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상에서 가장 숨 막히는 여행
[인터뷰] 세상에서 가장 숨 막히는 여행
  • 강화송 기자
  • 승인 2019.08.01 0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시온, 필리핀 코론섬 바라쿠다 레이크
필리핀 코론섬 바라쿠다 레이크 Ⓟ표시온

그녀의 여행은 숨 쉬지 않는다.
그래서 고요하고, 평화롭다.

 

어린 시절 종종 세계지도를 방 한가운데 쫙 펼쳐놓곤, 여행을 떠나곤 했다. 그 여행의 끝은 항상 ‘나중에 꼭 가봐야지’ 정도의 가벼운 다짐. 그 다짐을 거의 이뤄낸 지금, 다시 펼친 세계지도에는 푸른 다짐만 가득하다. 바로 바다, 세계를 모두 걸어 여행했더라도 결국 지구의 3분의 1과 만났을 뿐이니까. 지구의 3분의 2를 여행하는 프리다이버 강현지를 만났다. 그녀는 바다를 여행하는데, 당혹스러운 첫 마디. “저는 사실 수영을 못해요!”
인스타그램 cat_diving

필리핀 두마게티
필리핀 두마게티
필리핀 두마게티 Ⓟ김경모
필리핀 두마게티 Ⓟ김경모

 

캣다이빙이라는 별명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솔직히 말하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2가지에요. 고양이와 다이빙. 생각보다 너무 허술한 의미에 많이 놀라셨죠?(웃음). 제가 모시고 있는 고양이의 이름은 시루에요. 가끔 고장나지만, 너무 사랑스러워요. 


다이빙은 언제 처음 시작했나요?

대학 졸업여행을 떠났을 때에요. 필리핀 보라카이로 휴가를 떠나, 호핑투어를 했어요. 포인트에 배가 정박하더니, 모두 스노클링을 시작했어요. 저 역시 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죠. 일렁이는 수면 위를 한참 떠다니며 아래를 내려다봤어요. 산호, 물고기, 청록색. 아름다운 바다 속을 내려다보며 생각했어요. ‘내려가 보고 싶다. 바다 안에서 위를 올려다보고 싶다!’ 휴가에 돌아와서 곧바로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엄청 도전적이네요. 생각보다 계기가 충동적인데요?

저는 치위생과를 졸업하고, 치위생사로 1년 반 정도를 일했어요. 저와 정말 잘 맞던 직업이었죠. 규칙적인 삶을 사랑하거든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는 것들, 변수가 없을수록 제 마음은 편안해요. 많은 분이 저의 SNS만 보고 모험심이 가득 넘치고, 계획적인 것을 싫어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에요. 제가 다이빙에 정말 푹 빠질 수 있던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규격에 맞춰 규칙적인 삶만을 고집하던 저였는데, 이상하게 물속에서만큼은 자유롭고 편안했어요. 처음으로 스스로 ‘예외’를 택한 거죠. 취미니까 그래도 되는 거잖아요!(웃음). 저는 여전히 규칙적인 삶을 살아가기 원해요. 하지만 ‘여행’만큼은 충동적이고 싶어요. 그냥 훌쩍 떠나서 새로운 곳을 탐하고 멋진 바다를 마음껏 즐기는 여행. 어떤 일 앞에서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할 수 있는 담대함!

필리핀 아포섬 Ⓟ김성수
필리핀 아포섬 Ⓟ김성수

 

멋지네요, SNS에서 보니 여행을 무척 자주 떠나는 것 같아요.

SNS만 보고 저에 대해서 무엇을 생각하든 우선 그건 오해일 확률이 높아요. SNS에는 여행하며 아름다웠던 순간들만 가득하니까요. 보통 여행을 한 번 갈 때 상당히 길게 가는 편이에요. 최소 열흘 이상은 머물다 와요. 그리고 3일에 하루는 꼭 바다에 들어가죠. 그런 모습을 보고 어떤 이들은 ‘돈이 많은가?’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저의 대답은 ‘아니요!’ 저는 취미로 다이빙을 즐겨요. 취미를 위해서는 본업에 충실해야 하죠. 예전에는 치위생사로 일했지만, 지금은 어머니를 도와서 떡집을 운영하고 있어요. 보통 여행을 한 번 가면 대략 100만원 정도 경비가 들어가는 것 같아요. 뜬금없지만 ‘낙원떡집’ 많이 사랑해 주세요. 틈새 홍보 죄송해요. 


