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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BNB] MADRID 80일간의 세계일주 그리고 1주일의 여유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06.01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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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in Madrid
말기암을 극복한 청년이 가장 간절히 원했던 것은, 여행이었다. 
그가 희망의 메시지를 품고 다녀온 80일간의 세계일주 중 특별했던 
한 주를 담았다.   
 
넓은 테이블과 푹신한 소파, 거기에 잔잔한 클래식 선율까지 여유 즐기기
 

마드리드에서 일주일 살기

2017년 1월20일. 단지 미국행 편도티켓만을 손에 쥔 채 첫날 숙소도 출발 비행기 안에서 찾을 정도로 무계획했던 나의 세계일주.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세 개의 대륙(미국, 남미, 유럽)을 거쳐 가는 80일간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설렘을 안고 출발했지만, 떠나는 날 새벽부터 내린 폭설로 출발이 3시간이나 지연되었다. 그 덕분에 비행기에 앉아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으니 불운과 행운이 함께한 셈이다. 하지만 정보도 없이 세 개의 대륙을 여행해야 했기에 루트, 숙소 예약 등 여행 중반까지 정신이 없었다. 

세계일주라는 버킷리스트를 실현 중이었지만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로 ‘한 번쯤은 외국에서 살아 보기’가 있었다. 그래서 여행의 마지막 대륙인 유럽에 머무는 동안 한 도시를 선택해서 스스로에게 간만의 여유와 사치를 선물하기로 했다. 그렇게 3월27일부터 4월3일까지 ‘마드리드 일주일 살기’가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장기 여행자들이 그러하듯 여행 일정 대부분을 10명 이상이 묵는 저렴한 도미토리를 이용했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마드리드의 숙소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나만의 여유로운 공간이었다. 

집 전체를 빌려 주고, 시내에서 가깝고, 요리를 하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는 곳 그리고 인테리어가 깔끔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행일정과 가격을 고민하는 사이에 예약이 완료되는 터라 빠른 선택이 필요했다. 몇 개의 후보 리스트를 뽑아 호스트들과 대화를 시작했고 결국 맘에 드는 ‘필 더 리버 로프트(feel the river LOFT)’를 예약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에는 호스트와 서로 잘 맞았는지 도착한 첫날 호스트 곤잘로(Gonzalo)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와의 대화가 1시간 넘게 이어졌고, 이후 거의 매일 서로 안부를 물어볼 정도로 친해졌다. 또 배우 지성과 이보영의 웨딩촬영지로 유명한 마드리드 근교에 있는 톨레도(Toledo)를 여행할 때는 마침 곤잘로의 직장이 근처라서 직접 가이드도 해주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점점 친구가 되었다.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자전거였다. 숙소가 바로 강 옆에 있어서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고 현지인들과 함께 운동을 하거나 마드리드의 주요 관광지도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었다. 장보기에도 편리해 마트를 자주 가게 되었고, 그러자 텅 비어 있던 냉장고가 점점 채워지면서 생전 요리도 안 해 본 내가 스스로를 위한 셰프가 되어 있었다. 
 
편하게 마드리드 시내에서 발이 되어 준 클래식 자전거 한 대와 미니 자전거 한 대
각종 조리도구와 넓은 요리 공간이 갖춰진 주방에선 나를 위한 셰프로 변신
(좌)꼭 필요한 정보만 적어 둔 벽, 그리고 사색의 공간 (우)숨겨진 공간 속에 마련된 침실
 
마지막 잎새 같은 ‘또봄’ 프로젝트 

사실 이번 여행에는 이전 여행과 전혀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일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말기암 환자였기 때문이다. 갑자기 찾아온 말기암으로 약해져 있을 때, 이 병을 극복해서 다시 예전처럼 여행을 가고 싶다는 욕구는 마치 소설 속의 ‘마지막 잎새’처럼 내가 암과 싸워 이겨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었다. 퇴원 후 1년쯤 지나서 힐링여행을 결심하면서 문득 나처럼 다른 청년들도 암을 이겨 낼 수 있는 모티브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하면서 포토북을 제작하면 ‘말기암 환자라도 포기하지 않고 치료하면 퇴원 후 1년 만에 혼자서 여행을 할 수 있다’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당신을 또 봅니다(줄여서 ‘또봄’)’라는 이름의 20·30대 암환자 돕기 프로젝트였다. 예방 접종만 7개를 넘게 맞으면서 어렵게 시작한 여행이었고, 모든 일정이 다 의미 있는 여행이었기에 특별히 마드리드에서 일주일 살기는 마음의 쉼터가 되어 주었다. 

일상과 달리 여행의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마드리드에 2~3일을 할애하는 것이 너무 길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에게 마드리드는 일주일도 짧은 도시였다. 35개국 이상을 여행했고, 전자책 <오데이즈>를 썼던 나에게도 한 도시에서 일주일 살기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을 여행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라는 말처럼 앞으로도 지속될 어느 곳에선가의 일주일 살기는 항상 설렘을 줄 것 같다. 마찬가지로 ‘당신을 또 봅니다’라는 나의 작은 프로젝트가 20·30대 암환자들에게 암을 이겨낼 수 있는 마지막 잎새가 되기를 희망한다.  

에어비앤비 마드리드 숙소 정보 
feel the river LOFT | 스페인 마드리드
호스트 | 피아(Pia), 곤잘로(Gonzalo)
유형 | 숙박인원 3명, 침실 1개, 침대 2개, 욕실 1개 
위치 | Calle Genista, 7 local 2A, Madrid, Spain  
가격 | 1박당 약 7만7,000원 
홈페이지 | www.airbnb.co.kr/rooms/3276743
 
 
글·사진 이정훈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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