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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 바이킹의 후예라 하기엔 너무 수줍은 그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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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스칸디나비아’라는 말을 들으면 저절로 ‘바이킹’이 떠오른다. 억세고 모진 약탈자이자 정복자로 이름났던 바이킹은 서부 유럽을 휩쓸었고, 국토의 대부분이 얼음으로 뒤덮인 그린란드와 남쪽으로는 카스피 해, 더 나아가 북아메리카 대륙까지 진출했다. 해외로 나간 바이킹은 정복한 땅에 스칸디나비아식 지명을 남겼다. 그래서 영국 도시 이름의 다수가 고대 스칸디나비아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프랑스의 노르망디라는 지명도 노르만(Norman), 즉 북쪽에서 온 사람들의 땅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바이킹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미지와는 달리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조용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인내심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북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비슷한 문화적, 지형적 배경을 갖고 있으므로 스웨덴 사람들의 성격도 이와 거의 비슷하다. 스웨덴 사람들은 다른 이들과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사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테라스와 정원이 있는 넓은 집에 살면서, 볼보자동차를 몰고, 두 명의 자녀와 애완견까지 데리고 있다면 더 이상 남부러울 것 없이 스웨덴에 정착에 성공한 ‘진짜 스웨덴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크게 튀거나 뒤처지는 일 없이 남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살고자 하는 스웨덴 사람들의 태도를 잘 드러낸다. 

이들이 얼마나 침착한지 잘 보여 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스웨덴에서 방영된 ‘바이킹 로또’라는 복권 광고에서는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반응이 나라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 준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밝은 색의 점퍼를 입고 스키를 타며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덴마크 사람들은 식당에서 먹고 마시며 떠들썩한 축하연을 벌인다. 한편 핀란드 사람들은 사우나 주위에서 나뭇가지를 들고 크게 소리 지르며 서로를 쫓아다닌다. 그렇다면 스웨덴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나온다. 텔레비전에 당첨 번호가 나오자 아버지는 얼굴에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저기, 아무래도 내가 당첨된 것 같구나.” 옆에 있던 아내는 가만히 웃으며 “잘된 일이네요” 하고 대답한다. 그런 다음 가족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텔레비전을 본다. 스웨덴에서 얼마간 지내다 보면 이런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소박함 속에서도 감각만은 풍요롭게

스웨덴은 사진 속 이미지만큼이나 청정한 자연 환경을 간직한 나라다. 스웨덴 사람들은 가능한 한 손상되지 않은 땅을 자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므로 자연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신경을 쓴다. 정부도 앞장서서 환경운동을 장려하며 재활용, 유기농은 물론 소비재에 ‘녹색 운동’ 라벨을 부착하기도 한다. 자연의 소박함을 사랑하는 사람들답게 스웨덴 사람들은 수공예와 깔끔한 기능주의 디자인을 선호한다. 

제 기능을 다하면서도 복잡해 보이지 않는 디자인에 대한 스웨덴 사람들의 사랑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사브 자동차의 미려한 선과 투명한 링거 병이 연상되지만 여전히 멋진 앱솔루트 보드카 유리병은 스웨덴 기능주의 디자인의 산물이다. 여기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한 IKEA 스타일이 출현하기도 했다. IKEA는 1942년 잉바르 캄프라드라는 사람이 스몰란드에 세운 스웨덴 가정용품 체인점으로 적당한 비용으로 가구나 주방용품, 욕실용품, 장식품 등을 마련하기에 이상적인 곳이다. 

스웨덴 사람들의 감각은 예술 방면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1970년대를 휩쓸었던 유명 팝 그룹 ‘아바(ABBA)’와 1990년대의 ‘에이스 오브 베이스(Ace of Base)’, ‘카디건스(The Cardigans)’, ‘록시트(Roxette)’는 모두 스웨덴 출신이다. 아바의 성공 사례도 유명하지만, 특히 에이스 오브 베이스의 1집 음반 <Happy Nation>은 전세계적으로 2,000만 장이 넘게 팔려 나가 다른 모든 그룹들이 세웠던 기록을 깨뜨렸다. 

영화계에는 우울한 색채의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이 있다. 그는 종교와 양심, 존재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제기하는 영화를 만들었으며, <제7의 봉인>이나 <파니와 알렉산더> 등 그의 고전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상영되고 있다. 이 외에도 영화 배우 그레타 가르보,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베리, 화가 칼 마르손은 스웨덴의 예술 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 큐리어스 시리즈는 도서출판 휘슬러에서 출간한 큐리어스 시리즈에서 발췌,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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