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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소나기' 속으로,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

  • Editor. 이진경
  • 입력 2021.10.29 10:57
  • 수정 2021.11.0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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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은 황순원(1915~2000)의 소설 <소나기>의 무대를 재현하고 선생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한 곳이다. 서울에서 시골 마을로 온 소녀와 시골 소년의 짧지만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추억을 담은 소설 <소나기>. 교과서에도 실린 국민 소설이다. 


소나기마을이 조성된 사연은 참으로 흥미롭다. <소나기>의 단 한 문장,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가 근거다. 황순원이 재직했던 경희대에서는 양평읍과 손잡고 2003년부터 사업을 추진해 2009년 소나기마을의 문을 열었다.


양평은 황순원의 고향도, 오래 거주했던 지역도 아니다. 하지만 황순원 선생은 양평을 종종 찾으며 소설 <소나기>를 구상했고, 유년을 보낸 북녘의 고향을 빼닮았다며 양평을 각별히 아꼈다고 한다. 황순원 작가는 별세 후 양평에 잠들었고, 황순원 묘역을 중심으로 문학촌이 조성됐다. 

입구 주차장에서 소나기마을 문학촌까지는 걸어서 5분가량 걸린다. 문학촌 앞 공원에 다다르니 때마침 소나기처럼 분수가 쏟아진다. 매시 정각마다 쏟아지는 소나기 분수를 맞으며 여행자들은 <소나기> 속의 소년과 소녀로 분한다. 문학촌 앞 공원은 <소나기>를 형상화해 꾸몄다. 정식 명칭은 소나기 공원. 징검다리와 섶 다리가 놓인 개울, 움집, 소년 소녀 조형물, 산책로 등이 마련돼 있다. 진짜 소나기가 내리면 움집으로 몸을 피하며 소설 속의 주인공을 흉내 낼 수도 있겠다.  

 

갑자기 세차게 쏟아졌다가 곧 그치는 소나기처럼 짧게 끝나 버린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소설 <소나기>. ‘어쩌믄 그렇게 자식 복이 없을까. 그런데 참 이번 기집애는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어.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어?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구......’

소나기공원 위쪽 건물은 문학관이다. 문학관 옆 양지바른 곳에는 황순원 선생 부부의 묘역이 자리했다. ‘20세기 격동기의 한국 문학에 순수와 절제의 극의 이룬 작가 황순원, 일생을 아름답게 내조한 부인 양정길 여사 여기 소나기마을에 함께 잠들다.’라고 적혀 있다. 특별한 장식이나 화려한 비석은 없다. 

문학관은 3층 건물로 1층 상설 전시, 2층 기획 전시, 3층 강당으로 구분된다.  1층 전시실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공간은 ‘작가와의 만남’이다. 황순원이라는 인물을 사진, 친필 원고 등 각종 자료를 활용해 소개한다. 선생의 서재도 보인다. 소설을 구상하고 쓰고 교정하는 모든 작업이 이곳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참고로 황순원 선생은 모든 글의 교정을 본인이 맡아 했다고 한다. 
이어 펼쳐지는 ‘작가 연대기’에서는 <소나기> <카인과 아벨> <학> <독 짓는 늙은이> <목넘이 마을의 개> <나무들 비탈에 서다>의 작품을 조형물과 영상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교과서나 문학전집, 티브이 드라마를 통해 접했던 익숙한 작품들이다. 

‘디지털 소나기 산책’은 2021년 7월17일 개관한 영상체험관이다. 바닥과 천장, 벽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선보이며, 1관 '하늘을 담은 유리상자', 2관 '은하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3관 '판타지아 <소나기>', 4관 '공부 안 해도 되는 문학교실'로 구분된다. 갈대가 흔들리는 벽면 영상 아래로 물이 흐르는 바닥 영상을 구성한 2관은 특히 흥미롭다. 진짜인 듯 진짜 아닌 물길을 피해 조심조심 징검다리를 건너자. 아차, 시냇물에 발이 닿자 물 파장이 일고 물고기가 도망간다. 

주소: 경기 양평군 서종면 소나기마을길 24
관람시간: 3~10월 09:30~18:00, 11~2월 09:30~17:00
입장료: 성인 2,000원(매월 마지막 수요일 무료)
휴관일: 매주 월요일 휴무 
주차비: 무료

 

글·사진 이진경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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