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감동, 알버타 레이크루이스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감동, 알버타 레이크루이스
  • 고서령
  • 승인 2017.12.07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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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루이스 Lake Louise 
40 min. 
drive from Banff to Lake Louise
 

Lake Louise in My Hand
흔들림 없는 고요한 옥빛에 손과 마음이 철렁한다.
이곳에 모인 세계 각국의 눈동자가 옥빛으로 물드는 순간.
 
에메랄드빛 레이크루이스
레이크루이스에서의 피크닉
물통에 호수 물을 담아 그 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티스트 김물길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루이스의 레이크뷰 라운지
 
다 고마운 것이었다
 
사실 이번 여행은 그리 운이 좋지 못했다. 여행 둘째 날부터 하늘이 뿌옇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다음날 그 다음날이 될수록 점점 더 물에 우유를 탄 듯 온 세상이 뿌옇게 변해갔다. 날씨 탓이 아니었다. 알버타주 옆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연기가 온 하늘을 뒤덮은 것이었다.

뿌연 하늘 아래서도 알버타의 풍경은 멋졌지만 속상하고 원망스런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하늘에 연기가 없었다면 이 산이 얼마나 깨끗하게 보일까? 하늘이 파랬다면 이 강물은 무슨 색이었을까? 저 푸른 녹음은 얼마나 더 푸르게 보일까? 자꾸만 그런 상상을 하게 되었다. 멋진 풍경을 앞에 두고도 그 풍경의 가장 멋진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사로잡혀 즐길 수가 없었다. 

그 아쉬움은 레이크루이스에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뿌연 하늘 아래서도 레이크루이스는 영롱한 에메랄드빛 물을 머금은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 주었지만, 그것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비가 시원하게 내려서 이 연기를 다 씻어 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간절히 비를 기도했다. 여행지에서 비를 기도한 건 처음이었다.
 
레이크루이스에서 연결된 강. 비가 그친 뒤 물에 반영된 숲의 풍경
보슬비가 내리는 레이크루이스

우리는 레이크루이스를 총 3번 찾아갔다. ‘내일은 하늘이 조금 맑아지겠지’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첫 번째 방문 땐 마트에서 과일과 샐러드와 스시 롤 등을 사서 호숫가에 천을 깔고 앉아 런치 피크닉을 했다. 참으로 꿀맛이었다. 누군가 레이크루이스에 간다고 하면 꼭 우리처럼 해보길 권하고 싶다. 두 번째 방문 땐 그 유명한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루이스(Fairmont Chateau Lake Louise)’ 호텔의 레이크뷰 라운지(Lakeview Lounge) 창가 자리에 앉아 호수를 감상하며 와인을 마셨다. 하늘은 전날보다 더 뿌옇게 변해 있었지만 고급스러운 음식과 약간의 알코올 덕에 근심걱정은 사라지고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세 번째로 찾아간 레이크루이스엔 먹구름이 가득한 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토록 바라던 비였지만 타이밍이 아쉬웠다. 비가 조금만 더 일찍 내리고 하늘이 갠 다음에 우리가 왔더라면 정말 완벽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혼자 호숫가를 걷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비 내리는 레이크루이스가 이토록 아름다울 줄이야! 

빠르게 흘러가는 먹구름, 그 사이사이로 고운 ‘하늘색’이 언뜻언뜻 보였고, 신비스러운 안개가 산허리를 둥글게 휘감고 있었다. 호수의 끝에선 하얀 눈옷을 입은 설산이 수줍게 얼굴을 보여 주었고, 뾰족한 산봉우리는 홀로 태양빛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였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구름을 따라 레이크루이스의 표정도 변했다.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고,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감동적인 풍경이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비록 파란 하늘 아래 맑게 빛나는 레이크루이스는 보지 못했지만, 비 오는 레이크루이스를 본 것은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었다. 만약 산불도 없고 연기도 없었다면 이렇게 비 내리는 레이크루이스의 하늘을 보고 감동할 수 있었을까? 모든 여행이 그렇고, 삶이 그렇듯, 이번 여행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우여곡절 속에서 동행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고, 긍정적인 점을 찾아 내어 감동하고, 상황이 주는 아이러니한 유머에 웃다 보니, 어느새 이 여행은 다른 어떤 여행보다도 특별해져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산불도, 연기도, 먹구름도 모두 다 고마운 것이었다.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루이스
홈페이지: www.fairmont.com/lake-louise
 
 
기획·글 고서령 기자  그림 김물길  사진 Photographer 전명진
취재협조 알버타관광청 www.travelalberta.c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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