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목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 손고은 기자
  • 승인 2020.09.24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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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목포에는 국내 최장의 해상 케이블카가 오픈했다. 근대역사거리에서 바라본 케이블카
지난해 목포에는 국내 최장의 해상 케이블카가 오픈했다. 근대역사거리에서 바라본 케이블카

만물의 관성은 시간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목포가 달라졌다. 

●목포는 낭만항구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목포에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연고지도 아닌 목포에 말 못할 사연이라도 묻어둔 걸까? 아니다. 그저 목포를 애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갖게 된 애타는 마음이다. 목포는 1897년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개항한 항구도시다. 자주적으로 개항한 항구도시이자 지리적, 군사적 요충지로 역사적 의미가 깊은 4대 항구도시 중 하나임에도 목포의 인구는 약 22만명. 부산(340만명)이나 인천(294만명) 등 다른 항구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다는 걸 소박한 숫자가 증명한다는 거다. 

영화 '1987'에 등장한 시화골목 앞 연희네 슈퍼 초입. 80년대를 연상케하는 모습이 곳곳에 남아 있다
영화 '1987'에 등장한 시화골목 앞 연희네 슈퍼 초입. 80년대를 연상케하는 모습이 곳곳에 남아 있다
목포 근대역사관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근대기에 지어진 상점과 적산가옥 등을 만나볼 수 있는 거리가 형성돼 있다
목포 근대역사관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근대기에 지어진 상점과 적산가옥 등을 만나볼 수 있는 거리가 형성돼 있다

그의 애틋한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목포역을 중심으로 이어진 구시가지를 걷는데 시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문을 닫은 듯한 낡고 오래된 상점들이 걸음마다 발에 채였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목포의 이미지가 다소 거칠고 어두운 항구의 모습으로 오랫동안 이어진 게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목포시는 억울한 오명을 스스로 벗기로 했다. 프로젝트는 몇 년에 걸쳐 치밀한 작전 아래 진행됐다. 우선 목포가 가진 근대문화재와 먹거리를 십분 활용했다. 근대문화 1번지 목포, 맛의 도시 목포, 목포 문화재야행 등 목포의 매력이 드러나는 도시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어갔다. 뒤늦게 운도 따랐다. 최근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레트로(Retro)’ 열풍에서 목포가 빠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진관, 카페, 식당으로 모습을 바꾼 근대 문화재 건물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사진관, 카페, 식당으로 모습을 바꾼 근대 문화재 건물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목포의 작은 독립서점 고호의 책방. 예술과 관련된 서적을 주로 판매한다
목포의 작은 독립서점 고호의 책방. 예술과 관련된 서적을 주로 판매한다

영화 <1987> 속 촬영지로 시화골목이,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촬영지로 예향이 물씬 느껴지는 목포 근대역사관 1관이 주목받으면서 구시가지가 들썩였다. 덕분에 근대역사거리에 방치된 듯 남아있던 적산가옥과 몇몇 지정문화재, 오래된 상가들은 본연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되 레트로 감성을 더한 음식점과 카페, 사진관, 책방 등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난해에만 약 650만명의 여행객이 목포를 방문했다. 목포만의 매력에 열광하는 외지인들이 많아질수록 구시가지가 변신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목포 근대역사관 1관. 과거 목포 일본영사관으로 지은 건물이다. 최근에는 '호텔 델루나' 촬영지로 알려져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목포 근대역사관 1관. 과거 목포 일본영사관으로 지은 건물이다. 최근에는 '호텔 델루나' 촬영지로 알려져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각자의 사연을 담은 시 갤러리. 시화 골목 안에 위치해 있다
각자의 사연을 담은 시 갤러리. 시화 골목 안에 위치해 있다

생각해보면 목포시는 선견지명을 발휘했다. 지난 2018년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목포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 ‘낭만항구 목포’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기로 했고, 이에 따라 점차 항구도시 목포에는 낭만이 한 스푼, 아니 여러 스푼 더해졌다. 작년에는 목포의 항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3.23km 길이의 국내 최장 해상 케이블카가 생겼고, 올해 7월에는 목포대교가 시원하게 펼쳐진 유달유원지 앞바다에 스카이워크가 개장했다. 스카이워크 아래 해변 산책로에도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와 커피 등 음료와 함께 간단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였다. 삼학도의 옛 해경부두 부지에는 십여 개의 낭만포차와 초대형 관광유람선도 들어섰다. 이런 목포 밤바다를 앞에 두고 사람들은 어느새 낭만을 부르고 있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른 듯 달라지고 있는 목포가 달갑다. 

 

●목포의 이유 있는 신상 넷

▶ACTIVITY
색다른 각도로 바라본 목포 
해상 케이블카 & 스카이워크 


단조롭던 목포에 굵직한 시설이 하나둘 생겼다. 낭만항구 목포로 변신하기 위함이다. 우선 지난해 오픈한 항구도시의 매력을 살려 국내 최장 길이의 3.23km 해상 케이블카가 북항 승강장에서 시작해 유달산, 고하도 승강장까지 이어진다. 왕복 탑승시간만 약 40분. 맑은 날에는 청량한 풍경을, 안개라도 낀 날에는 몽환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어둑어둑 해가 질 무렵의 풍경도 인기. 올해 7월에는 유달유원지 앞바다에 스카이워크가 개장했다. 투명한 유리바닥으로 제작돼 몇 발자국 오가는 것만으로도 스릴 만점. 스카이워크 앞으로는 목포대교가 펼쳐져 있고 이따금 크루즈와 요트가 지나가는 광경도 감상할 수 있다. 목포는 벌써 낭만항구가 된 게 분명하다. 


