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꾸옥 캠퍼스로 떠난 호캉스
푸꾸옥 캠퍼스로 떠난 호캉스
  • 김예지
  • 승인 2018.10.02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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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역사의 대학에 입학했다.
인류학을 전공하며 밤마다 화학 실험실을 드나들었다.
베트남 푸꾸옥으로 다녀온 호캉스 이야기다.
도대체 무슨 말이냐 하면, 한 천재 건축가와 깊은 관련이 있다.

해변을 바로 곁에 둔 라마르크대학교
해변을 바로 곁에 둔 라마르크대학교

 

*푸꾸옥은 베트남 사람들의 꿈의 여행지다. 허니문 혹은 특별한 기념일을 맞아 찾곤 한다. 여행자에게 푸꾸옥은 하루빨리 찾아야 할 휴양지다. 섬 가장자리를 따라 늘어선 리조트들은 11월부터 4월 초까지 성수기를 제외하곤 ‘아직은’ 그렇게 붐비지 않는다. 하노이와 호찌민 같은 대도시에 비해 물가 역시 저렴한 편. 무엇보다 바다가 예쁘다.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베이
도서관 콘셉트의 리조트 로비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베이

 

10년 만에 다시 대학생이 됐다. 고르고 고른 끝에, 베트남 푸꾸옥에 있는 라마르크대학교(Lamarck University)에 입학했다. 19세기 말 베트남 푸꾸옥섬 최초로 생긴 유서 깊은 학교다. 역사도 역사거니와 화이트 샌드가 펼쳐진 바닷가에 캠퍼스가 있다는 사실이 결정타였다.


진짜 학생이라면 얼마나 좋으련만. 실은 최근 다녀온 호캉스 이야기다. 1940년대 폐교된 라마르크대학은 2017년 5성급 호텔로 다시 태어났다. 2012년 베트남 레저그룹 선 그룹(Sun Group)이 오랜 대학 건물을 사들였고, 5년간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베이(JW Marriott Phu Quoc Emerald Bay Resort & Spa)로 문을 열었다. 학교의 골격과 콘셉트는 그대로 유지했다. ‘UNIVERSITE LAMARCK’라고 쓰인 리조트 입구부터가 영락없는 캠퍼스다. 과거 학교 도서관에 있던 책을 인테리어로 활용해 로비(에는 실제로 라이브러리Library라고 불리는 공간이 있다)를 꾸렸고 생물학(Biology), 동물학(Zoology), 천문학(Astronomy) 등 각 객실 동에는 학과 이름을 붙였다. 건축학과 건물은 레스토랑, 화학과 건물은 바bar로 변신했다.

총 234개 객실 중 단 12개뿐인 스위트룸. 벤슬리의 감각이 집약적으로 발휘됐다

 

1894년 당시는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던 때였다. 푸꾸옥섬에 거주하던 프랑스인들은 자녀들을 위한 교육기관이 필요했고, 라마르크대학교가 설립됐다. 1940년대 프랑스인들이 섬을 떠나며 폐교되기 전까지 라마르크대학교는 꽤 성황을 누렸다. 부유한 상인들의 연이은 기부로 당시로써 최고의 시설을 갖추며 아시아 전역을 통틀어 상위 대학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다윈의 진화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진 프랑스 자연주의자, 장 바티스트 라마르크(Jean-Baptiste Lamarck)의 학문과 정신을 이은 대학은 특히나 자연과학에 특화돼 있었다. 럭비, 풋볼 등 막강한 스포츠팀으로도 유명했는데, 1927년 럭비 챔피언 우승컵을 포함해 호텔 로비에 전시된 수많은 트로피들이 라마르크팀의 저력을 보여 준다. 태국에서 호텔업에 종사하던 딘 콜린스(Dean Ty Mathew Collins)는 라마르크대학교의 초대 운영자로 초빙됐다. 현재는 그의 증손자인 타이 콜린스(Ty Collins)가 총지배인을 맡고 있다.

리조트에 있는 골동품들은 모두 1900년대 초반에서 왔다
리조트에 있는 골동품들은 모두 1900년대 초반에서 왔다

 

픽션에 팩트를 더하다


벌써 이번이 두 번째니 조금 괘씸해해도 좋다. 라마르크대학교는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다. 그러니까 다 거짓말이다. 라마르크가 실존 인물이라는 것,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베이가 2017년 문을 열었다는 사실, 현재 총지배인이 타이 콜린스라는 것만 빼고.

