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모던한 동양미,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
포스트 모던한 동양미,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
  • 박준
  • 승인 2019.04.01 16: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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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darin Oriental Singapore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수영장 너머로는 마리나 베이 샌즈가 보인다. 수영장 카바나(cabana)에 누워 시간을 보내는 건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호사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수영장 너머로는 마리나 베이 샌즈가 보인다. 수영장 카바나(cabana)에 누워 시간을 보내는 건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호사다

싱거운 이야기지만 처음엔 이름 때문에 끌렸다.
‘만다린 오리엔탈’이란 이름만큼 동양미가 느껴지는 호텔이 또 있을까.


●호텔에서의 하룻밤이 우리에게 주는 것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바라본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는 단아하고 아담하다. 보란 듯이 하늘로 치솟아 위용을 뽐내는 마리나 베이 샌즈와는 전혀 다르다. 럭셔리 호텔이란 점에선 같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른 두 호텔은 마리나 베이를 사이에 두고 싱가포르의 마천루를 이룬다. 만다린 오리엔탈이 과거와 현재, 동서양의 교차점으로서 싱가포르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다면 마리나 베이 샌즈는,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 ‘싱가포르 속 미국’ 같다.  

마리나 베이 부근에서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를 바라보면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여느 건물처럼 네모반듯하니 눈길이 오래 머물지 못한다. 하지만 겉만 보곤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의 진면목을 알 수 없다. 나 역시 그 안에 들어가 보기 전까지 ‘싱가포르의 모범생’ 같은 호텔이라 생각했으니까. 이름 때문인지 ‘싱가포르 고유의 환대(Singaporean Hospitality)’는 비싼 숙박비만큼 극진하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좀 고루하지 않을까?’ 의심도 없지 않았다. 막상 안에 들어갔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동양의 정신을 표현한 것 같은 ‘오리엔탈’ 고유의 매혹적인 기운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단정하기만 할 것 같던 만다린 오리엔탈은 동양의 정서를 넘어 극적이고, 파격적이며, 심지어 마리나 베이 샌즈처럼 포스트 모던한 자태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다 보면 마치 피라미드를 수직으로 오르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다 보면 마치 피라미드를 수직으로 오르는 것 같다

호텔 로비에 들어섰을 때, 마치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온 것만 같았다. 포스트 모던한 피라미드 말이다. 북아프리카의 피라미드가 아니라 적도에 접한 아시아의 피라미드다. 아트리움 로비에서, 2층 원형의 회랑에서 뻥 뚫린 꼭대기를 바라보면 우주로 향하는 비행선 안에 들어온 것 같다. 외관은 또 어떤가? 마리나 베이 쪽은 네모반듯하지만 건물 대각선의 반대쪽은 계단식으로 쌓아 올린 피라미드, 또는 펼쳐 놓은 부채를 뒤집어 놓은 것만 같다.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의 아이콘이 부채꼴인 이유다. 모범생 같은 만다린 오리엔탈은 끊임없이 파격적인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도발이다, 그런데 그게 과하지 않다.

로비 아래층은 층 전체를 갤러리 공간으로 쓴다. 피라미드 속 유물 같은 하나의 작품이 한 층을 다 차지했다
로비 아래층은 층 전체를 갤러리 공간으로 쓴다. 피라미드 속 유물 같은 하나의 작품이 한 층을 다 차지했다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는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편히 쉴 수 있는 곳이지만 절대 단조롭지 않다. 호텔 곳곳을 탐험이라도 하듯 계속 걸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로비 아래층은 전체를 갤러리 공간으로 사용한다. 여러 조각으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놀랍게도 단 하나의 작품이 한 층을 전부 차지했다. 마치 피라미드 속 유물 같다. 미술작품이 싱가포르에서 가장 비싼 자리를 통으로 누리고 있다는 것이 낯설다.

2103호에서 바라본 싱가포르의 마천루. 고개를 왼편으로 돌리면 마리나 베이 샌즈가 바로 보인다
2103호에서 바라본 싱가포르의 마천루. 고개를 왼편으로 돌리면 마리나 베이 샌즈가 바로 보인다

 

●편안한 침대에서 바라보는 마천루


2103호, 내가 머물렀던 방은 가장 높은 층이었다. 직원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21층으로 향할 때면 마치 피라미드를 수직으로 오르는 것만 같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태양신 신전의 입구 같은 곳이 나왔다. 한편에 홀로 놓인 도자기가 오리엔탈의 정신을 단아하지만 화려하게 드러낸다.

