 별 궤적도 길어지게 되며 밤하늘에 구름이 적은 겨울이 별 궤적 촬영하기에 좋은 시즌이다. 철저한 방한대비는 필수!
 
 
 
이탈리아 토스카나
별 궤적사진도 아름답지만 별 촬영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은하수다. 은하수도 기술적으로는 별 점상 촬영과 다를 바가 없지만 은하수가 보이는 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은하수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은하수는 북반구의 경우 4월에서 9월까지, 여름철에 가장 잘 보이며 동쪽 끝 황소자리에서부터 시작해 남쪽 끝 전갈자리까지 이어진다. 가을과 겨울에도 은하수를 볼 수 있지만 상당 부분이 지평선에 넘어가 있기에 아름다운 은하수를 촬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은하수가 잘 보이는 시즌에도 동쪽에서 뜨는 별은 매일 4분씩 빨리 떠오르기 때문에 매달 은하수 촬영의 최적 시간은 달라진다. 5월에는 새벽 1시경, 6월에는 밤 11시경, 7월에는 밤 9시경에 은하수를 목격할 수 있고 그로부터 2~3시간 뒤에는 하늘 중간을 가로지르게 되고 점점 남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5월의 그믐밤,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에서 올리브 나무와 함께 은하수를 표현한 이 사진을 촬영한 시간은 새벽 2시경이었다.
 
 
몽골 노마디크 초원
은하수는 하늘을 가로질러 꽤 넓게 분포되어 있지만 사진으로 표현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지평선 부근이다. 은하수에서 가장 밝고 또 암흑대가 뚜렷이 잘 표현되는 지점은 남쪽의 궁수자리와 전갈자리이므로 그 지점을 집중해서 잘 표현해야 한다. 별 잘 보이기로 소문난 몽골의 대초원에서 이렇게 은하수의 핵심 지점을 목도하는 순간은 짜릿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 선명하게 보이는 궁수자리를 뒤로하고 함께 간 동료에게 유목민의 활을 들려 진짜 궁수처럼 사진을 찍었다.  
 
글•사진 김경우 작가 에디터 트래비
 
여행사진가 김경우 | 10년간의 잡지 기자 생활을 마치고 틈만 나면 사진기 한 대 들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 좋아 발 닿는 대로 다녔으나 늦둥이 아들이 태어난 뒤, 아이에게 보여 줄 오래된 가치가 남아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니고 있다. 윗세대로부터 물려받아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소중한 것들이 아직 무한히 많이 남아 있다고 믿고 있다. www.woos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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