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녹음을 마주하다, 다케오 신사
신비의 녹음을 마주하다, 다케오 신사
  • 트래비
  • 승인 2017.03.0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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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렌터카 여행②사가현 
다케오시(武雄市)
 
For Driver 
다케오시(武雄市) 는 제주올레와 합작해 만든 규슈올레길이 처음 생긴 곳이며, 가장 인기 있는 올레 코스이기도 하다. 시간이 없다면 다케오올레코스의 핫 스폿을 차로 둘러보며 잠깐의 산책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다케오 온천마을, 녹나무가 자리한 대숲 외에도 1,500년의 고분 유적이 있는 키묘지절(貴明寺)과 이케노우치 호수(池ノ内湖)를 따라 걷는 길이 아름답다. 다케오 올레 구간은 아니지만 인근에 아리타포세린파크 논노코노사토(有田ポーセリンパークのんのこの郷)도 들러 볼 것. 
 
다케오 신사로 들어가는 가파른 계단. 왼쪽으로 경사로가 있다
대숲으로 스미는 볕이 좋다
 

지금은 조용한 전설의 온천마을

첫날의 숙소는 다케오시의 온천마을. 1,300년 전부터 이름을 떨친 오래된 온천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붉은 누문이 위풍당당하게 서 어두운 골목을 밝힌다. 다케오 온천마을의 상징인 누문은 메이지 시대의 건축 대가인 다쓰노 긴고(辰野 金吾)의 작품이라고 한다. 도쿄역과 서울의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도 그의 작품이다. 

붉은 누문 바로 옆에 자리한 토요칸 료칸에 짐을 풀었다. 에도시대의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蔵)가 묵으며 상처를 치유했다는 곳이다. 로비에는 그가 누웠던 물자리를 고스란히 보존해 유리관으로 막아 두었다. 주변으로는 그의 생애를 엿볼 수 있는 각종 자료들을 소담히 모아두었다. 미야모토 무사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그는 양손에 쌍칼을 쥐고 무패 신화를 쓴 일본 제일의 검성으로 추앙받고 있다. 평생 69번의 일대일 승부를 겨뤘고 매번 이겼다는데, 그 이면에는 다소 실망스러운 비법이 있었단다. 상대의 결의를 말로 혹은 무례함으로 어지럽힌 후 검을 들었단다. 비열한 심리전의 대가는 일본 역사의 전설이 되었다. 
 
다케오 녹나무는 3,000년을 살았다. 신령하고 위엄 있는 모습이다. 밑동에 신당이 차려져 있다
염원이 많다. 모두 이루어지길
 
 
3,000년 산 녹나무의 위엄

이른 아침, 다케오 신사로 향했다. 사실, 신사에 대한 호기심은 뒷전이다. 누군가는 전범을 모신 신사라고도 했다. 다케오 신사의 진짜 주인은 신사 뒤편으로 울창하게 뻗은 대숲과 그 길 끝의 3,000살 된 녹나무다. 3,000년을 살았다면, 그것이 무생물일지라도 영험한 기운이 스미게 마련이지 않을까. 그러니 햇볕 받고, 숨 쉬고, 제 잎을 떨구고 붙이길 반복하며 자라나는 녹나무가 신비로 가득한 것은 당연지사다. 포근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대숲은 빛의 춤을 추듯 일렁였다. 아침 해가 낮게 걸린 덕이다. 그 리듬에 맞춰 한 걸음 두 걸음 천천히 걷길 5분, 드디어 녹나무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령만큼이나 높이 자란 나무는 보는 이의 기운을 한순간에 집어삼키는 듯하다. 거대한 나무 둥치는 독수리와 마주 보는 호랑이 얼굴의 형상으로 풍화되어 호기롭고 기묘한 기운을 뿜어낸다. 동행한 선배가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넌지시 알려 준다. 억만 분의 일의 확률로 일어날 기적이라도, 이곳에서 빌면 실현될 것 같다. 작은 소원은 시시해서 못 빌겠고, 너무 큰 소원이 실현되면 인생 허망해질 것 같아 결국 아무것도 못 빌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는 연리지가 있다. 이 나무도 소원을 들어준다. 연리지 사이에 매달린 구슬 엮은 줄을 흔들면 연인이나 부부가 사이좋게 지낸단다. 제 힘으로 애써 이룰 수 있는 주제의 가벼운 소원이라 구슬을 잡고 세차게 흔들어 보았다.
 
아름다운 다케오 도서관의 외관. 내부는 사진 촬영 불가
 
아름다운 명물 도서관 

다케오 신사 바로 앞에는 다케오 시립 도서관이 있다. 인구 5만명이 사는 다케오의 도서관은 시의 재정을 축내는 골칫덩이였다. 다케오시는 츠타야 서점을 만든 마스다 무네아키에게 도서관 경영을 의뢰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2013년 재개관 이후 도서관은 날개를 달았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도서관 내에 책과 잡지, 문구 등을 판매하는 서점과 스타벅스를 입점시켰다. 층고를 높였고 내부에는 채광이 가득 들도록 개방형으로 설계해 실내에 있어도 실외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2층 벽면을 빼곡히 채운 나무 책장 덕에 거대한 숲 속에 있는 것 같다. 일층의 책꽂이는 막힌 느낌이 들지 않도록 유선형으로 굽이치게 배치했다. 때문에 ‘저 구불구불한 책 길을 따라가면 어떤 지식과 마주하게 될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요하던 다케오시는 도서관 덕분에 조금씩 붐비기 시작했다. 매년 1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도서관을 보기 위해 다케오시를 방문한단다. 이렇게 유명한 도서관이라니, 디자인과 사진 퀄리티를 꼼꼼히 따져 잡지 두 권을 샀다. 하나는 남자들의 작업용 앞치마를 위한 단행본(세상에 누가 남자들을 위한 앞치마를 주제로 단행본을 만들겠는가! 역시 일본이다). 또 하나는 아름다운 일본 전통 소품들과 내추럴한 화보들이 가득한 리빙잡지 <안도 프리미엄 Premium>. 커피 한 잔과 잡지 두 권이 함께하는 여유로운 오전 한때를 보낸 후 나가사키로 향했다. 
 
다케오 시립 도서관(Takeo City Library)
주소: 843-0022 Saga Prefecture, Takeo 
전화: +81 954 20 0300
홈페이지: www.epochal.city.takeo.lg.jp/winj/opac/top.do
 
유모토소 다케오 토요칸 료칸 (Yumotoso Toyokan Ryokan)
주소: 843-0022 Saga-ken, Takeo-shi, 武雄町大字武雄 7408 
전화: +81 954 22 2191 
홈페이지: www.takeo-toyokan.jp
 
 
글·사진 Travie writer 문유선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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