하하, 떡은 원 없이 먹을 수 있겠어요.

아, 저는 빵을 좋아해서. 


모든 여행에 바다가 빠지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여행을 계획할 때, ‘바다’가 1순위이에요. 바다가 없는 곳은 안 간다고 봐야죠. 제게 ‘여행’이라는 뜻은 ‘다이빙’을 포함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여행지가 조금 한정적이기는 해요. 필리핀을 특히 좋아해서 지금까지 10번 정도는 여행한 것 같아요. 최근에는 태국을 다녀왔어요. 푸껫부터 피피섬, 끄라비 등 17일 동안 여행했죠. 정해진 것 하나 없이 다녀왔어요. 숙소도 현지에서 끊었고, 오토바이 한 대 빌려 여행했어요. 예전에는 거의 강박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계획을 세웠는데, 이제 어느 정도 무계획에 대범해진 것 같아요.

필리핀 코론섬 바라쿠다 레이크 Ⓟ표시온
필리핀 코론섬 바라쿠다 레이크 Ⓟ표시온

 

꽤 길게 여행을 다녀왔는데, 피부가 많이 안 탔네요.

지금 정말 검게 변한 상태에요. 제가 원래 정말 하얀 피부 톤을 가지고 있거든요. 한때 필리핀에서 ‘백설공주’라고 불렸습니다(웃음). 죄송해요, 이건 좀 삭제해 주세요.


스쿠버다이빙과 프리다이빙을 둘 다 병행하는 건가요?

저는 필리핀 보홀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처음 배웠어요. 1년 정도 스쿠버다이빙을 즐긴 것 같아요. 그러던 중 필리핀 오슬롭에서 맨몸으로 바다 속을 헤엄치는 사람들을 봤어요. 가볍고 우아한 몸짓에 반해버렸죠. 그렇게 프리다이빙을 배우게 되었어요. 프리다이빙은 필리핀 모알보알에서 약 3주 정도에 ‘레벨3’까지 배웠어요. 프리다이빙은 스쿠버다이빙에 비해 장비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에서 정말 큰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프리다이빙의 실력은 레벨로 구분하나 봐요.

프리다이빙 레벨은 보통 4가지 등급으로 나누어져요. 보통 레벨1은 ‘베이직 프리다이버’, 레벨2는 ‘프리다이버’, 레벨3은 ‘어드밴스 프리다이버’, 레벨4는 ‘마스터 프리다이버’로 나누어지죠. 각 레벨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필요한 충족조건이 다르고, 프리다이빙 협회마다 자격증 발급조건도 조금씩 달라요. 자유 하강, 수직 하강, 레스큐, 이론시험 등 종목이 다양해요. 보통 레벨2면 30m 정도의 수심까지 하강할 수 있어요.


우와, 신기한 프리다이빙의 세계네요.

프리다이빙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면 프리다이빙은 스노클링뿐만 아니라 무호흡, 잠수의 영역을 포괄해요. 스노클링이나 덕다이빙은 교육이 없이도 가능하지만, 깊은 수심을 맨몸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들이 아주 많아요. 이를테면 이퀄라이징 방법, 폐와 기도를 보호하는 방법, 호흡 등 배워야 할 것들이 무궁무진하죠.


