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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박사의 It’s IT] 프리미엄 이코노미의 서막

  • Editor. 양박사
  • 입력 2018.11.0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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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박사
양박사

 

지난달 APAC팀 미팅을 위해 홍콩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하루는 카페에서 호주팀 동료 루크가 플랫화이트를 한번 마셔보라며 추천해주었는데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이것이야말로 내가 꿈꾸던 바로 그 커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에스프레소에 우유거품을 넣지만 카푸치노처럼 위로 볼록하지 않고 평평하기때문에 ‘플랫(flat)’이라고 한다. 또 우유의 양이 라떼보다는 적기때문에 커피맛이 더 진하며 호주에서 처음 만들어져 지금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인기라는 등 루크의 긴 설명을 듣고 있자니 머릿속 한켠에 우습게도 항공사의 ‘프리미엄 이코노미’가 떠올랐다. 비즈니스석의 높은 가격부담은 덜어내되 이코노미석보다는 편안함을 주는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우유 거품은 평평해졌지만 여전히 그 부드러움은 살아있는 플랫화이트와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항공사의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물리적으로는 기존의 이코노미석(30~34인치) 보다 약 6~10인치 정도 넓은 좌석간 거리, 즉 엑스트라 레그룸을 갖거나 좌석 폭이 넓은 좌석을 말한다. 서비스 측면으로 보자면 항공사별로 차이가 있어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대체적으로는 기존의 이코노미 클래스와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서비스(별도의 기내식이나 어메니티 등)를 제공하거나 기존의 비즈니스 클래스 서비스 중 일부를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항공권 가격을 비교해 보면 일반 이코노미석 대비 평균 30~50% 가량 높거나 비즈니스석보다는 최대 65%까지 낮은 가격에 판매된다.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1991년 타이완의 에바 항공사에서 처음 실험적으로 시도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시장에 정착되게 된 것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필두로 시작된 세계금융위기 이후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IATA에 따르면 2007년 중반까지 전체 항공승객의 9.5%를 차지했던 일등석 및 비즈니스석 트래픽이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2009년에는 7.6%까지 떨어졌는데, 약 2%의 작은 하락폭처럼 보이지만 각 개별 항공사들에게 있어서는 실제로 약 15%의 일등석 및 비즈니스석 트래픽이 감소를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줄어든 수요 대비 운영비용이 높은 일등석을 점차 줄이게 되었고 대신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도입함으로써 전반적인 수익을 높이는 방향성을 갖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중동의 한 항공사 RM팀에 면접을 보러간 적이 있었는데 면접 질문 중 하나가 프리미엄 이코노미 도입에 대한 견해를 묻는 것이었다. 이전 항공사 경험에 비추어볼때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고객들에게 만족도가 높은 상품이기에 도입하는 것이 맞다고 강하게 주장했고 이는 결국 불합격 통보로 이어졌다. 당시 면접관이었던 RM총괄은 비즈니스석 수요는 당 항공사의 가장 큰 수익원이며 프리미엄 이코노미 도입은 비즈니스석 수요를 이탈시켜 전체적인 수익을 큰 폭으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설명과 함께 나의 답변은 틀렸다고 했다. 게다가 자신들의 이코노미석의 서비스 수준은 타 항공사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굳이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물론 항공사 고유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은 나의 실수였지만 최근 이 항공사도 2020년에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도입 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을 보면 당시 내가 완전히 틀렸던 것만은 아니었구나 싶다. 


근래 장거리 노선 레져 수요의 프리미엄 서비스 니즈(Needs)와 SMB수요의 증가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Air Transport Management 저널에 실린 Cindy Hugon-Duprat의 논문 에 따르면 프리미엄 이코노미의 RPK(유상여객킬로미터)는 8.5~9.5 센트로 일반 이코노미 좌석 5.8센트보다 무려 30% 이상 높아서 좌석의 수익률을 증가시킨다. 비즈니스석이 아닌 이코노미석에서 프리미엄 이코노미로의 수요 이동만을 가정한다면 이것은 분명 항공사에게 수입이 증가될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최근 제주항공 CEO였던 김종철 대표가 새로운 항공사 에어 프레미아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에어 프레미아는 전좌석이 이코노미 클래스지만 그 중 상당 비율의 좌석을 프리미엄 이코노미로 운영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는 기존의 항공사들이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10%내외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확실한 차별화 전략이 될 것이다. 그러나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에 대한 개념이 아직 확실하게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항공수요를 프리미엄 이코노미로 유인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이코노미 승객을 대상으로 업셀(UPSELL) 할 수 있도록 항공사들의 자체적인 IT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현재의 항공권 판매 유통망의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이 함께 진행되지 않는다면 프리미엄 이코노미가 시장에 새로운 클래스로 안착하기까지는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양박사 
IT Travel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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