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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남부 알버타여행,누가 배드랜드를 나쁘다고 했는가?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7.08.0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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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ern Alberta
배드랜드*,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앨버타주의 서부가 높디높은 로키산맥이라면, 남부는 한없이 평탄한 대평원 지역이다. 그래서 심심하고 따분할 것 같았지만, 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기가 막힌 풍경들과 마주쳤다. 국립공원, 주립공원, 유네스코유산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자연의 반전은 예측불가의 연속이었다. 
 
*배드랜드 | 가파른 벼랑으로 된 언덕과 도랑이 파인 길을 두고 ‘건너가기에 나쁜(bad lands to cross)’이라고 말한 프랑스 탐험가들에게서 유래된 이름이다. 실제로 통과하기 쉬운 곳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지형이 발달한 곳으로, 트레킹과 캠핑의 성지가 됐다.
 
리버 랜츠에서 만난 블랙풋 원주민 가족. 동물들의 특징을 나타낸 제의적인 춤을 시연해 주었다
공룡주립공원의 지형은 땅이 갑자기 푹 주저앉은 듯하다
 

●Park 1
Dinosaur Provincial Park 
공룡주립공원 
 
공룡이 살던 대지의 위엄

놀라웠다. 지금까지 완만한 곡선으로 이어지던 지평선이 갑자기 파도를 만난 듯 출렁거리고 있었다. 땅이 푹 꺼진 듯 울퉁불퉁하고 기이한 모양의 연속이다. 바람과 비, 빙하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후두스(hoodoos·호리호리한 바위기둥)와 피나클(pinacle·암벽이나 암릉 위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돌기 부분)이 만들어 내는 풍광들이다. 그 사이에서 어떤 동물이 튀어나온다고 해도 놀라울 것 같지 않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불쑥불쑥 걸어 나왔을 때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이곳에서 며칠씩 캠핑을 즐기며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다. 대초원 트레일, 배드랜드 트레일 등등 짧고 긴 코스들이 다양하다. 

물론 이 경치와 가장 어울리는 동물은 공룡이었을 것이다. 무려 7,500만년 이야기다. 후기 백악기에 이 지역은 비교적 온화한 기후라서 삼나무와 고사리류가 잘 자랐고 많은 공룡들의 보금자리였다. 그러나 빙하기를 맞이해 그 모든 증거들은 땅속에 묻혀 버렸다. 오랜 세월이 지나 무더기로 발굴된 공룡 화석들은 대부분 드럼헬러에 있는 박물관으로 옮겨졌고, 이곳의 발굴현장에는 복제품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979년부터는 유네스코유산으로 지정해 보호 중이다. 
 
 
유네스코유산으로 보호 중이다  
(좌) 리버 랜츠의 숙소 내부 (우) 블랙풋 원주민의 전통북 
 
 
블랙풋 인디언들이 사는 방식

북아메리카의 긴 역사에서 한 3,000년 동안, 대평원의 주인은 원주민들이었다. 여러 부족 중에서 가장 크게 세력을 확장했던 이들이 식시카(Siksika) 원주민인데, 지금으로 말하면 미국의 몬타나 지역과 캐나다의 앨버타 지역에 거주했다. 붉은 얼굴 분장 때문에 더 블러드(The Bloods)라고 불리기도 했다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이름은 블랙풋(Blackfoot)이다. 검은 모카신을 즐겨 신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리버 랜츠(River Ranche)다. 인디언들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엘더(elder)의 설명과 인디언 가족들의 춤은 샤머니즘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하게 했다. 리버 랜츠에는 3개의 객실과 야외에 설치한 티피가 있어서 숙박이나 캠핑도 가능하다. 여름에는 보우강Bow River에서 카약을 탈 수 있고, 겨울에는 나무 사이로 구불구불 길을 찾아 달리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도 가능하다. 
 
