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수 있는 건 낭만뿐
줄 수 있는 건 낭만뿐
  • 손고은 기자
  • 승인 2019.09.03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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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약 30km 떨어진 푸시킨시는 황제마을로 불렸다. 예카테리나 1세가 지은 작은 궁전은 ‘호박방’으로 유명해졌지만 궁전 안 참나무 숲길을 여유롭게 산책해보길 권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약 30km 떨어진 푸시킨시는 황제마을로 불렸다. 예카테리나 1세가 지은 작은 궁전은 ‘호박방’으로 유명해졌지만 궁전 안 참나무 숲길을 여유롭게 산책해보길 권한다

러시아인들은 이유 없이 미소를 짓지 않는다.
겨울만치 냉랭한 얼굴이 양쪽으로 수없이 스쳐 지나갔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가진 건 낭만뿐이었다. 

 

●낭만주의자의 하루 


참말로 하루가 길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과 그에 무색한 시차 때문만은 아니었다. 7월 중순 한여름인데도 자꾸만 옷깃을 여미고 하늘과 시계를 번갈아보며 시간을 확인했던 걸 보니 분명 러시아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그러니까 해는 밤 9시가 지나서도 넘어갈랑말랑 늑장을 부리는 중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94개의 크고 작은 강과 운하가 있다. 그저 운하 근처를 걷는 것만으로도 그야말로 낭만이 넘치는 곳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94개의 크고 작은 강과 운하가 있다. 그저 운하 근처를 걷는 것만으로도 그야말로 낭만이 넘치는 곳이다

백야다. 여름이면 부지런하지 못한 해 덕분에 시간이 아까운 여행자의 발걸음은 더 총총거린다. 48시간을 24시간처럼 보내고도 자꾸만 걷고 싶게 만드는 여기, 상트페테르부르크. 수십 개의 강과 운하, 어스름한 하늘 아래 희미한 불빛이 내려앉았다. 이곳을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기억한다는 내가 아는 어떤 부부의 회상에 모든 질투가 쏠렸다. 

 

●표트르대제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길이 740km의 네바 강(Neva R.)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강과 운하가 94개나 흐르고 있다. 그래서 수로만을 이용해도 도시 전체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러시아 최초의 항구도시. 북쪽의 베네치아라는 애칭을 얻었다. 강 사이를 잇는 다리만 500개에 달한다고. 그래서 밤 12시가 되면 하늘 위로 고개를 드는 궁전 다리부터 사자 다리, 키스 다리, 블루 다리 등 독특한 다리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피의 구세주 성당. 현재 중앙의 첨탑은 보수 공사 중이다
피의 구세주 성당. 현재 중앙의 첨탑은 보수 공사 중이다

사실 아주 오래전 이곳은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다.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습지대(늪)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유유히 흐르는 수많은 강은 ‘운송’을 위한 또 다른 길로 가치를 높게 샀고, 18세기 초 표트르대제가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며 쟁취한 땅이 됐다. 이후 표트르대제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교통과 군사적 요충지로 삼고 전략적으로 도시를 건설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 결과 10년 만에 요새와 도로, 수많은 건물 등 제반 시설을 갖추면서 1712년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바꿨다.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 안에 위치한 표트르 대제의 동상. 그의 손등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있다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 안에 위치한 표트르 대제의 동상. 그의 손등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있다

러시아의 수도는 1918년 10월 혁명 이후 다시 모스크바로 옮겨졌다. 하지만 표트르대제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통해 유럽의 문화를 가장 일찍 받아들이고 예술의 꽃을 피우며 오늘의 러시아를 만든 주인공이라는 말에 누구도 반박하지 않는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시 곳곳을 둘러보면 느낄 수 있다. 박물관이나 궁전에 고이 모셔 놓은 초상화며 위엄이 느껴지는 기마상 등 그의 흔적이 여럿이다. 특히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Петропавловская крепость)에 있는 표트르대제 동상은 실제 표트르대제의 얼굴을 본떠 만들었는데 얼굴 크기에 비해 몸집이 비정상적으로 크다. 그의 위상과 위엄을 강조하기 위함이란다. 이렇게 낭만 가득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만나게 해준 그에게 감사를 표하며 손등을 여러 번 어루만졌다. 

