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향긋한 날 허브빌리지
어느 향긋한 날 허브빌리지
  • 김예지
  • 승인 2018.10.0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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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n Cheon Herb Village

그날 오후는 대체로 보라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물처럼 흐르던 가을이 향기롭기만 했다.

엷은 보라색을 띤 안젤로니아
엷은 보라색을 띤 안젤로니아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꽃말에 홀려 ‘급’ 감행한 가을 여행이었다. 난생 처음 경기도 연천이라는 곳엘 갔다. 우선 연천이 어디냐 하면 경기도에 있다(사실 처음 들었을 땐 충청북도 어디쯤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남한의 끝, 그러니까 북한 땅과 가까운 최전방의 ‘군’이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꼬박 달렸더니 논밭 사이사이 꽤 굽이진 길이 이어졌다. 내비게이션의 안내가 의심쩍을 정도로 조용한 시골마을을 지나자, 다행히 목적지 ‘허브빌리지’로 가는 표지판이 보였다.  


천사를 보기 위해서였다. 허브빌리지에서는 매년 봄이면 라벤더가, 가을엔 안젤로니아(Angeloina) 축제가 열린다. 안젤로니아는 ‘천사의 얼굴’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멕시코와 같은 저 멀리 중남미에서나 피는 꽃이라기에 꽤나 정열적인 비주얼을 상상했건만. 천사의 낯빛은 뭐랄까, 삼삼한 보라색이었다. 허브빌리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무지개가든’에는 보랏빛이 옅게 깔렸다. 제주의 유채꽃보다는 연하고 흰 안개꽃보다는 강한 안젤로니아의 인상은 질리지 않게끔 수수했다.

허브빌리지 펜션 로비 앞. 정취가 이국적이다
허브빌리지 펜션 로비 앞. 정취가 이국적이다

약 5만7,000m2라는 허브빌리지의 규모는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무지개가든을 중앙광장이라 한다면, 그 주변으로 구석구석 작은 골목과 정원이 가지처럼 연결돼 있다. 사랑의 연못, 허브온실, 잔디광장 등등 구역이 나뉘어져 있고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다. ‘동물친구들’이라는 화살표를 따라가 보니 흑조와 백조가 노닐고 있다. 가든 입구 쪽에는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대장거북바위’와 주상절리 모양의 석상이 우두커니 서 있다. 스몰 웨딩에 제격이라는 ‘올리브홀’과 야외공연장 ‘문가든’, 경사진 언덕에는 펜션과 바비큐장도 갖췄다. 수목원이나 가든 대신 ‘빌리지(village)’라는 이름을 붙인 데는 이유가 있다.

허브온실의 천장은 유리로 되어 있어 하늘이 들어온다
허브온실의 천장은 유리로 되어 있어 하늘이 들어온다

마을의 멋을 한층 살리는 요소는 임진강이다. 허브빌리지 곳곳의 높은 지대에 서면 임진강 물줄기가 시원하게 내다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명당이라면 ‘화이트 가든’이다. 하얀 벤치와 사각형 웅덩이 하나가 있는 심플한 공간일 뿐이지만, 정면으로 뻗은 강이 더없는 포인트가 되어 준다. 참 운이 좋은 날이었다. 이리도 새파란 하늘과 몽실몽실 뜬 구름이라니. 물에 비친 가을하늘과 새소리와 바람마저 청초하게 떨어지는 오후였다.   

임진강이 그대로 내다보이는 화이트 가든
임진강이 그대로 내다보이는 화이트 가든

화이트 가든이 아니라도 남기고 싶은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고풍스런 등불과 화분, 담쟁이가 맘 놓고 자란 펜션 건물까지도. 허브빌리지의 공식 안내 브로셔에는 ‘지중해 휴양지’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여느 유럽의 아담한 소도시 같기도 했다. 허브빌리지에서 만난 한 원예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뭐 하나 ‘허투루’ 놓인 게 없단다. 현무암으로 쌓은 돌담이나 허브온실에 사는 500년 된 올리브 나무도 공수하는 데 적잖은 공이 들었을 테다. 단적인 예를 또 하나 발견했다. 허브빌리지 펜션 로비에는 교과서에서만 보던 백남준 아티스트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소원석이라 불리는 대장거북바위
소원석이라 불리는 대장거북바위

서울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코스로, 소원을 들어 준다는 대장거북바위 앞에 섰다. 정말로 거북이처럼 생긴 이 거대한 돌은 믿기지 않지만 ‘자연석’이라니 더욱이나 영험하게 느껴진다. 거북이 등에 엄숙하게 손을 올리고 소원 하나를 빌고는 바위 옆 벤치에 앉았다. 천사의 얼굴이 지천이다. 이듬해 라벤더가 필 때쯤이면 이루어질 것도 같다. 라벤더의 꽃말은 ‘나에게 대답해 주세요’다.  

허브빌리지 펜션
펜션을 위한 펜션이라기보다, 아늑한 개인 별장 같다. 가족, 연인, 친구 등에게 적합할 다양한 형태의 총 40개 객실이 2개 동으로 나뉘어져 있다. 무지개가든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에 있는 데다, 객실 내부가 통 창문으로 되어 있어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다. 펜션 옆 바비큐장을 이용할 수 있고, 객실을 예약하면 허브빌리지 무료입장권과 조식이 제공된다.
요금: 단층(13평, 2명 기준) | 일~목요일 12만~14만원, 금~일요일 14만~16만원, 복층(23평, 6명 기준) | 일~목요일 18만~20만원, 금~일요일 20만~24만원


연천 허브빌리지
주소: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북삼로 20번길 55(북삼리 222)
전화: 031 833 5100
홈페이지:  www.herbvillage.co.kr
오픈: 동절기(11월1일~4월19일) 09:00~19:00, 하절기(4월20일~10월31일) 09:00~21:00
입장료: 대인(중학생 이상) 동절기 4,000원/ 하절기 7,000원, 소인 동절기 3,000원/ 하절기 4,000원, 36개월 미만 유아 무료

 

글·사진 김예지 기자  취재협조 연천 허브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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