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울릉도 패키지여행이라 다행이야
생애 첫 울릉도 패키지여행이라 다행이야
  • 손고은
  • 승인 2018.10.3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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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내려앉은 조동항의 모습
구름이 내려앉은 저동항의 모습

섬 여행의 매력은 고단함에 있을 지도 모른다. 새벽부터 배멀미를 꾹 참으며 바지런을 떨어야 해도  목적지가 울릉도라면 기꺼이 감수해도 좋다.


●자유여행 대세를 따르지 않은 이유 


몇 년 전 여행기자 20년차인 선배가 생애 첫 울릉도 자유여행을 계획하다가 낙담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울릉도에 들어가려면 울진, 포항, 강릉 중에서 배를 타야하는데 시작부터가 만만치 않았던 게다. 출항 시간이 오전 8~9시 사이로 이른 편이라 여객터미널 근처에서 1박을 하거나 새벽부터 자차로 이동해야하는데다 그날 날씨에 따라 배가 뜨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왕복 승선료와 숙박비, 식비, 렌터카 등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비용마저 상당했다는 첨언도 있었다. 선배는 아무리 자유여행이 대세라지만 울릉도만큼은 패키지 여행상품을 택하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선배 덕분에 시작부터 수고로움을 덜었다.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아홉 번째로 큰 섬이다. 인구 1만명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소박하고 정겹다. 가이드는 자랑스러운 말투로 공사 중인 아파트를 가리키며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될 거라 했다. 8층짜리 아파트다. 섬 전체를 통틀어 학교는 초등학교 5개, 중학교 3개, 고등학교는 1개가 있고 주유소는 중간 중간에 3개뿐이다. 울릉도의 중심이 되는 도동항에도 머리방이며 상회, 공판장, 다방 등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간판이 자연스럽게 남아 있다. 섬 안에 ‘정식 신호등’이라곤 터널 앞 2개뿐인데, 그마저도 터널이 좁아서 만들어진 신호등이란다. 거창한 자랑거리들로 비 오는 울릉도에 낭만이 한결 더해졌다. 

도동항은 울릉도의 중심이다. 도동항을 중심으로 양쪽에는 해안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도동항은 울릉도의 중심이다. 도동항을 중심으로 양쪽에는 해안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울릉도 패키지 여행은 2박3일 일정이 기본이다. 관광은 이틀 동안 A코스와 B코스로 나누어 진행된다. 도동을 중심으로 A코스는 오른쪽 방향, B코스는 왼쪽 방향으로 둘러보는 것. 하지만 울릉도에서 나고 자란 가이드는 이제 곧 A코스와 B코스는 사라질 거라고 했다. 올해 11월 내수전-북면 섬목 간의 4.75km 미개통 구간이 열리면 울릉도 해안 일주도로가 완성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1962년 박정희 대통령이 울릉도 순시 이후 일주도로 개설을 약속한지 56년 만이다. 당초 계획보다 더디게 진행된 공사인지라 얼마나 또 미뤄질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차로 울릉도 한 바퀴를 시원하게 돌 수 있는 날이 그리 머지않아 보인다. 

 

●자연스러운 것이 좋은 당신 


첫날은 저동항-촛대바위-봉래폭포-내수전 일출전망대로 이어지는 B코스로 시작했다. 날씨 탓에 비가 더 내리기 전에 내수전 일출전망대부터 올랐다. 내수전은 울릉도 최초의 토착민 김내수씨가 밭을 이룬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전망대까지는 동백나무와 소나무로 가득한 오르막길이다. 날이 좋으면 죽도나 관음도, 섬목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단다. 이날은 구름과 안개로 뒤덮여 전망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흐릿했다. 하지만 몽환적인 풍경 또한 울릉도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봉래폭포는 울릉도 남부 일대 생활수원지로 통한다
봉래폭포는 울릉도 남부 일대 생활수원지로 통한다

나이아가라폭포나 이과수폭포, 빅토리아폭포와 같은 세계 3대 폭포를 먼저 봤다면 고작 30m의 3단으로 구성된 봉래폭포가 시시하게 보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봉래폭포는 1일 유량 3,000톤을 자랑하는 울릉도 남부 일대의 중요한 생활수원지다. 맑은 용출수가 자랑인 울릉도에 미인이 많다는 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여기에 있단다. 일단 며칠만 마셔도 피부가 맑아진다는 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다시 눈길이 간다. 