Dinosaur Provincial Park 
전화: +1 403 378 4342 
홈페이지: www.albertaparks.ca
 
River Ranche Tourism 
전화: +1 587 352 1922
홈페이지: www.riverranchetourism.com  
 
사이프러스 힐은 평평한 초원에 솟아오른 숲의 섬이다. 하이킹하기 쾌적한 온도다
평화로운 엘크워터 호수
멀리 보이는 사이프러스 힐. 그리 높지 않지만 눈에 띈다   
사이프러스 힐 주립공원을 흐르는 엘크워터 호수
 

●Park 2
Cypress Hills Interprovincial Park 
사이플러스 힐 주립공원 
 
초원 바다에 떠 있는 섬

사이프러스 힐은 끝도 없는 대평원에서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불과 600여 미터가 더 높을 뿐이지만 촉촉한 숲과 호수, 풀밭과 습지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기 때문. 그래서 사이프러스 힐을 두고 ‘초원 위에 떠 있는 섬’이라고도 한다. 덕분에 이 섬에서 7,000년 전의 식생은 물론, 앨버타의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고 있다. 동물들에게 좋은 곳이라면 사람에게야 말해 무엇 하랴. 일찍이 원주민들의 보금자리였으며, 지금도 공원 안에는 수십채의 별장이 있다. 엘크워터 레이크 주변에만 해도 잘 정비된 캠핑사이트가 수백개인데, 여름이면 예약이 꽉 차 버린다. 

부지런할수록 공원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자전거와 하이킹을 놓고 고민하다 하이킹을 선택했다. 대평원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라지 않나. 꾸준하지만 급한 경사를 비스듬히 걸어 올라가자 엘크워터 호수와 숲이 한눈에 보였다. 사이프러스 힐 공원은 앨버타주와 서스캐처원주에 걸쳐 있는 주간(Interprovince) 공원이기도 하다. 그만큼 넓기 때문에 공원 안에는 다양한 시설이 있고, 하이킹, 바이킹, 승마, 낚시, 패들링, 크로스컨트리 스키 등등 액티비티도 무궁무진하다. 

하이킹 후에 선택한 것은 버스 사파리와 일몰 감상이었다. 해가 지기 전 시간대가 동물들을 관찰할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했지만 사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무엇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단, 무엇을 배우기에는 좋았다. 창밖으로 날개가 새빨갛고 몸이 검은 새가 지나가자 누군가 안내원에게 물었다.
 
‘저 날개가 빨간 검정 새는 이름이 뭔가요?’ 정답은 레드윙드 블랙버드(Red-winged blackbird). 우리말로도 붉은어깨검정새였다. 이런 식이라면 사이프러스힐에 살고 있는 220여 종, 모든 새들의 이름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엄청난 야생동물이 나타나진 않았지만 멀리서 발레리나 같은 사슴들이 우아하게 다리를 뻗어 철조망을 뛰어넘곤 했다. 사실 이곳에서는 하늘만 봐도 좋았다. 아쉽게도 멋진 일몰은 없었지만 밤이 되자 온통 별천지였다. 그 별마다 이름이 있다는 건 또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Cypress Hills Interprovincial Park 
전화: +1 403 893 3833
홈페이지: cypresshills.com 
 
 
수천년 전 원주민들이 암벽에 남겨 놓은 상형문자와 그림들
보면 안다. 블랙픗 인디언들이 이곳을 신성한 땅으로 여긴 이유를
 

●Park 3
Writing-On-Stone Provincial Park 
라이팅온스톤 주립공원 
 
무엇을 남길 것인가?