베이 프론트 객실. 눈을 뜨면 바다가 들어온다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베이

 

“많은 사람들이 대학시절을 가장 소중했던 시절로 기억하니까요.” 리조트 디자인을 총괄했던 빌 벤슬리(Bill Bensley)가 하필 대학 콘셉트를 빌린 이유다. ‘건축의 마법사’, ‘럭셔리 리조트의 제왕’이라 불리는 빌 벤슬리는 인터컨티넨탈 다낭 선 페닌슐라(Intercontinental Danang Sun Peninsula), 하와이 포시즌스 리조트 후알랄라이(Four Seasons Resort Hualalai)등 26여 개 나라 100개 이상 디자인 호텔을 설계한 그야말로 ‘저명한’ 건축가다. 그에게 푸꾸옥의 새하얀 해변은 머릿속에 그려 온 캠퍼스 스토리를 풀기에 완벽한 도화지였다. 배경은 1920년대 초반, 시대적 상황에 맞춰 프랑스 콜로니얼 건축양식에 베트남 로컬 스타일을 가미했다. 그가 최고라고 인정받는 것은 아이디어만큼이나 짱짱한 실행력이다. 벤슬리는 몇 번이고 유럽을 드나들며 5,000여 점 이상의 1900년대 초반의 앤티크 소품과 가구를 모았다. 로비 리셉션에 줄지어 있는 벨, 객실 복도 벽에 붙은 인류진화 스케치, 베이커리에 있는 재봉틀과 타자기 등은 진짜다. 이어지는 캠퍼스 생활기 역시 믿어도 좋고. 벤슬리의 픽션은 팩트처럼 믿을 만한 가치가 있다.

호이안 랜턴 만들기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

 

맛있는 수업의 연속


배정받은 전공은 인류학(Anthropology). 우유 아이스크림처럼 흰 모래사장에 맞닿은 베이 프론트 객실이었다. 아이스크림 같다는 건 정말 아이스크림이어서다. 라마르크대학교는 푸꾸옥 남쪽의 껨 비치(Kem Beach)에 위치해 있는데, 베트남에서 ‘껨(Kem)’은 아이스크림을 뜻한다. 잠이 유독 빨리 깬 아침이면 곧바로 문을 열고 나와 바다를 바라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푸꾸옥의 아이스크림은 다행히 볕에도 녹지 않았다.  

핑크 펄에서의 저녁, 그동안 아티스트가 그린 그림

 

매일 1교시는 건축학이었다. 올데이 레스토랑 ‘템퍼스 후짓(Tempus Fugit)’은 건축학과를 테마로 꾸며졌다. 디테일이 군데군데 살았다. 음식이 놓인 바에는 연필이나 자 같은 도구들이 무늬처럼 붙어 있는가 하면, 레스토랑 벽면에는 건축 스케치가 액자처럼 걸렸다. 하루의 끝은 화학 수업으로 마무리되곤 했다. ‘케미스트리 바(Department of Chemistry Bar)’에서는 흰 가운을 입은 과학자들이 매일 밤 실험실에서 비커에 칵테일을 제조했다. 화학이 이리도 신나는 과목이었던가. 지루하기는커녕, 달달하고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수업을 빌미로 줄곧 먹는 얘기를 한 김에 조금만 더 해야겠다. ‘핑크 펄(Pink Pearl)’은 리조트에서뿐만 아니라 푸꾸옥에서 가장 럭셔리한 프렌치 레스토랑이라니 말이다. 이름대로 핑크핑크, 실내외 인테리어와 직원까지 분홍 차림 일색이다. 얽힌 이야기라면 이렇다. 리조트 운영자였던 딘 콜린스는 둘째 부인과 호텔에 거주했는데, 그녀는 핑크 마니아였다. 그들은 곧 핑크색 집을 짓고 종종 손님을 불러 파티를 열곤 했다. 핑크 펄에 상주하는 아티스트를 고용한 부인은 손님들의 초상화를 그려 선물로 주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모두 벤슬리의 머릿속에서 나온 설정일 뿐이지만 그의 이야기에는 늘 눈에 보이는 실체가 있지 않았나. 캐비어를 곁들인 성게 요리, 패스트리 결이 예술인 쇠고기 파이까지 2시간 코스 끝에 다다른 디저트 타임, 우리 테이블을 그린 그림이 배달됐다. 실물보다 예쁘게 그려져서가 아니라, 이런 핑크빛 선물은 정말이지 처음이다.

껨 비치는 여리여리하다. 모래도 바다 색도

 

이상한 나라의 버섯


‘라마르크 거리(Rue de Ramarck)’는 라마르크대학교의 중앙로 같은 개념이다. 베트남 호이안(Hoi An)의 거리를 재현한 거리에는 호이안의 상징인 색색 랜턴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로컬 숍, 랜턴 워크숍 체험 공간, 체육 교육학과를 모티브로 한 피트니스 센터(P.E Department Gym)가 들어서 있다. 금요일마다 라마르크 거리에는 푸꾸옥 지역 상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소소한 야시장이 열린다.