해상 케이블카 북항 승강장  
주소: 전남 목포시 해양대학로 240 
스카이워크
주소: 전남 목포시 해양대학로 59

 

▶Food
혼자여도 4코스 홍어요리 가능 
목포라면 홍어라면


목포 신상 투어는 이곳에서 시작됐다. 목포에서 홍어가 어찌 신상이라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시길. 목포라면 홍어라면이 입소문을 탄 건 맛도 맛이지만 많은 홍어 마니아들이 ‘혼밥세트’에 열광한 덕분이다. 자칭 홍어 마니아인 선배는 홍어 혼밥세트를 두고 혁명과도 같은 모습이라고도 할 정도로 감탄했다. 2~3인분 가량의 홍어 요리를 한 접시씩 판매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맛보고 싶은 홍어 마니아들에게는 눈이 번쩍 뜨이는 시스템이라나.

혼밥세트에는 기본적으로 홍어라면이 포함돼 있고 여기에 회나 전, 튀김 등 선호하는 추가 메뉴가 있는 세트를 선택하면 된다. 사장님이 직접 쫀쫀한 홍어를 골라 손질부터 숙성하면서 단가를 낮췄고,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집밥’다운 레시피를 이용했다. 홍어는 목포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이지만 즐기는 법에는 요즘 트렌드를 더한 것이다. 더군다나 홍어를 넣은 라면도 목포에서는 처음 메뉴로 선보였는데 감칠맛은 살리되 회나 전처럼 홍어 향이 강하지 않아 홍어 입문자 코스로도 불리고 있다. 


주소: 전남 목포시 영산로40번길 16
문의: 061-245-4564
시간: 매일 11:00~21:30
가격: 홍어라면 1만원, 홍어라면+홍어회+공기밥 2만원, 홍어라면+홍어회+홍어전+홍어튀김+공기밥 4만원

 

▶HOTEL
우리가 기억해야할 목화 
호텔목화 카페&베이커리 


호텔목화는 독산 바위 위에 있다. 1964년 근대양옥여관 관해장으로 운영됐던 이곳은 지난해 겨울 호텔목화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이곳 아래에 있는 한옥은 330여년 전 조선시대 장산 원님의 사랑채였던 곳으로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한옥 건축기법 20여 가지가 그대로 남아 있어 더욱 가치를 뽐낸다.

관해장은 당시 목포를 방문한 박정희 및 김대중 전 대통령이 묵고 갈 정도로 목포에서 가장 고급 숙소로 꼽혔고, 이후 근대 역사를 다룬 수많은 영화의 촬영지로도 이름을 알렸다. 세월이 지나 여관 산업은 쇠퇴했지만 이러한 공간의 가치를 알아 본 김명주 대표가 호텔목화라는 이름을 걸고 다시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 그대로의 매력은 최대한 살리되 깨끗하고 포근한 객실을 꾸몄다. 한옥 사랑채에는 총 6개 객실이, 근대양옥여관은 1층부터 3층까지 총 13개 객실이 있다. 체크인과 체크아웃은 호텔목화에서 도보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호텔목화 카페&베이커리에서 돕는다. 카페 건물은 1899년 6월 창간한 목포 최초의 지역신문사 건물로 이후 수십 년 동안 닫힌 문을 호텔목화 카페&베이커리로 열었다고. 참고로 목포는 일제강점기 시절 목화를 수탈당한 곳이다. 목포에서 나고 자란 김명주 대표는 공간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할 목화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호텔목화
주소: 목포시 만호로 38번길 4
홈페이지: www.hotelmokhwa.com

카페&베이커리
주소: 목포시 유동로 36번길 15
전화: 061-244-8399

 

▶CAFE
카페로 변신한 적산가옥 
1787 양과점 근대역사점 


1787 양과점이 목포로 날아왔다. 1787 양과점은 무안 남악에서 독특한 모양의 마카롱과 브라우니, 레트로 분위기를 한 가득 머금은 카페로 인기를 모았고, 지난 7월 목포 근대역사거리에 2호점을 냈다.

1787 양과점이 들어선 건물은 목포 번화로 일본식 가옥-2로 국가등록문화재다. 1897년 목포 개항 이후 일본 상인 후쿠다 유조 집안에서 설립 및 운영한 ‘후쿠다 농업 주식회사’ 소유의 주택이었다. 양옆으로 또 다른 일본식 가옥이 한 채씩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 짧은 거리지만 과거 일본 주택가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스러운 소품과 가구로 실내 인테리어를 장식했고, 프릳츠 원두 올드독을 사용해 커피를 내린다. 


주소: 목포시 번화로 4-3
문의: 061-242-1787
시간: 11:00-21:00(월요일 휴무)
가격: 아메리카노 3,900원, 마카롱 1개 2,600원, 스콘 3,500원~3,800원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웹투어 [입맛 당기는 서남부권 명품여행 2박3일]

 

목포 글·사진=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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