 

●우아한 나빌레라 


나도 여자 아이였나 보다. 같은 반 친구가 학예회에서 단독으로 발레하는 걸 보곤 한동안 엄마를 못살게 굴었더랬다. 고작 석 달도 못 가 그만 둘 거면서. 어쨌든 생애 첫 발레 공연은 어느 초등학교(사실 그 땐 국민학교라 불렀다) 소박한 강당이었지만 총총 그러나 사뿐히 날아오르며 연기하는 친구의 모습이 나비처럼 예뻐 뇌리에 박혔다. 그때 친구의 발레 공연이 <백조의 호수>였는지 <호두까기 인형>이었는지는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예술광장 가운데에는 러시아의 대표 작가 푸시킨을 기리는 동상이 자리한다
예술광장 가운데에는 러시아의 대표 작가 푸시킨을 기리는 동상이 자리한다

사실 발레의 발상지는 이탈리아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발레 하면 러시아를 떠올리는 건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작품 때문일 거다. “발레의 시작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였지만 발레를 고급 공연으로 격상시킨 곳은 상트페테르부르크입니다. 특히 차이코프스키의 역할이 컸죠. 그가 음악을 배우며 열정을 쏟았던 음악원이 여기에 있습니다.” 발레 공연을 보진 못했지만 가이드로부터 귀동냥을 했다. 러시아에서 최고로 꼽는다는 발레·오페라 극장인 마린스키 극장이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발레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예술가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동경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라는 명언이 담긴 시 ‘삶’을 지은 푸시킨은 물론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니콜라이 안드레예비치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스페인기상곡’ 등 수많은 예술가들의 영혼이 아직도 불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푸시킨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소설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약 20km 떨어진 도시 푸시킨(옛 차르스코예 셀로)은 황실의 여름 궁전 근처의 학교 리체이에서 공부한 푸시킨을 기리기 위해 1937년 도시 이름을 바꿨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술 1번지로 통하는 예술 광장* 중앙에도 푸시킨 동상이 자리한다. 그가 얼마나 위대한지 알 리가 없는 무례한 비둘기들의 배설물이 묻은 얼굴이 좀 안쓰럽지만. 

*예술 광장 | 러시아 박물관과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등 각종 공연장과 극장이 즐비하다. 


●왕처럼 걷는 법 


여느 나라의 왕족들이 그러했듯, 러시아 왕족들도 궁전은 물론이고 별개로 별장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다. 스웨덴과의 전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쟁취한 표트르대제는 러시아 제국의 위엄을 알리고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여름궁전을 만들었다. 궁전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약 30km 떨어진 핀란드만을 바라보고 있다. 궁전 앞 가장 큰 삼손 분수를 중심으로 수십 개의 작은 분수들이 힘차게 물줄기를 쏘아 올린다. 분수에서 흘러내린 물이 저 멀리 핀란드만으로 흘러가는 구조다. 삼손 분수는 표트르대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 사자의 입을 찢고 있는 삼손은 러시아를, 힘쓰지 못한 채 당하고 있는 사자는 스웨덴을 상징한다. 분수는 흡사 열쇠 모양을 나타내는데 표트르대제의 승리가 발트해까지 진출하는 문을 열게 됐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여름궁전 앞, 삼손분수를 중심으로 정원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멀리 발트해까지 보인다
여름궁전 앞, 삼손분수를 중심으로 정원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멀리 발트해까지 보인다

외형적으로는 표트르대제의 의도에 따라 위엄이 철철 넘치지만 내부는 그렇지 않다. 옐리자베타 여제와 이후 황제에 오른 예카테리나 2세의 취향이 가장 많이 반영됐다. 옐리자베타 여제는 화려한 바로크 양식을, 예카테리나 2세는 고전주의 양식을 사랑했다. 응접실부터 연회장, 침실 등 각 공간마다 누구의 취향대로 꾸며졌는지 단번에 눈치챌 수 있다. 담백한 목재 인테리어를 선호했던 표트르대제의 취향이 담긴 방은 단 하나뿐이다. 그리고 러시아인들은 이렇게 왕족들이 애정을 쏟아 가꾼 여름궁전을 몹시 아낀다. 실내에서는 나무 바닥이 상하지 않게 신발 위에 일회용 커버를 씌워야 입장 가능하고 사진 촬영은 허용하되 플래시를 터트리는 것은 금한다. 또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으로 도배된 벽지며 방과 방 사이 문까지도 손으로 만질 수 없다. “만지지 마세요!(Don’t touch!)”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자주 들린다. 궁전을 아기처럼 조심스럽게 대하는 느낌이다. 

