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울진이 간절했던 날
문득 울진이 간절했던 날
  • 김정흠
  • 승인 2020.07.01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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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상관관계가 없을 법한 것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교차하는 순간이,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시점에 한꺼번에 몰려오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그저 견디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생각나는 곳이 하나 있다.

7번국도 곁가지 길 어딘가
뭔가 하려고 온 것은 아니었다.
그저 바다만 있으면 되었다.
- 공세항 앞바다

그 시절, 그립기만 한 날들
숙소 창틀에 매달린 시절의 흔적.
그 너머 푸른 바다가 아직 한 움큼 남았던 현실감을 털어 낸다.
- 공석별장

불가사리
여기저기, 말도 붙여 본다. 이 비현실을 최대한 누릴 의무가 있으니까.
어쩌다 여기까지 오시었는지, 어쩌다 이리도 허망하게 가시었는지.
- 공세항

음악은, 괜찮아
블루투스 스피커에 휴대전화를 연결했지만, 음악을 켜는 건 잊고야 말았다.
그럴 법도 했다. 파도 소리와 살랑이는 바람이 있었으니까. 
- 공석별장

앞마당 의자에 기대어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더니 주변도 함께 멈춰 버린 것만 같았다.
찰나의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던 시간, 덕분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 공석별장

남의 집 담장
평소였다면 그냥 지나쳤을 ‘남의 집’ 담장도 어찌 그리 보드라워 보이던지.
무심히 방치해 둔 듯한 것들도 그저, 그저 보기 좋았다.
- 공세항길

마을을 감싸는
특별할 것 없던, 그래서 더 특별했던 순간.
언덕 너머에서 몰려오는 뭉게구름은 너무나도 꿈 같잖아.
- 공세항

테트라포드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그 너머로 반짝이는 윤슬이 때로는 그립기도 하다.
- 공세항

바람이 준 선물
바람이 두고 간 꽃다발이라니, 
이쪽 세상에서는 흔한 일일지도.
- 공세항길

오늘의 노을 
새하얗기만 했던 구름이 노랗게, 붉게, 그러다 보랏빛으로 물들어 간다.
세상 반대편 끝자락에서 마주한, 오늘의 노을.
- 공세항 앞바다

그리움, 미련, 아니면…  
언젠가 당신도 그런 말을 내뱉은 적이 있었지. “온종일 바다만 보고 싶어.” 

- 공세항 앞바다

 

*김정흠은 대학 시절 무심코 떠났던 전국일주의 기록에 발목을 잡혔다. 그 탓에 지금껏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빚는 일을 하지만, 종종 마음에 드는 곳이 생기면 주저앉기도 한다. 울진 여행도 일은 아니었다. 그저 주저앉고 싶은 공간을 하나 찾았을 뿐. 인스타그램 sunset.kim


글·사진 김정흠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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