대평원을 호령했던 블랙풋 인디언들에게도 밀크강(Milk River) 계곡 주변의 마른 협곡 지역은 매우 신성한 곳이었다. 그들이 바위 위에 남긴 흔적들이 그 증거다. 3,500년 세월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은 암면 조각(岩面彫刻)과 상형문자가 이 일대 50여 개의 사이트에서 발견되었다. 단단하지 않은 사암 바위들은 기록하기 좋지만, 훼손되기도 쉬운 법. 무분별한 여행자들이 남긴 낙서들도 꽤 많았다. 오명들도 함께 길이길이 보전되고 있는 것이다. 이후 라이팅온스톤 주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유네스코 문화유산 리스트에는 인디언 말로 ‘그려진’ 혹은 ‘쓰인’이라는 뜻을 지닌 아이시나이피 국립역사유적지(Aisinai'pi National Historic Site)라는 이름으로 등록됐다. 상형문자가 많은 고고학보존 지역에서는 가이드를 동반한 관람만 가능하지만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면 셀프가이드 트레킹 코스와 캠핑구역들이 있다. 
 
Writing-On-Stone Provincial Park 
주소: Milk River Ab. 
전화: +1 403 647 2364
홈페이지: www.albertaparks.ca
 
대평원의 버팔로 점프 중 가장 유명한 곳이다. 수백, 수천마리의 버팔로들이 이곳에서 추락했다
한가롭게 평원을 내려다보고 있는 마멋
해설센터에서 사냥 과정을 상세히 알 수 있다 
 
 

●Park 4
Head-Smashed-In-Buffalo Jump 
헤드스매시드인버팔로 점프 
 
아낌없이 주는 버팔로

로키산맥과 대초원이 만나는 기슭의 고원은 버팔로가 살기 좋은 곳이었다. 원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사냥하기 좋은 조건임을 의미한다. 원주민들은 오랜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인 사냥법을 고안해 냈다. 바로 버팔로 떼를 낭떠러지로 몰아서 추락시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번에 수백, 수천마리의 버팔로가 추락한 자리를 바로 버팔로 점프라고 부른다. 북미 대평원 일대에 여러 곳의 버팔로 점프가 발견되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사냥터가 헤드스매시드인버팔로 점프였기에 1981년 유네스코유산으로 지정됐다. 

6,000년 이상 세대를 건너며 모아진 원주민들의 지혜는 어떤 것이었을까? 사냥꾼들은 동물 가죽을 뒤집어쓰고 위장을 했으며 버팔로들이 싫어하는 식물의 연기를 쐬어 체취마저 가렸다. 가장 발이 빠르고 용맹한 사냥꾼이 버팔로 떼의 우두머리를 자극해 달리게 만들면, 이에 반응한 무리가 일제히 그 뒤를 쫓기 시작하는데, 이 모든 동선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다. 앞이 낭떠러지인 줄 모르고 달려온 버팔로들이 가속이 붙어서 멈추지 못하고 추락하면 뒤를 쫓아오던 버팔로의 뿔에 다시 한 번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다. 

마무리는 온 부족민들의 공동작업이었다. 부패하지 않도록 빠른 시간 내에 버팔로들을 처리했다. 가죽은 옷이나 천막, 그릇을 만드는 재료였고, 고기는 건조하여 오랜 시간 동안 먹을 양식으로 비축했다. 뼈는 장신구나 도구로 깎아서 사용했다. 삶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버팔로 사냥을 통해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형을 그대로 살려서 설계한 안내센터에 그 모든 과정이 시청각 자료로 설명되어 있다. 그중에서 하이라이트는 실제의 버팔로 점프를 보는 일이다. 뼈와 살이 발라지고 난 부속물들이 높이 쌓여 지금의 낭떠러지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후 총이 등장하면서 버팔로는 대량 살상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고, 그것은 원주민들의 삶까지도 위협했다. 그 모든 위기를 견뎌 내고 살아남은 원주민과 버팔로의 이야기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Head-Smashed-In-Buffalo Jump 
주소: Po Box 1977, Ft. Macleod Ab. 
전화: +1 403 533 2731
홈페이지: www.headsmashedin.org
 