여름궁전 내 다이닝룸. 수입한 영국 도자기로 식탁을 꾸몄다
여름궁전 내 다이닝룸. 수입한 영국 도자기로 식탁을 꾸몄다

반면 겨울궁전은 도심 한가운데에 있다.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유럽에서도 가장 큰 궁전 중 하나로 꼽힌다. 옐리자베타 여제가 총애하던 건축가가 지은 바로크 양식의 민트색 궁전이다. 궁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뭉게구름처럼 커졌다. 예카테리나 여제가 남편 표트르 3세를 몰아내고 황제에 오른 후부터다. 그녀는 고가의 명화를 사들이기 시작했고, 이를 보관하기 위한 별관을 궁전 옆으로 6개나 더 세웠다. 이를 에르미타주 박물관이라 부른다. 예카테리나 여제 생전에만 수천 점의 작품을 구입했는데 그녀의 예술품 사랑은 마지막 황제 니콜라 2세까지 이어졌다. 그림 작품만 3만7,000여 개, 총 전시된 작품은 300만 점에 달한다. 그리고 러시아인들은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자부심을 느낀다.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이자 전시된 모든 미술품들은 돈을 주고 정당하게 구매했다는 점에서다. 다른 이의 것을 약탈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러시아인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든다. 

예카테리나 궁전은 민트색 외관이 돋보인다. 호박방 덕분에 유명세를 탔다
예카테리나 궁전은 민트색 외관이 돋보인다. 호박방 덕분에 유명세를 탔다

표트르대제의 부인 예카테리나 1세는 푸시킨시에 예카테리나 궁전을 지었다. 정원이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어 유럽에서도 으뜸으로 인정받는 정원이기도 하다. 예카테리나 궁전에는 하루에도 수천 명의 방문객이 몰리는데 바로 ‘호박방’을 보기 위해서다. 방 전체가 귀한 호박으로 장식돼 있어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화려한 방이라는 애칭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인 단체여행객이 몰리면서 5~6시간은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그래서 나는 결국 포기했다). 그래도 실망하진 말자. 궁전 대신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진 정원을 산책하는 쪽이 훨씬 여유롭고 평온할 테니. 쭉쭉 뻗은 참나무 숲길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잔잔한 호수도 운치를 더한다. 이따금 작은 새들이 다가와 말을 걸기도 한다. 이틀 동안 궁전 몇 채를 다 돌고 나니 그새 왕족이 된 것마냥 허세가 늘었다. 

예카테리나 여제의 소장품을 비롯해 역대 황제들의 미술품이 전시된 에르미타주 박물관
예카테리나 여제의 소장품을 비롯해 역대 황제들의 미술품이 전시된 에르미타주 박물관

여름궁전
주소: Razvodnaya Ulitsa, 2, Sankt-Peterburg, Russia 
전화: +7 812 52 87 

겨울궁전·에르미타주 박물관 
주소: Palace Embankment, 32, Sankt-Peterburg, Russia, 190000 
전화: +7 812 710 90 79 

예카테리나 궁전
주소: Garden St, 7, Pushkin, Sankt-Peterburg, Russia, 196601 
전화: +7 812 466 66 69 


