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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2017 호텔의 숙제, 유통구조 들여다보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01.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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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매일 이야기를 나누는 수 많은 호텔 경영자, 실무자들은 2017년 새해에 대한 전망을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얘기한다. 과도한 신규호텔 공급과 중국시장의 불안정성이 이유다. 그런 호텔 관계자분들에게 완곡하지만 단도직입적인 나의 반응은 “엄살떨지 마라”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2017년은 엄살떨고 있을 시간이 없는, 호텔업계의 자구 노력이 절실한 해’라는 것이다.

현실은 누구나 인식하듯 녹록하지 않다. 많은 신규호텔들이 시장에 진입했고 그런 반면 또 많은 호텔들이 매물로 쏟아지기 시작한다. 금융권은 숙박업에 대해 얼어붙어 신규 PF 등의 자금융통 벽은 점점 높아가고, 전문 호텔운영사를 표방하며 어쭙잖게 호텔운영을 시작한 많은 운영사들이 적자와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미우나 고우나 호텔 객실을 채우는 역할을 하며 공룡이 되어버린 중국 물량들은 우리 호텔들의 가동률과 객 단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며 갑질을 시작했다. 숲 속에 들어가 나무들 틈에 끼어있자니 어떤 길을 가야 할지 혼란스럽고 눈은 침침하다. 

하지만 호텔업계의 향후 지표는 나쁘지 않다는 것에 나는 손을 들고 싶다. 2014년 9만2,150실이었던 관광호텔업 기준의 객실공급이 2016년에는 11만 객실에 육박하며 공급 물량이 늘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곤란한 점일 수 있지만 2016년 1,700만 명을 기록한 입국자 수에 비하면 미래를 준비할 당연한 인프라 구축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숙박시설 부족을 강변하던 시대를 거쳐 어찌 됐던 11만 객실 이상의 객실공급이 이뤄졌다. 공급이 늘어난 만큼 외래 관광객 입국 지표도 숫자상으로는 상승세 이므로 전체적인 그림이 나쁘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최근 호텔들이 갖고 있는 이 불안정성의 요소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호텔객실의 유통구조에 대한 이해와 대책이 잘 세워져 있는가’하는 부분을 유심히 봐야 한다. 

한국 호텔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외국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2016년 11월까지 입국자 누계 비중이 일본 13.2%, 중국 47.4%다. 한국을 둘러싼 두 국가로부터의 유입이 60%를 넘어가고 있으며 중국의 증가로 이 편중현상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 호텔들은 적어도 이 두 이웃 나라 안에서 ‘나의 호텔이 어떤 유통경로를 통해 어떤 소비자를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한 상세내용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지에 대해 냉정한 자기 성적표를 작성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유통구조의 변화는 최근 5년간 급격히 이뤄졌다. 일본에서 한국에 송객을 주도하던 여러 여행사들 중 HIS와 JTB World Vacations의 2강 구조가 더욱 견고해 졌고, OTA의 강자인 Rakuten Travel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나 싶더니 DeNA Travel과 같은 새로운 루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의 한국 호텔 유통도 글로벌 시장 흐름에 부합한다. 익스피디아와 같은 글로벌 대형 OTA를 통한 예약자수도 지속적인 증가 추세라 치열한 고객 점유 싸움이 물밑에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일본의 유통시장이 유지하는 한국 호텔에 대한 관점은 ‘싸야 팔린다’다. 이 유통연결 망의 틀 속에서 좋고 새로운 호텔 상품을 만들어 내봐야 금세 빛이 바래고 마는 유통구조의 늪을 현실로 느껴온 지 이미 오래이다.

업력이 채 10년도 안 되는 중국 시장의 상황은 더 험악하다. 합리적이고 좋은 것들을 찾아나서는 중국 내 FIT 고객의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여행관련 유통업체는 다수의 한국 내 인바운드 업체의 경쟁심을 활용했다. 어마어마한 물량을 배경으로 ‘싸지 않으면 보낼 수 없다’는 원칙을 한국 호텔업계에 각인 시키는데 성공했다. 그 성공은 객실을 채우기 위해 저가 단체 물량을 쓴웃음 지며 받아내야 하는 호텔의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싸야 많이 팔린다’는 만고의 진리를 어찌 뒤집어 놓을 수 있겠느냐만 싸게 많이 팔겠다는 전략만 존재하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빠져 나와야한다. 그러려면 각각의 호텔이 일부라도 제값 받고 고객을 유치할 좋은 호텔 상품을 유통업체에 끊임없이 제안하고 유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힘들고 먼 길처럼 보이더라도 그러한 교과서적인 노력이 없는 한 일본과 중국의 어떤 유통업체도 이 달콤하고 말 잘 듣는 한국의 호텔 시장에 대해 스스로 변화를 가져올 이유가 없다. 

2017년 벽두, 호텔들은 일본과 중국 유통업체들이 내놓은 한국 상품들 속에서 우리 호텔이 어떤 상태로 판매되고 있고, 어떤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으며, 향후 어떤 전략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자기분석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그저 실적만 바라보는 근시안에서 벗어나 각 국가의 유통업체를 통해 우리 호텔을 좋아 할 충성고객의 파이프라인을 형성한다는 의지와 전략이 생긴다면 국내 많은 호텔들의 호텔영업력과 서비스 수준의 향상은 자동으로 따라오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2017년도 우리 호텔들은 해야 할 일이 많은 희망의 해다. 
 
유경동
유가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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