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자연의 일생에 한 번쯤은 크루즈] 긴긴 항해와 마주하는 법
[홍자연의 일생에 한 번쯤은 크루즈] 긴긴 항해와 마주하는 법
  • 홍자연
  • 승인 2018.12.03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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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지셔닝 크루즈

지중해 크루즈, 알래스카 크루즈, 카리브해 크루즈 등. 내로라하는 크루즈들 중에서도 정작 크루즈 마니아들이 꼽는 넘버원은 바로 ‘리포지셔닝 크루즈(Repositioning Cruise)’다. 1년 내내 마이애미에서만 출항하는 크루즈선들도 있는 반면, 어떤 크루즈선들은 여름에는 날 좋은 유럽이나 알래스카를 항해하다가 겨울이 오면 따뜻한 카리브해나 호주 등으로 옮겨 간다. 이렇게 1년에 한두 번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크루즈를 리포지셔닝 크루즈라고 부른다. 대서양 또는 태평양을 횡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반 크루즈보다도 긴 여정이 특징이다. 짧아도 2주, 길게는 50일의 항해가 이어진다. 

 

●JUST LIKE HEAVEN
바다 위 천국 같은 시간


리포지셔닝 크루즈는 목적지보다는 여정에 의미가 있다. 내가 현재 승선 중인 익스플로러호는 알래스카의 여름을 즐긴 후 찬바람이 불어오는 10월, 시드니를 향한 21일의 여정을 마쳤다. 21일 중 무려 14일을 항해했는데 시애틀에서 하와이까지 5일, 하와이에서 피지까지 7일이 걸렸다. 그러니 항해일은 단순히 기항지에서 다음 기항지까지 이동 시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루하지 않겠냐고? 천만에. 


탁 트인 푸른 바다 한가운데를 며칠째 유유히 항해하고 있노라면 세상에 서두를 것 하나 없다는 너그러운 마음이 생긴다. 발코니나 데크에서 사색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 오랜만에 밀린 독서를 실컷 하는 사람, 선탠을 하다가 수영장에 뛰어들기를 반복하는 사람. 모두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항해를 즐긴다. 요즘은 바다 위에서도 와이파이가 제법 빨라서 수영복을 입고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래도 조금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매일 배달되는 크루즈 플래너를 펴 보면 된다. 컵케이크 데코레이션 수업, 파스타 만들기 수업, 초밥 만들기 수업, 각 기항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강의, 가라오케 대전, 각종 퀴즈 게임 쇼, 뮤지컬 등 볼 것도, 할 것도 너무 많아 선택장애가 올 정도다. 크루즈선사에 따라 선내 수영장에서 스쿠버다이빙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코스도 있다.

스쳐가는 기항지들을 차례로 느끼는 것도 매력적이다. 6년 전, 나의 첫 크루징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부터 시작해 바르셀로나, 이집트, 두바이, 수에즈 운하,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을 거쳐 상하이에서 일정이 마무리되는 긴 여정이었다. 매번 현지 시간에 맞추느라 시계를 조정하는 것도, 항해가 길어질수록 점점 덥고 습해지는 날씨를 피부로 느끼는 것도. 모두 리포지셔닝 크루즈의 묘미였다. 


리포지셔닝 크루즈의 경우, 여러 다양한 나라를 들른다는 장점이 있지만, 때문에 사전에 체크해야 할 것도 많다. 비자가 대표적이다. 비행기가 아닌 크루즈라 자칫 간과하곤 하는데, 국경을 넘을 때 공항 입국절차와 마찬가지로 비자가 없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배에서 내리지 않는 조건으로 통과시켜 주기도 하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입국 자체를 거부당해 여행 중도에 하선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긴 여행인 만큼 여권이나 비자 만료일도 미리 꼼꼼하게 체크해 둘 필요가 있다.  
 
*THE END 글을 쓴 홍자연은 현재 크루즈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컨시어지’ 포지션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1년간 전 세계 바다 위를 누비며 매달 쏠쏠한 여행 팁을 <트래비>에 전했다. 연재는 이번 달로 마치지만, 일생에 한 번쯤은 크루즈를 응원한다. 
브런치 missconcie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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