●‘술은 몸에 안 좋다’는 오해 


“건강을 위하여, 부를 위하여, 사랑을 위하여.” 
러시아에서 보드카를 마실 때 외치는 건배사다. 러시아 사람들은 손님을 초대하면 기본적으로 보드카와 함께 소금에 절인 오이 피클을 대접한다. 이렇게 러시아인들의 보드카 사랑은 맹렬한 추위를 견디게 하는 힘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러시아 ‘주법’에 따라 건배사가 세 가지뿐인 건, 러시아에서 보드카는 딱 세 잔만 마시는 술로 여겨서다. ‘아침부터 물 대신 보드카를 마시는 나라, 러시아’라는 소문은 낭설이고 오해다. 러시아어로 ‘보드카’의 어원은 ‘물’이다. 그래서 러시아인들은 물 대신 보드카를 마신다는 소문이 돌게 된 것이라고, 짐작한다. 보드카를 세 잔만 허용하는 것은 딱 세 잔까지가 몸에 해롭지 않기 때문이란다(단, 홀짝홀짝 마시지 않고 한 번에 털어 마셔야 한다고). 그 이상 마시면 의지박약한 사람이 된다. 그래서 기념품 숍에서 판매하는 보드카 술잔도 세 개씩 한 세트다. 그러니까 러시아에서 보드카를 마신다면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밥숟가락을 내려놓을 수 있는 의지, 딱 그만큼의 의지가 필요하다. 

근대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작품. 손님을 맞이할 땐 오이 피클과 보드카를 내어준다는 러시아인들의 풍습을 표현했다. 실제 테이블 위에는 ‘진짜’ 보드카와 피클이 놓여 있다. 술을 마신 후에 바라보는 작품은 또 다르게 보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근대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작품. 손님을 맞이할 땐 오이 피클과 보드카를 내어준다는 러시아인들의 풍습을 표현했다. 실제 테이블 위에는 ‘진짜’ 보드카와 피클이 놓여 있다. 술을 마신 후에 바라보는 작품은 또 다르게 보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보드카 박물관 가이드 투어에서 들은 이야기를 잠시 풀어볼까 한다. 러시아 보드카 역사는 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탈리아인들이 포도로 독주를 만드는 법을 전파하기 시작한 때다. 당시 러시아 정교회의 괴짜 수도승이었던 이시도르(Isidore)는 이탈리아 신부들에게 가톨릭 이야기를 듣곤 러시아 국교를 가톨릭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죄인이지만 수도승인 그는 공부도 하며 여러 가지 실험까지 할 수 있는 ‘특실’에 갇혔다. 그리곤 몰래 빵을 이용해 증류주(보드카)를 만들기 시작했고 술에 취한 교도관이 잠든 사이 탈옥에 성공한다. 그가 발명한 증류기를 감옥에 두고 탈출한 덕분에 러시아에서 보드카를 만들어 마실 수 있게 됐다는 게 러시아 보드카 유래의 가장 유력한 설이다. 

보드카 박물관에서는 보드카 시음도 가능하다. 러시아 주법에 따라 딱 세 잔만 맛볼 수 있다
보드카 박물관에서는 보드카 시음도 가능하다. 러시아 주법에 따라 딱 세 잔만 맛볼 수 있다

보드카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도 다양하다. 표트르대제 시절에는 약속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러시아인들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지각자에게 약 20도 도수의 술 1L를 벌주로 내렸다는 기록과 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인들이 전투에 나갈 수 없을 정도로 보드카를 너무 마시는 탓에 금주령을 내리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금주령 때문에 술을 구하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비슷한 느낌의 향수나 샴푸를 마시면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도 있으니 여하튼 러시아인들은 술사랑이 지극했던 게 분명하다. 2014년부터 밤 10시 이후로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술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걸 봐도 그렇다. 

그렇지만 자칭 애주가로서 보드카를 그냥 두고 올 순 없었다. 마트에 들러 보드카 세 병과 술잔 세 개를 챙겨왔다(물론 세관신고도 했다). 그리고 요즘은 매일 밤 혼자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추억한다. 개미 목소리만큼 작게  ‘사랑을 위하여’만 세 번 외치며.  

*세계 최초의 주기율표를 발표한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Dmitrii Mendeleev)는 물과 술을 섞었을 때 38도가 인간의 몸에 가장 좋은 상태라는 것을 논문을 통해 증명해냈다. 

 

●travel info
Russia Saint Petersburg

Airline 
대한항공이 하계에 인천-상트페테르부르크 직항을 주 5회 운항한다. 올해 운항 기간은 4월28일부터 10월24일까지다. 인천에서 일·화·목·금·토요일 17시50분에 출발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21시30분 도착하는 스케줄이며 비행시간은 약 9시간 40분이다. 경유 항공편도 다양하다. 아에로플로트 러시아항공, 핀에어 등을 이용하면 약 11~14시간 소요된다. 