‘태양의 신전’처럼 보였던 엘리베이터 앞 공간
‘태양의 신전’처럼 보였던 엘리베이터 앞 공간

방으로 안내해 주던 직원이 말했다. “저도 여기에 꼭 한 번 묵고 싶어요. 저희 호텔에서 가장 뷰가 좋은 방이거든요!” 그녀 표정을 보고 알았다. 헛된 말이 아니라는 걸. 객실의 바닥부터 천장까지 전면이 유리창이다. ‘만다린 오리엔탈’이란 피라미드 안에서 맞은편에 위치한 마리나 베이 샌즈와 오른편의 마천루를 바라봤다. 바다 또는 만, 도시로 이어지는 파노라마다. 싱가포르에서 두 눈으로 누리는 가장 큰 호사였으며 가장 화려한 방이었다.

소소한 배려 역시 세심하다. 방 안의 세이프티 박스에는 충전 플러그와 USB 케이블이 갖춰져 있다. 베개에 한 번 고개를 누였다가 벌떡 일어나 베개를 이리저리 만져 보았다. 만다린 오리엔탈 정도의 호텔에서 ‘침구가 좋았다’라고 말하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베개에 감동했다. 탄력적인 푹신함, 머리를 편안히 하지만 꽉 잡아 줬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침구는 말할 것도 없다.


●한 잔의 차가 우리에게 주는 것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의 ‘모 바(Mo Bar)’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시면 한 사람에 48SGD(한화 약 4만원)다. 차 한 잔에 48SGD, 당연히 비싸다. 게다가 샴페인을 함께 곁들이면 가격은 68SGD로 뛰어 버린다. 여러 가지 디저트가 곁들여진다 해도 봉사료 10%와 세금이 붙으면 가격은 6만7,000원까지 뛰어 버리니 비싼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가격은 단순히 차 한 잔 값, 샴페인 한 잔 값이 아니다.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에서 마시는 애프터눈 티는 일상에서 벗어난 두 시간이다. 단순히 차나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위안을 얻는 시간이다. 사진을 연거푸 찍느라 스마트 폰에서 손이 안 떨어지는 것마저 자연스럽다. 어여쁘고 화려한 애프터눈 티 메뉴를 찍는 게 아니다. 애프터눈 티처럼 곱고 예쁜 시간을 보내는 이 순간의 나를 기억하기 위해 찍는다. 오로지 사진만을 위해 선택해도 괜찮다. 애프터눈 티는 눈으로 마시기 때문이다. 

모 바의 애프터눈 티는 입 아닌 눈으로 마신다
모 바의 애프터눈 티는 입 아닌 눈으로 마신다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의 애프터눈 티에는 차 이외에도 푸아그라 롤리팝(Foie Gras Lollipop), 캐비어 중에서도 가장 비싸다는 오씨에트라 캐비어(Oscietra Cavier) 등이 곁들여진 20가지의 디저트, 샌드위치, 케이크, 무스, 타르트가 나온다. 가벼운 런치라고 여겨도 좋다. 뤼나르(R de Ruinart) 샴페인은 달콤하지만 가볍지 않다. 푸아그라 롤리 팝을 입 안에 넣으니 말린 체리들이 경쾌하게 부서진다. 버터는 고소하고 깔끔하다. 스콘이란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 맛은 내가 알던 스콘과 전혀 다르다. 두 시간 넘게 메뉴를 살피며 한 가지 한 가지 메뉴를 정성껏 먹었다. 정체를 이미 파악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맛을 보아도 각각의 재료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단 한 가지 맛으로 완전히 융화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의 애프터눈 티는 간단한 점심이라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한 샌드위치가 함께 제공된다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의 애프터눈 티는 간단한 점심이라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한 샌드위치가 함께 제공된다

진귀한 메뉴들을 모두 다 맛봤다. 차를 다 마시면 다른 차 또는 커피를 한 잔 더 무료 주문할 수 있으니 사실 두 잔을 마실 수 있는 셈이다. 48SGD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만약 싱가포르에 간다면 꼭 이곳을 가 보라고 권하겠다. 차 한 잔에 5만원이란 모 바(Mo Bar)의 비싼 애프터눈 티를 경험하고 나서 “아, 이건 비싼 것이 아니구나!” 여기는 뜻밖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1년에 한 번쯤, 묵직한 은도금 쟁반에 내온 차를 마시고, 손으로 두들겨 만든 것 같은 티스푼과 포크를 쓰고 싶다. 그 순간만큼은 하이(high)해지기 때문이다. 애프터눈 티를 ‘하이티(high tea)’라고도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나는 멋대로 생각한다.   

 

글·사진 박준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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