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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a distance

  • Editor. 노중훈
  • 입력 2020.05.0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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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서서
작은 조각 위에 두 다리를 세우고, 두 팔을 놀려 물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한 땀 한 땀 완만하게 소화하는 풍경.   
# Hawaii, USA

침묵의 바다
밤배를 타고 건너는 무섭도록 고요한 바다, 발트해. 밤바다에서는 티끌 하나 일지 않는다. 멀리 소실점에 걸린 일엽편주.
# Baltic Sea, Northern Europe

시간을 낚다
어두워지지 않은 밤, 아드리아해에 낚싯대를 드리운 두 남자. 입질은 없어도, 오가는 대화는 없어도 온전하고 자족한 시간.
# Piran, Slovenia 

야밤의 안개
어둠에 포박당한 ‘검은 숲’의 도시. 시나브로 피어오른 안개가 호수와 그 배후의 산에 똬리를 튼다. 잠들지 못하는 밤. 
# Black Forest, Germany

천년의 주름
주름이 잡히고 우둘투둘한 표면의 붉은 바위를 걷는 사람들. 창창한 바다의 물비늘 혹은 기하학적 무늬의 빗살무늬토기.
# Utah, USA

나무와 호수
수직의 나무를 두른 수평의 호수. 두 사람을 태운 홋홋한 배가 점처럼 떠 있다. 어렴풋하게 들리는 으밀아밀, 사랑의 밀어.   
# Lake Louise, Canada

시선을 끌다
런던 외곽의 너른 초지 위에 담상담상 모인 사람들. 무언가 상공에 떠올랐고, 사람들의 시선도 덩달아 떠올랐다.    
# London, England

나른한 오후
몰타의 해변에서 보낸 한 뭉텅이의 무연한 시간. 눈을 어지럽히는 것은 표표히 흐르는 요트와 끊임없이 부서지는 포말뿐.    
# Sliema, Malta

세심한 물길
일방적으로 길을 내지 않는 물. 산이 생긴 모양새와 진퇴를 거듭하는 산발치를 조심스레 살펴가며 골골이 들어찬 호수.  
# Jecheon, Korea 

 

글·사진 노중훈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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