Hotel 
벨몬드 그랜드 호텔 유럽
Belmond Grand Hotel Europe

고풍스러운 벽화와 높은 아치형 천장, 그 아래 화려하게 장식된 샹들리에까지 어느 것 하나 우아하지 않은 것이 없는 5성급 호텔이다. 객실에는 넉넉한 크기의 욕조와 에르메스 어메니티가 비치돼 있다. 베개 메뉴도 6가지로 다양하게 준비했다. 넵스키대로와 카잔성당, 피의 성당, 예술 광장 등 주요 관광지까지 모두 도보로 5분 안에 닿을 수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주소: Mikhaylovskaya Ulitsa, 1/7, Sankt-Peterburg, Russia, 191186
전화: +7 812 329 60 00 

 

▶Restaurant 

더 레파 The Repa 
발레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매력이 돋보이는 레스토랑이다. 발레 극장이 아닐까 하는 착각은 당연하다. 마린스키 극장의 백 스테이지가 레스토랑으로 변신했기 때문. 발레리나들이 분주히 움직이던 발자국이 선명하고 우아한 몸짓은 벽화로 남아 있다. 러시아 정통 메뉴를 유러피언 스타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데, 맛이며 비주얼로는 프렌치 요리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단, 저녁 식사만 가능하다. 
주소: Theatre Square, д. 18/10, Sankt-Peterburg, Russia, 190068  
전화: +7 812 640 16 16

볼가-볼가 Volga-Volga 
아름다운 네바강을 따라 약 90분 동안 운행하는 크루즈에서 낭만이 한가득 넘치는 식사가 가능하다. 3코스 식사 시간 내내 양 옆으로 펼쳐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풍경은 덤이다. 이탈리아 요리부터 태국, 일본, 러시아 등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데 특히 문어나 칠리 크랩, 굴 등 해산물 요리가 훌륭하다. 크루즈는 점심부터 밤까지 총 5차례 운행한다. 
주소: Petrovskaya embankment, 8, Sankt-Peterburg, Russia, 197046
전화: +7 812 640 16 16 

 

▶Souvenir

마트료시카 Matryoshka
동글동글한 나무 인형 마트료시카를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적 있을 테다. 인형 뚜껑을 열면 동일한 모양의 더 작은 인형이 줄줄이 담겨 있는 게 특징. 적게는 3개부터 많게는 20개 이상 들어있는데 인형 개수와 그림의 정교함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러시아의 가장 대표적인 기념품으로 꼽힌다. 

보드카 Vodka
보드카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14세기 무렵 이탈리아 사람들이 포도주를 이용해 독주 만드는 법을 전파했고 수도승 이시도르가 밀이나 호밀 등 곡식을 이용한 증류주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만약 기념품이나 선물용으로 구입할 보드카를 찾는다면 벨루가(Beluga), 러시안 스탠다드(Russian Standard) 등을 적당한 가격대의 고품질 상품으로 추천한다. 

파베르제 달걀 Faberge Eggs
동글동글한 달걀이 반짝반짝 빛나는 장식품이 됐다. 1885년 알렉산드르 3세가 황후에게 부활절 선물을 하기 위해 보석 세공장 파베르제에게 명해 만들기 시작한 장식품이다. 파베르제는 달걀을 본떠 금으로 제작하고 화려한 보석을 장식하며 왕족들의 입맛을 만족시켰다. 이후 파베르제는 왕족으로부터 매년 부활절이나 특별한 기념일을 위한 작품을 주문받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파베르제가 왕족을 위해 제작한 장식품을 모아 둔 박물관이 있다. 달걀 장식품은 왕족들뿐만 아니라 귀족부터 서민들까지 모두에게 ‘소장각’으로 통했다. 귀걸이나 목걸이 등 액세서리부터 담배 케이스, 시계 등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기념품 숍에서는 왕족들의 장식품이었던 디자인과 동일한 것으로 달걀 장식품을 판매한다. 


글·사진 손고은 기자 
취재협조 상트페테르부르크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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