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안전한 대피소로서의 호텔
[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안전한 대피소로서의 호텔
  • 유경동
  • 승인 2018.11.1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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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nbsp;대표<br>
유경동 대표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새로운 호텔 프로젝트를 경험하게 됐다. 일본의 안전 서포트 주식회사로부터 의뢰된 프로젝트로, 한국에서 자연재해나 긴급 상황이 발생할 시 한국에 주재중인 기업인들을 자국으로 안전하게 이송시키기 위한 1차적 피난 장소로서의 호텔을 물색하고 계약을 추진하는 일이었다. 대규모의 그룹보다는 극소수의 일부 주재원들에 해당되는 사안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호텔 입장에서는 그다지 매출을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호텔과의 교섭에 난항이 예상됐다. 

흥미로웠다. 일본기업들은 발생이 불확실한 긴급 상황에 대비해 자사의 해외 주재원 및 출장자들을 위한 안전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도 의아했고, 그러한 상황을 전문적으로 처리해주는 전문기업이 있다는 것도 생소했다. 주로 현지의 대사관이나 평소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지사의 담당자를 통해 안전대책을 세우는 한국의 기업들과는 달리 꽤나 많은 일본 기업들은 전문 에이전시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호텔선정 프로젝트를 의뢰한 일본의 안전 서포트 주식회사의 움직임도 흥미로웠다. 이 기업은 해외 주재원을 파견하는 약 1,300여 개의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현지 안전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각 나라에 연결된 위기관리 지원 네트워크를 통해 전쟁, 납치, 행방불명, 협박 등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주재원들의 의료지원 서비스도 제공항목의 큰 부분을 차지해서 질병이나 상해에 대응가능 한 병원의 사전 준비와 의료비대체정산, 질병관리 등에 대한 전문적인 영역도 구축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안전관련 전문기업이다. 일본 역시 기업들마다의 인식 차는 있었지만 예방적 차원의 비용이 대책 없이 닥친 사고 후의 비용보다는 저렴할 것이라 인식한 기업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실제 이 프로젝트를 위해 접촉한 많은 호텔이 해당 부분을 버거워했다. 어떤 호텔은 긴급 상황에 직원들이 출근을 안 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음을 강조하는 곳도 있었다. 어떤 호텔들은 긴급사태에 대한 고민 없이 뭐든지 비용만 지불하면 다 해 줄 수 있다는 즉답이 와 오히려 신뢰가 생기지 않았다. 안전전문 회사답게 서울에서 근거리에 위치한 공항과 항만의 접근이 용이한 지역을 선정하고 그 지역의 적정한 호텔과 교섭에 들어갔다. 호텔 측도, 의뢰사 측도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결국 양측이 만족할 계약조건이 만들어지고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일본기업을 위한 긴급사태 시 대피소 역할을 할 호텔이 결정됐다. 

물론 기업과 호텔 모두 공통적으로 바라는 희망사항은 애초에 긴급사태로 분류될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기업들은 전문기업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의뢰해가며 자사의 직원들을 보호하는 기업의 의무를 다하려 하고, 호텔측은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가면서 긴급사태 시에도 끝까지 그 책임을 다한다는 서비스 브랜드로서의 신뢰감을 쌓아가려는 합일점을 찾게 됐다. 이번 긴급사태 대피 호텔의 선정 작업은 의미하는 바가 있다. 호텔이 고객이 원하는 신뢰감을 줄 수 있다면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판매 마켓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록 현재의 계약은 호텔입장에서는 미미한 매출이겠지만 국내 상주하는 외국 기업들이 동일한 목적으로 안전공간으로서의 호텔을 고려하게 된다면 지금의 계약이 초석이 될 수 있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선정된 호텔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긴급사태 전문 호텔로 인식하고 계약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호텔은 평화산업이라는 공식이 지배해 오고 있다. 그러나 위기 시에도 호텔이 구축한 안전한 공간과 신뢰감이 위기의 피난처로 활용될 수도 있는 또 다른 마켓의 가능성이 보인다. 

새로운 마켓을 개척하고 싶다면 위기를 이용만 하는 얄팍함보다는 우리 호텔공간에서 당신을 보호해 줄 수 있다는 신뢰감이 생겨날 수 있게 세밀한 서비스 플랜과 조직운영이 필요하다. 호텔은 그 존재만으로 집을 대신할 훌륭한 대체재이자 안전 공간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가치 있는 상품이 된다.

 
유경동
(주)루밍허브 대표 kdyoo@roomingh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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