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작정하고 섬 여행
통영, 작정하고 섬 여행
  • 김선주
  • 승인 2018.10.0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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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도와 만지도를 잇는 출렁다리
연대도와 만지도를 잇는 출렁다리

 

섬 많은 통영이건만 왜 그동안 한 곳도 오르지 못했을까. 
이번에는 섬이다, 작정하고 길을 나섰건만 내내 비다. 
비가 온들 어떠하랴. 비 오는 섬은 오히려 낭만적이다. 
장사도·연대도·만지도, 통영 섬 여행 이야기다.  

장사도 무지개다리
장사도 무지개다리

 

●동백터널 빨간 카펫을 걷다, 장사도


항구에서 작은 여객선에 올라탄 지 15분쯤 지났을까, 저쯤 앞 물안개 사이로 장사도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긴 뱀’처럼 생겨 장사도라더니 정말 뱀 모양 같기도 하다. 장사도는 2011년 12월 ‘장사도해상공원 카멜리아’로 새롭게 탄생했다. 섬 전체가 하나의 공원이요 정원이요 문화공간인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카멜리아(Camellia), 동백나무다. 공식 명칭에 넣을 정도로 이 섬에는 동백나무가 무성하다.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터널을 만든다. 겨울 끝자락 봄 초입이면, 빨간 동백꽃이 섬 이곳저곳에 점점이 박히고 나무를 떠난 꽃잎은 지상에 빨간 카펫을 만든다. 한려수도의 코발트빛 바다와 빨간 동백꽃의 조화라니, 생각만으로도 보고 싶어 안달이 인다.  

꽃과 동행하는 장사도 산책길
꽃과 동행하는 장사도 산책길

그래서일까. 다소 지난 얘기지만 장사도에는 여전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SBS 2014년)’의 잔상이 아련하다. 이곳 동백나무 숲길에서 천송이(전지현 분)와 도민준(김수현)이 산책하고 도민준이 천송이에게 프러포즈한 장면은 이곳의 시그니처 풍경이 됐다. 촬영장소인 동백터널길이며 승리전망대에서 커플들이 유독 다정스러워지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별에서 온 그대에 다소 가려졌지만 역시 이곳을 배경으로 일부 촬영한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도 장사도의 낭만을 키운다.

장사도는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다
장사도는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다

철이 지난 터라 동백꽃 빨간 터널은 걷지 못하지만 그래도 즐겁다. 작은 섬이지만 꽉 찬 느낌이 들 정도로 잘 꾸며놔서다. 섬에 도착해서 발 딛는 선착장(입구 선착장)과 섬을 떠날 때 발 떼는 선착장(출구 선착장)이 다른데, 입구에서 시작해 출구 선착장에 다다르기까지 20여개의 볼거리와 시설이 여행객의 발길을 멈춰 세운다. 관람로 바닥에 표시된 화살표를 따라가면 중앙광장을 시작으로 장사도 분교, 분재원, 무지개다리, 달팽이전망대, 승리전망대, 온실, 섬아기집, 갤러리, 야외공연장, 미인도 전망대 등 장사도해상공원의 아기자기한 매력들이 차례로 반긴다. 일반적으로 2시간 정도를 평균 관람시간으로 잡는데, 여유롭게 보자면 반나절도 부족하지 싶다. 

장사도 해상공원의 섬아기집
장사도 해상공원의 섬아기집

특히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오롯이 눈에 담을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아 시간을 도둑맞기 일쑤다. 관람 출발지점이랄 수 있는 중앙광장까지는 다소 가파른 길을 올라야하지만 장사도 옆 섬인 미인도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반겨주니 힘들지 않다. 무지개다리 역시 빨간 색감이 바다와 잘 어울려서인지 기념사진을 남기려면 줄을 서야할 정도다. 역사적 현장도 만난다. 승리전망대에 서면,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최초로 승리를 거둔 현장인 옥포해전도 가늠해볼 수 있다. 야외공연장이며 갤러리, 식물원 등도 한참이나 걸음을 멈추게 하기 마련이어서 이래저래 시간은 부족하다. 아무리 부족해도, 동백터널길에서는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할 일이다. 모두 도민준이 되고 천송이가 되는 마법의 터널이니 말이다.        

연대도 선착장
연대도 선착장

 

●별개이면서 하나인 섬, 연대도


연대도와 만지도는 별개이면서 하나인 섬이다. 따로 떨어져 있다 2015년 출렁다리가 놓이면서 하나로 연결됐다. 어느 섬에 내리든 한 번에 두 섬을 오갈 수 있게 됐다.
연대도로 방향을 잡았다. 조선시대 때 산 정상에 봉화대를 만들고 연기를 피워 적의 동태를 알렸다고 해서 연대도란다. 달아항에서 배로 20분 정도 거리이니 그리 멀지도 않다. 양 끝에 섬 하나씩 매달고 있는 붉은 다리가 보이기 시작하면 거의 다 도착한 거다. 길이 98.1m 폭 2m의 현수교, 연대-만지도 출렁다리는 길거나 크지는 않다. 하지만 멀리서 봐도 건너보고 싶은 조바심이 물결칠 정도로 묘한 매력을 지녔다. 아마도 바다 위 출렁다리여서 그런가 보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마음 끌리는 대로 곧장 출렁다리로 향했다. 가파른 산길을 잠깐 오르니 출렁다리는 연대도에서 바다를 건너 만지도로 향하고 있었다. 가까이 서니 제법 높고 또 길다. 그렇다고 아찔할 정도는 아닌데, 무섭다며 호들갑 떠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오밀조밀한 섬들을 품고 망망대해로 뻗어나가는 바다가 시원했다. 출렁다리가 놓인 후로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서인지 출렁다리 위는 꽤 북적였다.

