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형의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4
채지형의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4
  • 트래비
  • 승인 2006.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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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봉에서 띄우는 희망 이메일

 

누군가 가장 아끼는 단어를 대라고 한다면, 저는 ‘희망’이라고 답합니다. 그만큼 ‘희망’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과 느낌을 좋아하거든요. 언제나 ‘희망’이라는 단어는 따뜻한 햇살이 되어 주니까요.

남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희망봉’은 꼭 가봐야 할 1번지죠. 저 같은 희망 지향주의자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이기도 하구요. 

그 희망봉 꼭대기에서, 1488년 이곳까지 바다를 헤쳐 왔을 포르투갈인 바르톨로뮤 디아스를 상상해 봅니다. 얼마나 흥분했었을까요? 비록 유럽인인 디아스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기는 하지만 인도라는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길을 발견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디아스가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는 희망봉에 ‘폭풍곶’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대서양과 인도양,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이곳은 항상 강풍이 불기 때문이죠. 막상 그 자리에 서 보니, 뾰족하게 솟아오른 케이프 포인트에 철썩거리며 바람을 실어나르는 물소리가 폭풍곶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짐작가게 합니다.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라는 책에 기록된 대로 중국인들이 디아스보다 60년 먼저 희망봉을 발견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고,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은 희망봉에서 250km 더 내려간 케이프 아굴라스라는 것이 엄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희망봉은 여전히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행지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희망봉을 보러 가는 길은 멋진 드라이브 코스더군요. 희망봉을 보고 실망한 분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이렇게 훌륭한 드라이브 코스는 기대도 하지 않았었거든요. 

대서양과 인도양을 양쪽에 펼쳐놓고 바다의 부드러움과 힘찬 느낌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희망봉을 보러 가실 때는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87m 높이의 해안 절벽인 케이프 포인트를 정점으로 주변에 넓게 펼쳐진 페닌슐라 국립공원에는 수많은 동식물들이 살고 있어서, 드라이브는 물론이고 남아프리카에서만 사는 동식물들을 발견하는 기쁨도 누리실 수 있든요.
특히 케이프 포인트로 올라가는 길에는 아프리카에서 나는 독특한 식물인 핀보스(fynbos)들을 마음껏 감상하실 수 있어요. 그림 같은 석양을 배경으로 해변에서 놀고 있는 타조도 만나실 수 있구요, 갑자기 등장하는 바분(원숭이 종류), 통통한 다람쥐처럼 생긴 다찌도 여행 친구처럼 항상 붙어다닌답니다.  

핀보스와 함께 희망봉 정점에 있는 등대로 올라가시다 보면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나와요. 그야말로 희망 이메일인데요. 사진을 찍어서 CD로 만들어 주고 그 사진 파일을 친구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보내는 이메일과 텍스트만 보낼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답니다. 포토 이메일은 50란드, 텍스트 이메일은 20란드(약 3,000원). 저렴하진 않지만 저는 희망이 필요한 친구가 있어서 희망봉의 기를 듬뿍 담아 메일을 한 통 보냈어요. 

케이프 포인트에서 대서양과 인도양을 번갈아 쳐다보며, 저도 제 희망을 하나 마음에 품었답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바스톨로뮤 디아스의 호기심이 인도로 가는 새로운 길을 발견했듯이, 길에 대한 저의 열정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게 해달라는 희망을 말이죠.

 글+사진/ Travie writer 채지형 pinkpuc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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