거북이를 닮은 거북바위
거북이를 닮은 거북바위

A코스는 도동항에서 시작한다. 사동항과 거북바위, 통구미, 현포, 천부 그리고 나리분지로 이어진다. 이날은 울릉도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뷰포인트에 여럿 올랐다. 경상북도에서 포항 호미곶의 대보등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태하등대를 가장 잘 내려다보려면 모노레일을 타면 된다. 태하향목 관광모노레일은 약 300m 오르는 짧은 길이지만 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꽤 낭만적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개인정원, 예림원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개인정원, 예림원

또 다른 전망 포인트는 예림원이다. 현포항과 추산항 중간에 위치한 개인 정원으로 전망대에 오르면 코끼리바위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작은 식물원으로 돌계단을 총총 건너는 분위기도 맘에 든다. 세 번째로 오른 곳은 독도전망대다. 도동항 근처에 지어진 독도박물관과 바로 옆에는 독도전망대가 자리한다. 전망대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다. 맑은 날에는 시원시원하게 뻥 뚫린 풍경도 압권이다.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야인 나리분지에서는 귀하다는 삼나물을 맛봤다. 세 가지 맛이 난다 하여, 혹은 삼 잎을 닮았다고 삼나물인데, 울릉도에서도 비싼 나물에 속해 명절이나 제사상에나 오른단다. 겉보기엔 고사리와 비슷하지만 더덕전과 함께 몇 젓가락 오가면 고기를 먹은 것처럼 든든하다. 씨껍데기 막걸리와 훌륭한 궁합을 자랑했다. 

독도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독도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독도 


울릉도 여행을 계획했다면 누구나 독도까지 생각한다. 하지만 독도까지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이드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 독도에 입항할 수 있다고 했다. 풍량에 따라 오전에 배가 떠도 오후엔 불가능할 수 있단다. 또 일단 배가 뜨더라도 독도까지 가봐야 입항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그래서 일행 중에는 울릉도에 여러 번 가도 독도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이들도 여럿이었다. 평균적으로 365일 중 50여일 정도 입항 가능한데다 입항하더라도 여행객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20여분뿐이다. 배멀미는 또 어떤가. 특히 독도로 가는 방향은 바람을 마주보고 달리는 거라 흔들림이 심해 약도 소용없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토악질 소리에 2시간 내내 눈을 질끈 감고 있어야 그나마 참을 만하다.

독도 입항은 날씨에 따라 일 년에 50여일 정도만 가능하다. 배에 오르기 전 태극기를 준비하길 권한다
독도 입항은 날씨에 따라 일 년에 50여일 정도만 가능하다. 배에 오르기 전 태극기를 준비하길 권한다

그래도 나는 조상님들 덕분에 단번에 독도 입항에 성공했다. 구름 한 점 없는 아주 쾌청한 날이었다. 그 역사적이고 감동적인 순간은 국내 어느 곳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뭉클함이다. 독도경비대에게 구호물품이나 생필품 등을 전달하는 이들도 더러 보였다. 허락된 시간은 20분. 배에 오르기 전 1,000원 내고 구매한 태극기와 ‘독도는 우리 땅’이 적힌 수건을 펼쳐 들었다. 동도와 서도를 이리저리 바라보며 태극기를 꽂은 독도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SNS에서 그간 올렸던 어떤 사진보다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모두가 뭉클한 마음을 읽은 것만 같다.

 

먹음직스러운 울릉도의 맛


약소 전문점 ‘울릉 약소 숯불가든’

섬이라 하여 생선회나 해산물만 신선한 게 아니다. 울릉도에는 약초만 먹고 자란 약소 한우가 유명하다. 다른 소보다 탁하고 어두운 칡 색을 띈다. 약소 숯불가든은 바닷가 근처에 자리한 약소 전문점이다. 마블링이 아름다운 약소를 부위별로 내오며 명이나물, 깻잎절임 및 각종 채소를 풍성하게 올린다. 

나물 한 접시로도 든든

삼나물은 울릉도에서도 귀하다. 양념에 무쳐 한 접시 내주는데 고기 한 접시 먹은 것 마냥 든든하다. 울릉도 전역에서 나는 부지깽이 나물도 특산물이다. 추운 겨울에 새순이 돋는다. 새순이 가장 맛이 좋기 때문에 잘 말려 냉동보관하면 일 년 내내 든든한 반찬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호박으로 이런 것도? 

울릉도 호박이 유명한 건 다 안다. 생김새가 납작한 모양이라 멧돌 호박이라고도 부른다. 울릉도 호박으로 만든 호박엿이며 막걸리, 초콜릿, 젤리, 사탕 등 다양한 간식도 만들어 낸다. 패키지 여행에 조인하면 호박으로 만든 다양한 간식거리를 판매하는 공장에도 자연스럽게 들를 수 있다. 

 

▶기자가 체험한 울릉도 여행상품은?

울릉도에서 나고 자란 소년은 섬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했단다. 소년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소년은 육지로 나가 대학을 다니고 삶을 꾸려나갔다. 하지만 울릉도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해 여행 상품을 만들었고 수많은 손님들과 함께 지금까지 울릉도를 종종 드나든다. 한국드림관광 이정환 회장 이야기다. 이번에 기자가 동행한 울릉도 여행상품은 이정환 회장이 만든 ‘울릉도(독도) 아주 특별한 여행 2박3일’이다. A코스와 B코스도 수십 년 전 이정환 회장이 붙인 이름이다. 울릉도에는 마땅한 호텔·리조트가 없어 대부분 펜션이나 민박에서 숙박해야 한다. 한국드림관광이 드림관광펜션과 식당을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상품에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높은 퀄리티의 식사와 숙소가 포함돼 있다.   www.koreadreamtour.com

 

울릉도 글·사진=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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