리조트 내부는 어느 부유한 주택가 같기도 하다

 

앨리스의 집도 여기 있다. 프랑스인들은 예부터 버섯을 약으로 사용했는데, 이에 착안한 벤슬리는 힐링 테마를 버섯으로 정하고 리조트 스파에 ‘샹트렐(Chanterelle)’이라는 버섯 이름을 붙였다. 앨리스는 버섯이 남긴 의식의 흐름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버섯을 먹고 커지거나 혹은 작아지기도 한다. 벤슬리는 천재다. 스파 안을 돌아다니다 보니 앨리스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천고의 높낮이를 다르게 설계한 탓이다. 천장이 높아질 때는 키가 작아지고, 천장이 낮아지면 키가 


커졌다. 진실이거나 말거나, 90분의 스파 테라피로 얻은 강한 추측도 하나 있다. 실제로 테라피에 2,000여 종 이상의 버섯이 사용된다는 스파 관계자의 설명이 가능성을 더했다. 벤슬리는 분명 언제 어디선가 버섯의 효험을 아주 ‘제대로’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샹트렐은 세계 럭셔리 스파 & 레스토랑 어워즈(World Luxury Spa & Restaurant Awards)에서 ‘2017 동남아시아 최고의 럭셔리 스파’로 선정됐다. 


노곤해진 몸으로 어슬렁어슬렁 바다 주위를 배회하는 새 어스름이 졌다. 금요일, 한바탕 야시장 구경을 하고서 향하는 목적지는 역시나 화학 실험실(칵테일 바)이다. 바다 앞 테이블에 위스키 한 잔을 시켜 놓고 내일은 더 부지런히 건축학 수업(조식)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Time Flies. ‘템퍼스 후짓’은 프랑스어로 ‘시간이 날아간다’라는 뜻이라는데. 한때 건축학도였던 벤슬리가 가장 공을 들였을 건축학과 레스토랑에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졸업을 코앞에 두고서야 말이다.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베이
주소: Kem Beach, An Thoi Ward, Phu Quoc District, Kien Giang Province, Vietnam
전화: +84 297 377 9999
홈페이지: www.jwmarriottphuquocresort.com

▶travel  info

AIRLINE
인천에서 푸꾸옥으로 가는 직항편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유일하다. 여행사를 통해서만 예약할 수 있고, 소요시간은 6시간 정도다. 그 외 베트남항공, 비엣젯항공 등을 통해 호찌민이나 하노이를 경유해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ATTRACTION
푸꾸옥 케이블카 Phu Quoc Cable Car

약 7.9km 길이로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 케이블카다.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베이의 오너 그룹인 선 그룹이 올해 만든, ‘신상’ 어트랙션이다. 안토이An Thoi역에서 혼톰Hon Thom역을 찍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왕복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티켓은 왕복 기준으로 지급되니 잃어버리지 않게끔 주의할 것. 
주소: An Thoi, Phu Quuc, Kien Giang, Vietnam
운행시간: 07:30~12:00, 13:30~15:00, 14:30~17:30, 19:00~19:30
요금: 왕복 기준 성인 5만VND, 아동(신장 130cm 미만) 35VND, 유아(신장 100cm 미만) 무료
전화: +84 886 778 686

 

BAR & RESTAURANT
춘춘 Choun Choun BISTRO & SKY BAR

푸꾸옥에서 가장 번화한 즈엉동(Duong Dong) 지역에 있는 루프톱 바. 칵테일, 목테일 등 음료와 간단한 스낵류를 판매한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해 질 녘 전망이 단연 돋보인다. 춘춘은 베트남어로 잠자리인데, 바 주위로 정말 잠자리들이 맴맴 돌아다닌다.  
주소: Duong Dong, Phu Quoc, Kien Giang, Vietnam
전화: +84 297 360 8883
홈페이지: chuonchuonbistro.com

 

크랩 하우스 CRAB HOUSE
현지인과 여행자에게 두루 사랑받는 해산물 맛집이다. 새우, 오징어 등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블루 크랩과 로브스터가 가장 인기다. 커다란 양푼에 통째로 나오는 해산물은 비닐 앞치마를 두르고 전투적으로 먹을 필요가 있다. 밥이나 감자 등을 곁들일 수 있는데, 현지인들은 주로 바게트를 시킨다. 소문난 집인데다 홀 크기도 그리 크지 않아 예약은 필수다. 
주소: 21 Tran Hung Dao, TT. Duong Dong, Phu Quoc, Kien Giang, Vietnam
전화: +84 297 3845 067

 

글·사진 김예지 기자
취재협조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베이 www.jwmarriottphuquocres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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