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화는 필수, LA 베니스 비치
러닝화는 필수, LA 베니스 비치
  • 김예지 기자
  • 승인 2019.04.0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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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고 여유로운 베니스 비치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자극이 없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읽은 이 법칙은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오늘이 처음인 것처럼 하루를 살았지만 내일을 사는 누군가가 자꾸만 시간을 당기는 것 같았다.

●To Los Angeles
여행 모드로 전환


챙길까 말까. 집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고민했지 말이다. 수십 번을 망설이다 결국엔 무겁다며 두고 온 게 화근이었다. 호텔이 위치한 베니스 비치(Venice Beach)는 달리기에 최적이었다. 평소보다 머리를 높이 질끈 묶고 조금은 과감하게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고, 그런데 결정적으로 러닝화가 없다니. 11시간을 날아와서까지 하는 생각 치곤 꽤 옹졸하다만 낯선 곳으로의 적응기간이 필요한 법이다. 지금 여기 로스앤젤레스에.

하긴, 조깅을 하긴 밤낮으로 꽤 쌀쌀했다. 지구상의 도시라면 응당 앓는 기후 변화를 캘리포니아 역시 피해 가지 못한다던 인터넷 뉴스가 살갗을 스쳤다. 도통 쓸 일이 없던 우산을 가져 다니기도 한다니, 어쩜 ‘환상적인 날씨’는 더 이상 캘리포니아의 수식어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로스앤젤레스에는 로스앤젤레스만의 ‘썸띵 스페셜(Something Special)’이 있다나. 로스앤젤레스관광청에서 근무 중인 알렉스(물론 그가 영국 남자라는 사실을 무시하지 못하지만)는 그가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고, 늘 꿈꿀 수 있을 것 같은 도시”라는 말이 글쎄. 너무 예쁘장해서 로스앤젤레스 초행자를 위한 맞춤형 멘트가 아닐까 잠시 의심했다. 그래도 새로운 시작, 여행자에게 이보다 솔깃하게 믿고 싶은 단어가 또 있나. 그것이 무엇이든 할지 말지 고민되는 상황이라면 일단 하고 보기로 마음먹었다. 평소 안 먹던 음식이나 매지 않던 연핑크 에코백, 타 본 적 없는 놀이기구 같은 것들도. 모처럼 완벽한 날씨에 그깟 러닝화가 없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베니스 운하를 걷는 발걸음이 느려진다

●Dreams Come True
베니스를 꿈꾸다


두려운 첫발을 뗐다. ‘띵동’. 앱을 다운 받아 QR 코드를 찍자 두 바퀴가 돌기 시작했다. 자동차와 자전거만큼이나 현지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라더니, 정말로 골목마다 공유 스쿠터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난생 처음 타 본 스쿠터의 속도 조절과 방향 턴이 난관이긴 했지만 다행히 해변은 유하게 이어졌다. 

마을의 간판처럼 내걸린 ‘베니스’
마을의 간판처럼 내걸린 ‘베니스’

베니스 비치는 철저히 ‘개취’ 기반 인공 마을이다. 개인은 애봇 키니(Abbot Kinney, 1850~1920년), 취향은 이탈리아 베니스. 1800년대 후반 백만장자였던 애봇 키니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 베니스를 구현하고자 캘리포니아의 땅을 사들였다. 항구와 선상 레스토랑, 카페, 강당과 댄스홀을 짓고 운하를 만들어 곤돌라도 띄웠다. 마치 리조트처럼, 애봇 키니의 야심작은 1905년 공식 개장했다. ‘베니스 오브 아메리카(Venice of America)’.

애봇 키니는 건축가, 화가 등 아티스트들을 베니스로 초대해 살게 했다고 한다. “백지에 그림을 그리게 한 거죠.” 해변에서 그래피티 작업이 한창인 아티스트들을 지나며 알렉스가 말했다. 때마침 일요일. 버스커와 행위예술가들이 기다렸다는 듯 오션 프론트 워크(Ocean Front Walk)로 쏟아져 나왔다. 해변 한쪽을 커다랗게 차지한 스케이트 파크(Venice Beach Skate Park)에서는 스케이터들이 구경꾼들의 탄성을 리듬 삼아 공중과 땅을 번갈아 타고 있다. 베니스 비치는 오늘날 예술가들의 광장이 됐다. 애봇 키니가 그 옛날 그렸던 빅 픽처대로.

