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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버킷리스트 데스밸리 로드트립

  • Editor. 김훈호
  • 입력 2019.04.02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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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랭글러(JEEP Wrangler)에 올라데스밸리 오프로드를 질주하다
지프 랭글러(JEEP Wrangler)에 올라 데스밸리 오프로드를 질주하다

‘극적인 아름다움’을 마주했다.
오로지 시간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연의 신비가 척박한 사막 위에 새겨져 있었다.
심장이 요동쳤다. 짜릿한 긴장감 때문에, 그리고 새로운 여행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파스텔 톤으로 물든 사막 산, 예술가의 팔레트(Artist’s Palette)
파스텔 톤으로 물든 사막 산, 예술가의 팔레트(Artist’s Palette)

*북미에서 가장 낮고 뜨거우며 건조한 데스밸리는 로스앤젤레스로부터 북쪽으로 480km 떨어져 있다. 한 해 동안 내리는 강수량은 40mm 내외, ‘척박’이란 단어마저 말라 비틀어질 법한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여름철에는 사람이나 동물이 쓰러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신비로운 일출, 자브리스키 포인트


데스밸리에서 가장 장엄하고도 섬세한 곳, 자브리스키 포인트(Zabriskie point)다. 이곳은 오백만 년 전 호수에 퇴적된 침전물이 풍화작용을 거치며 만들어 낸 지형이다. 그토록 거대했던 바위가 흙이 되어 사막을 이루기까지 물과 공기, 바람은 아마 부단한 노력을 해왔을 것이다.

얕은 주름과 다양한 색을 머금은 토양의 결은 마치 신이 그린 그림인 듯 신비롭다. 데스밸리는 일출명소로도 유명한데 장관은 해가 뜨는 쪽의 반대편이다. 해가 떠오르면 얼음장처럼 차가워 보였던 산등성이의 깊은 주름에 빛이 스민다. 주황빛, 보랏빛, 붉은빛. 사막 위를 누비던 잔잔한 바람이 내게 불어온다. 지구인지, 화성인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신비로운 이곳에서 일출을 맞이했다.

마침 아침 하늘에는 보름달까지 떠올라 있었다. 생에 가장 비현실적인 아침이었다. 데스밸리 방문자 센터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대부분 여행자들이 자브리스키 포인트를 찾곤 한다. 언제 가도 아름답지만, 일출시간이 가장 빛난다.

●캘리포니아의 우유니, 배드워터


배드워터(Badwater)는 북미에서 가장 낮은 땅이다. 해수면보다 무려 85m 정도나 낮다. 이곳은 오래전, 바다였으나 주변의 땅이 융기하여 호수가 되었다. 호수는 한낮의 뜨거운 햇살을 못 이겨 말라 버렸고 본래 바다였던지라 그 자리엔 소금만 가득 남게 되었다. 척박한 이곳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얼마나 소중할까, 소금만 가득한 이곳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금방 소금물로 변해 버리니 마실 수가 없다. 나쁜 물, 그래서 배드워터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사방을 둘러봐도 산과 갈색 모래만 가득한 사막에서 갑작스럽게 마주한 흰 세상은 데스밸리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 주었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을 캘리포니아에서 마주칠 수 있다니, 물론 그 크기는 조금 작았지만.

쿠바에서 여행을 왔다는 파울로 가족도 이 신비한 광경에 신이 났는지 인증사진에 열을 올렸다. 엄마와 아들 파울로는 열심히 점프를, 아빠는 소금에 금방이라도 닿을 듯 엎드려 셔터를 눌렀다. 마치 설원처럼 느껴지는 소금 사막, 그 위로 펼쳐진 파란 하늘, 함박웃음을 머금은 가족을 바라보고 있자니 피부로 느껴지는 모든 건조함이 가시는 듯했다. 사막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을 만한 촉촉한 행복이었다.

 

▶Additional spots
예술가의 팔레트
Artist’s palette & Artists drive

바위들의 색이 예술가의 팔레트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포토스폿으로도 좋지만 향하는 길이 외길이라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골든 캐년 Golden canyon
자브리스키 포인트의 건너편을 볼 수 있는 트레킹 코스. 해 질 녘에 금빛으로 물든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메스키트 플랫 샌드 듄즈(Mesquite Flat Sand Dunes)는 사막이다. 조금 더 자세히 묘사하면 흔하지 않은 풍경에 자리한 사막이다. 모래만 가득 쌓여 있었다면 여느 유명한 사막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겠지만, 붉은색의 산맥을 등지고 있다. 모래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산맥에서 느껴지는 거친 질감이 상반된 매력을 뿜어낸다.

저 멀리 능선에 올라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 발걸음을 재촉해 보지만, 모래가 발길을 ‘푹푹’ 잡아댄다. “그냥 네 속도로 걸어가는 것이 좋을 걸, 힘들지 않을 만큼!”이라고 말을 걸어 오는 것만 같다.

사막의 가장 큰 매력은 가야 할 곳도, 가야 할 길도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오르고 싶은 능선을 향해, 나에게 알맞은 속도로 걸어가다 보면 같은 사막에서 다른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잠시 후면 사라질 발자국을 돌아보며 허무함을 느꼈다가도 다시 걸어가야만 하는 곳이 사막이다, 마치 인생같이 말이다. 내일은 또 어떤 이가 이곳에 발자국을 남길까 그리고 또 어떤 이의 발자국이 사라질까, 문득 궁금해졌다.  

 

*열정여행가 김훈호는 2016년 5월 말에 한국을 떠나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자전거로 2만 킬로미터를 달려 아메리카 대륙을 종단했다. 여행을 마친 그는 에세이 <젊음, 무엇이 있다>를 발간했다. 현재 그는 전공인 ‘청소년 지도’를 바탕으로 강연과 여행 기획을 통해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로하고 있다.
페이스북 youknowhunho
인스타그램  why_change_u

 

글·사진 김훈호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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