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어느 호텔의 파파스 라운지에 대한 상상
[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어느 호텔의 파파스 라운지에 대한 상상
  • 유경동
  • 승인 2018.05.2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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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을 하는 동료직원들이 생일선물이라고 건넨 강남 ABC 호텔의 파파스 라운지 연간 회원카드는 다소 황당했다. 연간 20만원을 지불한 회원권 치고는 혜택이 너무 부족했다. 주말 한정으로 운영한다는 정체불명의 파파스 라운지 무료입장권과 1일 숙박권, 마찬가지로 주말만 사용할 수 있는 일반 객실 1장에 사우나 무료입장권이 2장이 전부였다. 생일선물인지라 기쁜 척 받았지만 그리 효용성은 없어 보였다. 

특히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파파스 라운지 연간 회원권의 혜택은 그리 특전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주말에 카드를 소지하고 호텔에 방문하면 3만원을 지불하고 사우나에 입장을 한다. 3만원분의 혜택은 휘트니스 무료입장과 세신 무료, 그리고 파파스 라운지 무료이용이었다. 20만원씩 받아놓고 방문 때 마다 3만원씩을 더 내고 사우나를 해야 한다니 8,000원이면 해결될 동네 사우나에 비해 무리한 지출이라 생각 들었다.

월요일 오전부터 회사에서 치러질 주간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토요일이면 습관성 주말 출근병에 걸린 동지들 몇 명과 함께 썰렁한 사무실을 지키곤 한다. 사무실에 눌러 앉아 이것저것 끄적거리는 것도 이제는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뭔가 특별한 자극이 있었으면 좋겠고 편하게 쉬어보고도 싶지만, 찝찝하게 남아있는 월요일 회의 자료를 검토해야 한다. 그러고 있노라면 5,000만 인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40~50대 남성들은 갈 곳도 놀 곳도 없는 소외계층처럼 느껴진다. 그저 술집 말고는 반기는 곳이 없다. 

큰맘 먹고 회원카드 한장을 들고 ABC호텔에 찾아갔다. 3만원을 지불한 고급 호텔사우나는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세신사 서비스를 예약하고 간만에 남에게 내 몸을 맡기는 호사를 부려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사우나 앞에 안내된 금일의 파파스 라운지는 호텔 3층에 있는 연회장이라고 적혀 있다. 알고 보니 파파스 라운지는 매주 위치가 호텔 상황에 따라 바뀐다고 한다. 라운지는 기존 라운지와는 사뭇 달랐다. 가족행사를 치르기에 적당한 중급 크기의 연회장 가운데에는 커피와 쥬스류 그리고 맥주가 잘 정돈된 드링크 스탠드가 놓여있었다. 그 옆 푸드 스테이션은 10종류 안팎 메뉴의 다양한 타파스(Tapas) 뷔페가 준비돼있다. 세련된 디자인의 1인용 소파와 작은 테이블들이 이곳이 라운지임을 뽐내고 있었다. 긴 바 테이블과 의자 역시 자리가 넉넉했다. 한쪽 공간에는 마치 가전제품 쇼룸처럼 LG전자의 공기청정기가 작동하고 있고 스타일러 트롬에 옷을 넣어둘 수도 있었다. 안마의자 역시 마련돼 있었다. 안내 보드에는 ‘이제는 렌탈로 사용하라’는 문구와 함께 각 제품의 월 이용료와 담당자의 연락처, 브로셔도 함께 비치돼 있었다. 

또 다른 공간은 요새 유행한다는 공유 오피스 컨셉으로 노트북을 올려놓고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는 사무공간이었다. 멀티탭이 장착된 전동책상과 의자 그리고 각종 신종 사무용품 옆에는 제품 브랜드 설명과 가격, 할인조건이 적힌 텐트 카드가 앙증맞게 서 있다. 라운지 안에 꾸며진 쾌적한 사무 공간이 월요일 회의 자료를 정리하는데 기분 좋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벽 한쪽 보드에는 ‘열심히 살고 계신 아저씨들의 공간 Papas Lounge’라는 문구가 마치 간판처럼 눈에 띈다. 라운지의 매니저는 매달 희망하는 회사와 협업해 최신 제품을 전시하거나 고객들이 직접 신제품을 사용해 보고 좋은 조건에 구매도 가능한 일종의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를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품을 전시하는 기업이 일정 정도의 참여비용을 호텔에 지불하고 호텔은 회원을 확보하는 일을 담당함과 동시에 특정 제품에 어떤 고객들이 반응을 보이는지 리포트 해 주는 책임을 수행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3만원이 아깝지 않았다. 충분히 쉬었고 새로운 환경에서 처리할 일도 어느 정도 해냈으며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을 준 느낌이 들었다.

혹시 파파스 라운지(Papas Lounge)가 있는 강남의 호텔을 찾아보고 계시는 독자 분들이 계시면 우선 필자는 사과부터 드려야겠다. 위에 적어내려 간 글은 실제 존재하는 호텔이 아닌 가상을 소설처럼 적어 내려간 글이다. 하지만 위의 내용은 그저 재미 삼아 한 상상이 아닌 총지배인 몇 명과 주말 비즈니스가 약한 강남호텔들의 공간 활용과 신규 마켓을 논의하며 나온 시나리오임을 역시 알려드리고 싶다.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한국의 호텔들은 그들의 가장 큰 자산인 공간의 효율적 활용과 새로운 마켓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공유 오피스 등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공간 관련 신규 사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호텔은 급속하게 변화하는 트렌드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좀 더 발랄하고 신선한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 어떤 기업은 호텔의 공간과 고객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급변하는 세상에 맞춰 호텔의 공간도 멋지고 과감하게 바뀌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유경동
(주)루밍허브 대표 kdyoo@yoo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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