빙하와 호수가 어우러진 워터튼 레이크 국립공원
가장 좋은 전망을 자랑하는 프린스 오브 웨일즈 호텔  
 
 
●Park 5
Waterton Lakes National Park 
워터튼 레이크 국립공원
 
자연을 지키는 일이 평화다 

미국 몬태나주와 캐나다 앨버타주는 국경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공원으로 연결되어 있다. 캐나다 쪽 공원은 워터튼 레이크 국립공원, 미국 쪽 공원은 글레이셔 국립공원이다. 이왕 공원끼리 만났으니 양국의 평화를 기념하자는 의미로 1932년 합병된 이름이 바로 워터튼-글레이셔 국제평화공원(Waterton-Glacier International Peace Park)이다. 1995년에는 두 공원 모두 유네스코유산으로 등록되었고, 희귀한 동식물이 많아서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됐다.
 
국경을 넘을 수 없었기에 이번 여행에서는 워터튼 레이크 국립공원만 방문했는데 지도를 펼쳐 보니 글레이셔 공원에 비하면 아주 작은 공원이다. 하지만 일당백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아름답다. 워터튼 마을에 그토록 많은 숙소와 식당, 기념품점, 캠핑장이 있다는 사실만 봐도 얼마나 사랑받는 곳인지 알 수 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대여해도 좋고, 말을 타고 주변을 돌아다닐 수도 있다.
 
워터튼 쇼라인 크루즈(Waterton Shoreline Cruise)를 타면 잠시 국경을 넘어 미국에 다녀올 수도 있다. 카약, 패들보드 같은 무동력 워터스포츠도 가능하다. 가장 전망이 좋은 언덕 위에 자리잡은 프린스 오브 웨일스 호텔(Prince of Wales Hotel)은 봄부터 가을까지만 운영하는데, 방을 잡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영국풍의 호텔에서 즐기는 애프터눈티만큼은 한 번쯤 누려도 좋을 사치다. 
 
 
레드록 캐니언(Red Rock Canyon)

워터튼 레이크 국립공원이 선사하는 다양한 지질체험 중 대표적인 곳이 레드록 캐니언이다. 마치 지구의 속살인 양 붉게 물든 암반으로 이뤄진 계곡이다. 계곡 둘레의 산책로(The Canyon Loop)를 걷다 보면 어느새 신기한 마음에 계곡 아래로 내려서게 된다. 700여 미터의 산책이 짧아서일 수도 있다. 손을 꺼내어 물에 담가 보니, 짜릿하게 시원하다. 조금 더 긴 산책도 괜찮다면 왕복 2km 거리에 있는 블래키스톤 폭포(Blakiston Falls)를 선택해 보자. 케이크처럼 층층이 쌓인 계곡을 더 넓고 깊게 볼 수 있다. 
 
 
▶restaurant
캠프 쿡하우스(Camp Cookhouse & General Store)
집밥처럼 정성과 시간을 많이 들여 차려 낸 음식들을 내놓는 곳이다. 샐러드와 빵은 물론이고 피클까지 맛있어서 자꾸 추가 주문을 했었다. 또 하나의 재미는 식당 옆 잡화점이다. 기발한 소품들과 캠핑장비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인 상점이라 벨을 요란하게 눌러야만 주방에서 직원이 뛰어나온다.
주소: 44 Lakeview Drive, Elkwater Ab. 
전화: +1 403 893 3930
홈페이지: campcookhouseandgeneralstore.com 
 
 
▶Resort 
엘크워터 레이크 롯지 & 리조트(Elkwater Lake Lodge & Resort)

2005년 문은 연 이 숙소는 31개의 스위트룸, 6개의 캐빈, 23개의 콘도미니엄 스위트로 구성되어 있다. 엔지니어로 일했던 주인은 오랜 도시 생활을 접고 최근 이 리조트를 인수했다. 작지만 아늑한 수영장에 맛깔스러운 조식도 제공된다. 
주소: Cypress Hills Interprovincial Park 
전화: +1 403 893 3811  
홈페이지: www.elkwaterlakelodge.com
 
 
글·사진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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