주먹 크기의 몽돌이 깔린 연대도 몽돌해수욕장
주먹 크기의 몽돌이 깔린 연대도 몽돌해수욕장
연대도-만지도 출렁다리
연대도-만지도 출렁다리

한 두 시간이면 연대도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어림잡아 보니 마을의 집도 많아야 40채 정도다. 옆집 젓가락 숟가락 수도 술술 꿰고 있을 법한 마을이다. 정겹다. 기발하다고 해야 할까, 재미지다고 해야 할까, 둘 다다. 집 주인을 위트 있게 표현한 이 동네의 문패 얘기다. ‘돌담이 아름다운 집’은 전통어가를 그대로 간직한 백옥수 할머니의 집으로 영화 <백프로>에도 나왔단다. ‘총각 어부가 혼자 사는 집’에는 화초를 좋아해 목부작을 잘 만드는 이상등 어촌계장이 사는데, 말이 없어서 답답할 정도지만 사람 좋은 집이란다. 김재기 할머니 댁에는 예전에 연대도 유일의 점방(구멍가게)이 있었다고 한다. 

골목을 어슬렁대다 마을 건너편으로 넘어가니 몽돌해변이 반겼다. 바닷물이 어른 주먹 크기의 몽돌들 틈 사이를 드나들 때마다 촤아촤아 감미로운 선율이 퍼졌다. 참 듣기 좋았다.   

연대도 마을 풍경
연대도 마을 풍경

 

●이토록 소담하고 정겨운, 만지도


연대도에서 출렁다리를 건너니 깔끔하게 놓인 해안 산책로가 만지도 마을로 안내한다. 구름이 두껍고 무거운 날이었는데도 바다는 코발트빛으로 일렁였다. 햇살 쨍한 날이면 얼마나 눈부실까, 그렇게 다시 찾을 이유를 만든다. 느린 걸음으로도 출렁다리에서 만지도 마을까지는 10분이면 충분하다. 딱 봐도 연대도보다도 작다. 9가구가 산단다. 크기는 작아도 물은 풍부했나보다. 마을 입구 부근에 백년 된 우물이 있는데, 딸린 안내문을 읽어보니 만지도에는 이 우물 말고도 물이 나오는 장소가 서 너 곳이나 있었을 정도로 작은 섬 치고는 물이 풍부했다. 인근 연대도와 학림도 섬 주민들이 빨래를 하러 배를 타고 건너왔을 정도였다고. 물론 지금이야 상수도가 놓여 우물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만지도 마을
만지도 마을

우물도 보고 도서관에도 들어가 보고 모형 배 앞에서 포즈도 취하며 까불거리다 언뜻 저쪽을 보니 할머니 한 분이 집 밖으로 나와 벤치에 앉아 바다를 응시했다. 문패를 보니 ‘문어와 군소를 잘 잡는 만지도 최고령 할머니 댁’ 주인이다. 올해 93세의 임인아 할머니다. 안녕하세요 인사하니 주름진 얼굴로 미소가 가득 들어찼다. 만지도는 예부터 돈이 되는 섬이라고 해서 ‘돈섬’이라고 불렸고, 그 명성에 걸맞게 육지 처녀들도 많이 이곳으로 시집을 왔단다. 임인아 할머니도 물 건너 온 아가씨였다. 90평생을 만지도에서 살며 7남매를 키웠다고…. 이제는 문어와 군소를 잡는 대신 여행객들과의 눈인사를 더 즐기시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 최초 3관왕 카누선수 천인식 선수가 태어나고 자란 곳’을 지나 ‘양식업으로 대통령 훈장 받은 어르신 댁’을 거쳐 만지도 언덕을 오르니 전망대 앞으로 바다가 탁 트였다. 그래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만지도가 마음에 푹 안겼다. 

연대도와 만지도는 나무데크로 해안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연대도와 만지도는 나무데크로 해안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한산도건어물은 통영과 거제를 잇는 신거제대교 통영끝단 휴게소에 자리 잡고 있어 통영 여행 중 접근하기 쉽다. 1층 건어물 매장에서는 멸치 등 각종 건어물을 도매가로 판매하며, 2층은 식당으로 운영하고 있다. 멸치무침 등 계절에 따른 별미를 제공하며 해물찌개가 특히 맛있다. 055-648-2833 
 

▶통영혜광횟집은 충무유람선터미널 부근에 자리 잡고 있어 섬 여행에 나서거나 마치고 들어와서 들르기 편리하다. 통영 지역 내에서도 회 맛있는 집으로 소문났을 정도로 맛과 실력이 좋다. 장어 내장요리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음식들도 다수 상에 올라온다. 가을 전어구이 등 제철 해산물 요리도 빠지지 않는다. 055-648-6088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동백여행사 [통영 섬 완전일주]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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