오션 프론트 워크가 일요일마다 맞는 일상
오션 프론트 워크가 일요일마다 맞는 일상

오션 프론트 워크를 벗어나 한적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사람도 없겠다, 이제 좀 맘껏 밟아 볼까 하는데 왜 속도가 안 나는 걸까. ‘삐-삐-’. 곧 스쿠터 제한구역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부랴부랴 주차구역을 찾아 헤매다 가까스로 사태를 수습했다. 베니스 운하(Venice Canal)를 오롯이 두 발로 걸었다. 과거 10개 정도였던 운하는 지금 아주 일부만 남아 있었다.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면서 1929년부터 하나 둘 도로로 채워진 탓이다. 남은 운하들은 방치되다 1992년에야 리노베이션의 수혜를 입었다. 전성기를 훌쩍 넘긴 곤돌라들은 그대로 멈춰 있었다. 베니스 운하의 집 한 채가 무려 약 700만 달러에 호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어쩌면 쓸쓸함과 운치는 한 끗 차이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게 도대체 얼마냐, 누가 저런 델 사나 등등 좀처럼 외딴 몽상을 하며 결국엔 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시행착오가 많은 하루였지만 적어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꿈, 도전, 창조, 우버(Uber)가 워낙 일상인 도시기도 하다.

▶HOTEL in Venice Beach
호텔 어윈(Hotel Erwin)

베니스 비치에서는 유일하게 객실과 루프톱 바를 겸비한 ‘풀서비스’ 호텔이다. 6층 규모에 119개 객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해변의 캐주얼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난다. 로비와 엘리베이터에서 신나는 올드팝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주 투숙객인 서퍼와 스케이터들, 로비의 직원들까지 쾌활하다. 루프톱 바 ‘하이(High)’는 파티 장소로 인기인데, 최근 팝가수 핑크(Pink)가 공연을 마친 후 이곳에서 쫑파티를 열기도 했다고. 스스로 동안이라 생각한다면 루프톱에 갈 땐 여권을 지참하는 것이 안전하다.

주소: 1697 Pacific Avenue, Venice, CA 90291
전화: +1 800 786 7789
홈페이지: hotelerwin.com

▶RESTAURANT
더 로즈 베니스(The Rose Venice)

베니스 비치 중심에 자리한 레스토랑 겸 베이커리 카페. 현지인들이 가득 들어찬 가게 입구에서부터 로컬 맛집임을 직감할 수 있다. 파스타, 버거, 부리또 등 다양한 메뉴 중에서도 아보카도 토스트는 꼭 주문해야 할 메뉴. 식전빵이 푸짐하다고 해서 너무 많이 배를 채우지는 말 것. 

주소: 220 Rose Avenue, Venice, CA 90291
영업시간: 월~목·일요일 08:00~14:30/ 17:30~22:00, 금요일 08:00~14:30 / 15:30~23:00(카페는 매일 07:00~17:00)
전화: +1 310 399 0711

▶CAFE
블루 보틀(Blue Bottle)

프랜차이즈가 아닌 ‘스페셜티 커피’로 미국을 평정한 커피 브랜드.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별칭을 얻었을 정도다. 블루 보틀의 스페셜티는 로스팅 48시간 이내의 신선한 원두를 사용해 매장의 바리스타가 눈앞에서 직접 내려 주는 커피. 커피의 질도 질이지만 미니멀하고 감각적인 매장 디자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시그니처 메뉴인 ‘뉴올리언즈’가 인기며, 파란색의 심플한 로고가 박힌 굿즈도 로스앤젤레스 여행 기념품으로 제격이다. 일본에 이어 올해 중 서울 성수동에 진출할 예정이다.

주소: 1103 Abbot Kinney Boulevard, Venice, CA 90291(애봇 키니점)  
영업시간: 매일 06:00~19:00  
가격: 뉴올리언즈 4.25USD

 

글·사진 김예지 기자 
취재협조 로스앤젤레스관광청 kr.discoverlosangel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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