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오형수의 잘 팔리는 세일즈]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 Editor. 오형수
  • 입력 2019.02.18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형수<br>
오형수

 

연초에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 현지에서의 이동 수단으로 렌터카를 선택했다. 렌터카 회사의 담당 직원은 몇몇 서류에 사인을 요구하거나 모니터를 통해 예약사항을 점검하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차량 업그레이드와 보험 보장 항목 추가를 위한 업 세일링(Up selling)을 시도했다. 차량은 2인 여행자가 사용하기에 충분한 5인승 SUV를 예약했기에 더 좋은 차량으로 변경할 필요가 없었다. 보험 역시 본인 부담금이 없는 풀 커버 보험(SCDW)을 가입해 보험을 추가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렌터카 회사의 직원은 끊임없이 보험 추가 가입을 권했다.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 ‘No Thanks’로 일관하자 직원도 더 이상의 권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차량을 반납할 때 확인해보니 FPO(Fuel Purchase Option(연료 선 지급 프로그램)에 가입돼 있었다. FPO는 반납 시 주유할 필요가 없지만 남은 연료에 대해서 환급이 되지 않는 제도다. 반납 직전에 연료를 가득 채웠으니 손해가 컸다. 마침 담당 직원 출근 전 시간이었고 공항 도착 시간도 맞춰야 해서 반납 담당 직원에게 주유 영수증을 보여주며 FPO 환급을 요구하니 회사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결국, 환급을 확인하지 못하고 귀국했다. 귀국 후 렌터카를 예약한 사이트의 담당자에게 영수증과 주유 영수증을 보내 FPO 금액 환급을 요청하니 3일 후 차량 반납 담당 직원이 실수로 회사에 통보하지 않아 환급이 안됐다며 환급 처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물질적으로 손해를 입은 것은 없지만 다시는 그 렌터카 회사를 이용할 생각은 없다. 영어가 원활하지 못한 소비자에게 전문용어로 혼란을 주어 추가 매출을 올린 업 세일링(Up selling) 욕심 때문에 고객의 신뢰와 고객을 잃은 것이다. 


세일즈 현장에서 크로스 세일링(Cross selling, 교차판매)과 업 세일링(Up selling, 상향판매)은 매출 증대 기법의 기본이다. 현명한 소비자를 상대로 추가 매출을 올리기 위한 기업의 전략이다. 하지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매출 증대의 욕심 때문에 크로스 세일링과 업 세일링으로 고객을 속이거나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한다면 크로스 세일링과 업 세일링은 고객을 쫓는 최악의 세일즈 전략이 된다. 최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최소출발 인원 미달로 패키지여행이 취소된 것에 대해 여행사가 허위 모객으로 예약을 유도한 후 법적 문제가 없는 출발일 7일 전에 상품을 취소하고 대체 상품으로 유도했다며 여행업계 관행을 타파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여행사가 허위 모객 및 고의 취소 후 대체 상품 유도라는 꼼수를 사용했는지 알 수 없다.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문제는 고객들이 일부 여행사의 꼼수를 여행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으로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접한 다른 소비자들이 해당 여행사의 해명과 설명보다 피해를 주장하는 고객의 말을 더 신뢰하고 있다는 것은 여행사에 대한 고객의 신뢰 잔고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의미다. 


법대로 또는 고객이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제대로 항의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크로스 세일링과 업 세일링을 기업의 매출 증대를 위해 활용하는 것은 매출 증대의 착시를 만들 수 있겠지만 결국 고객의 신뢰를 잃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 특히 여행업계 스스로 신뢰를 잃는 얕은수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農夫餓死(농부아사)라도 枕厥種子(침궐종자)’라는 말이 있다. 농부는 굶어 죽을지언정 내년에 심을 종자는 먹지 않는다는 말이다. ‘신뢰’는 여행업계에게 농부의 종자와 같다. 당장 매출과 수익 때문에 내년에 심을 종자인 신뢰를 먹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고객을 속이거나 고객의 실수를 유발해 실적을 쌓고 수익을 올리는 행위는 언 발에 오줌을 누는 것과 같다.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는 세일즈는 작게는 개인과 회사를 망치는 자책골이지만 크게는 여행업계 전체의 노력과 신뢰까지 망치는 일이다.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K-TravelAcademy 대표강사
hivincent@naver.com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