프리다이빙은 호흡이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숨을 오래 참아야 하잖아요. 정확한 룰에 맞춰 제가 수면에서 잠수할 수 있는 시간은 4분 정도에요. 10m에서는 약 3분 정도 잠수를 할 수 있어요. 물론 즐겁게 놀 때는 1분 정도 프리다이빙을 해요. 프리다이빙에서 호흡은 총 4단계로 이루어져요. 몸을 차분히 하고 숨을 고르는 준비 호흡, 숨을 들여 마시기 직전에 폐를 부풀려 많은 공기를 머금는 최종 호흡, 숨을 참는 무호흡, 그리고 마지막 숨 참기를 마치고 다시 평온한 상태로 돌아오는 회복 호흡으로 구분되죠. 많은 분이 숨을 오래 참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이 아니에요. 


호흡을 안정적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는 회복 호흡이 가장 중요한 단계예요. 제대로 회복 호흡을 하지 않으면 기절을 하는 등 위험에 빠질 수 있거든요. 프리다이빙에서 가장 신기한 순간은 컨트랙션(Contraction) 단계예요. 숨을 과도하게 참으면 배와 가슴 근육이 반복적으로 강하게 수축하게 되거든요. 이런 현상을 ‘컨트랙션’이라고 불러요. 신체가 위험해지지 않도록 몸이 강제로 숨을 쉬게 만드는 현상이죠. 이 현상의 원인과 안전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적응하면 숨 참는 시간을 비약적으로 늘릴 수가 있어요. 

필리핀 아포섬 Ⓟ김경호
필리핀 아포섬 Ⓟ김경호

 

갑자기 숨이 가빠오는 건 기분 탓이겠죠. 프리다이빙을 하며 마주했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언제인가요?

거북이, 고래상어, 거대한 정어리 떼, 아름다운 산호. 바다의 아름다움은 정말 많이 경험했어요. 이젠 그런 아름다움에는 조금 담담해진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저를 설레게 하는 모습이 있어요. 바로 올려다볼 때에요. 바다는 들어가지 않으면 내려다볼 수밖에 없잖아요. 비가 오는 날 바다 안에서 수면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눈이 내리는 듯해요. 작은 물방울들이 함박눈처럼 쏟아지거든요. 햇빛이 잘 드는 날도 좋아요. 일렁이는 파도에 맞춰 바다 속에서 오로라를 보는 기분이거든요. 이 모든 것은 들어가서야 마주할 수 있는 풍경들이죠. 숨이 차오르다가도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주 평온해져요.


듣는 것만으로 차분해지는 풍경들이네요.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다이빙 명소가 있다면?

우선 사이판 그로토(Grotto)! 그로토는 세계 3대 다이빙 포인트로 ‘동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사이판 바다는 워낙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하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지형이 무척 특별해요.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꼭 가봤으면 좋겠어요. 스쿠버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산소통을 짊어지고 117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하니, 준비과정은 조금 힘들 수 있어요. 아름다운 풍경을 위안 삼아 도전해 보세요.

필리핀 모알보알도 추천해요. ‘모알보알 파낙사마 비치’는 조금만 나가면 바다 속에 절벽이 있어 프리다이빙을 즐기기 제격이에요. 멋진 정어리 떼와 거북이를 볼 수 있어요. 바다 속으로 떨어지는 햇빛을 가릴 만큼 어마무시한 정어리 떼의 춤사위는 지금까지 잊을 수 없어요. 한 곳 더!

필리핀 코론섬에 위치한 바라쿠다 레이크도 정말 좋아요. 바라쿠다 레이크는 수온약층 포인트에요. 수심 12~13m를 기준으로 위는 차가운 민물(약 27도)을, 아래는 따뜻한 바닷물(약 38도)을 경험할 수 있어요. 수온이 바뀔 때, 시야가 흐려지는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죠. 


프리다이빙은 장비도 정말 중요할 거 같아요.

기본적으로 마스크, 스노클, 핀을 착용하고 바다로 들어가요. 전부 중요한 장비들이지만 핀 선택이 중요해요. ‘핀 블레이드’의 재질은 크게 플라스틱, 파이버글라스, 카본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이중 저는 파이버글라스 핀을 사용하고 있어요. 성능 대비 아주 합리적인 가격에, 무엇보다 투명한 소재여서 사진이 잘 나오거든요. 언제 어디서든 잘 찍힐 준비는 필수잖아요.


