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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20대 학생들이 들려준 한국관광 이야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12.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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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기간 한국의 호텔들을 구원한 것은 내국인 시장이다. 이번 성탄절과 연말연시 연휴기간도 내국인 시장은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주며 호텔산업의 구원자로 떠올랐다. 이미 서울 및 주요도시의 가동률은 90%를 웃돌고 있다. 국내 호텔산업이 내국인 시장에 집중해야 할 명확한 근거가 수치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산업진흥원의 주관으로 서울의 주요 대학의 학생들과 중소기업을 연계하는 산학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이 학생들에게 연구 과제를 요청하고 팀을 이룬 학부생들이 연구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약 2개월의 단기 프로젝트다. 여러 프로젝트 중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글로벌 비즈니스에 재학 중인 4명의 학생이 수행한 프로젝트와 결과물이 꽤나 흥미로웠다. 그들의 연구과제는 ‘해외여행 내국인의 국내여행 전환을 위한 방안'이었다. 최근 내국인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의 호텔산업에서 중요 관심사일 수밖에 없어 그 결과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연구 초기에 학생들은 많이 혼란스러워했다. 소비자로서 지켜보던 해외여행을 급작스럽게 사업적으로 분석하고 시장전환의 대상으로 삼으려니 말이다. 그렇지만 해외여행을 주도하는 20대의 시각에서 해외여행객을 분석하는 일은 그들만이 할 수 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서울 과기대 학생들의 과제 결과는 총 3개의 안건으로 구성됐는데 그 중 첫 번째 안건이 ‘내국인 해외여행 증가에 영향을 주는 주요 외부요소'다. 젊은 연구자들은 최근 한국 젊은이들의 해외여행 증가 원인으로 TV 예능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각종 방송 매체의 해외여행 콘텐츠가 결정적 요소임을 강조하고, 근거로 수치를 제시했다. tvN의 ‘꽃보다 청춘'이 소개한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는 한국인에게 생소한 지역이지만 방송 이후 한국인 방문은 전년 대비 713% 성장했다. ‘신서유기'의 배경이 된 중국 칭다오(청도)의 경우 457% 높아졌고, ‘윤식당'의 촬영장소인 인도네시아 길라트라왕안은 무려 1,493%라는 놀라운 증가를 보였다. 한국 사회는 주 5일 이상 TV 시청이 75.4%, 주 5일 이상 스마트폰 사용 비율이 81%라는 특징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미디어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20, 30대가 국내여행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길은 해외여행의 방법과 비슷하다. 과기대 학생들은 ‘알쓸신잡'과 같은 국내 여행을 소재로 한 TV프로그램과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생산, 확산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강원도 정선의 석탄역사 체험관에서 만났던 안내자분이 생각났다. 알쓸신잡 방송 후 방문객이 늘고, 방문객의 관심과 질문이 늘어 아주 신이 난다고. 그런 모습과 대비해보니 그들의 발표 내용은 상당히 타당한 접근이다. 

두 번째 안건은 ‘연령별 해외여행과 국내여행 현황'이다. 그 내용은 실제 20~30대의 여행비율은 압도적으로 국내여행이 많으며 그 만족도도 해외여행과 국내여행이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또 비용 측면에서 국내여행이 저렴하므로 젊은 층의 국내여행 유입의 바탕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행지가 제주, 강원, 경북, 전남, 부산으로 집중돼 다양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적었다. 국내 숙박여행을 유도하기 위해 인접지역과의 연계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국내 여행 활성화를 위한 범국가적 전략을 강조했다. 국내여행 활성화 대책으로 공휴일 증대를 통한 국민의 여가시간 확대를 제안했다. 공휴일 확대 시 희망활동이 국내여행 46.4%, 해외여행 16.1%로 조사된 인사혁신처의 연구를 근거로 삼았다. 일본의 정책사례를 강조하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일본의 정부와 일본 관광청의 전략적 움직임을 예로 들었다. 국가적 지원을 바탕으로 지방 관광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프로그램 개발과 사업주체에 대한 명확한 구조화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대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풀어낸 ‘내국인의 국내여행 전환을 위한 방안'은 투박했지만 주장하는 바는 호텔과 관광산업의 현직들이 귀담아 들을만한 내용이다. 학생들은 늘 소비자 입장에서만 바라보던 해외여행을 산업적 측면에서 들여다보니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내용과 경험을 얻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과제의 연구자이며 관광상품의 실 소비자이기도 한 그들의 과제 진행을 지켜보면서 호텔산업의 주 고객으로 성장할 20대 고객에게 호텔은 과연 무엇을 투자하고 있는지 고민했고, 스스로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유경동
(주)루밍허브 대표 kdyoo@yoo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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