SNS에 있는 수중 화보 사진, 정말 아름답던데요.

사실 저는 수영을 못해요. 다들 제가 다이빙을 즐겨 하니 당연하게 수영을 잘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 번은 호핑투어를 즐기고 있는데, 친구 한 명이 바다에 저를 휙 밀어버린 거예요. 정말 죽을 뻔했어요. 한참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잘못된 걸 알고 구하러 와 줬어요. 배에서 아주 엉엉 울었죠. 지금도 오리발 없이 바다로 들어가면 조금 무서워요. 수중 화보는 이런 저의 ‘물 공포증’ 때문에 버킷리스트로만 간직하고 있었어요. 사실 수중 화보를 찍을 당시도 무서웠어요. 그냥 주변 사람들을 믿고 의지하며 촬영했죠. 이 자리를 빌려서 꼭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요. “저를 바다에 빠트리면 죽습니다!”라고요, 하하.


만약 해외여행 중 갑자기 프리다이빙이 하고 싶어졌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방법은 많죠! 가장 쉬운 방법은 호핑투어를 예약하는 방법이에요. 좋은 포인트에서 스노클링 시간을 줄 때 프리다이빙을 하면 되죠. 하지만 너무 복불복이라는 단점이 있어요. 수심이 정말 낮을 수도 있거든요. 정말 좋은 포인트를 찾고 싶다면 주변 스쿠버다이빙 숍에 들러 문의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가는 이들의 배에 같이 올라타 프리다이빙을 해도 괜찮아요. 다만, 주변부로 배가 많이 지나다닌다든가, 너무 위험한 환경에서는 스스로 자제할 줄 알아야 하죠. 저는 비치다이빙도 선호하는 편이에요. 구글링을 통해 좋은 포인트들을 검색하고 찾아가면 되니까요. 물론 항상 좋은 포인트를 찾을 수는 없죠, 그게 여행이니까요.


혹시 프리다이빙을 하며 유의할 점이 있을까요?

흔히 사람들이 어떤 운동을 할 때,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라고 하잖아요. 프리다이빙은 반대인 것 같아요. 자기를 너무 맹신하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초보자분들에게는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해라’라고 항상 조언해요. 너무 욕심내지 마세요. 프리다이빙은 절대 배우지 않고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에요. 올바른 호흡법과 다양한 지식을 알고 즐겨야 하죠.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프리다이빙은 반드시 2명이 짝을 이루는 ‘버디 시스템’으로 진행해야 해요.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응급조처를 하기 위해서죠. 

앞으로도 여전히 바다를 여행하실 건가요?

네. 저는 여행이, 바다가 좋아요. 그렇다고 제가 ‘욜로(YOLO)족’은 아니에요. 계획적인 삶을 지향하거든요. ‘미래를 갈아서 여행을 간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절대 그렇게 못 해요. 차곡차곡 모으고 있어요. 저는 미래에도 계속 여행을 해야 하니까요. 제 인생의 목표는 1년에 3~4번 정도 여행을 하며 살아갈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에요. 깊은 바다로 들어가기 전, 편안한 상태로 숨을 고르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이빙에서 배웠으니까요.


또 다른 여행 계획은요?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저는 무척 계획적인 사람이에요(웃음). 하지만 여행만큼은 예외로 하고 싶어요. 언제 어디로 떠날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가고 싶을 때, 어디론가 여행을 가게 되겠죠. 확실한 건 하나예요, 어느 바다를 여행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 
 

글 강화송 기자 사진제공 강현지


  • 서울 중구 무교로 16, 5층 (주)여행신문
  • 대표전화 : 02-757-8980
  • 팩스 : 02-757-898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홍렬
  • 법인명 : (주)여행신문
  • 제호 : 트래비 매거진
  • 등록번호 : 서울 라 00311(2009-10-13)
  • 발행일 : 2005-05-30
  • 발행인 : 한정훈
  • 편집인 : 김기남
  • 트래비 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트래비 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ktt@traveltime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