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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 초원의 바람에 실려 온 몽골인의 미소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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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이 ‘돼지자식’이라면?

몽골인은 아이가 태어나면 한달 이내에 이름을 지어 준다. ‘개자식’이라는 이름이 있다면 믿기 어려울 것이다. ‘너회자브’라는 이름은 ‘개가 구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몽골인은 개를 지저분한 가축으로 여겨 개고기는 먹지도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 자식의 이름을 개라고 지었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외에도 험한 이름에는 ‘가하이 자브(돼지자식)’는 물론 ‘헨치 비시(사람이 아님)’, ‘네르 구이(무명씨)’ 등이 있다. 

이런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자식을 오래 살게 하기 위해서다. 몽골인은 사람이 죽는 것은 귀신이 영혼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귀신은 쓸모 있는 사람만 잡아가므로 귀신이 싫어하게 만들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나쁜 이름으로 귀신을 속여 보겠다는 순진한 발상이지만, 이는 유아사망률이 높은 데서 기인한 몽골인의 자식 사랑법이라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이름도 많다. 주로 여성들의 이름이며, 체책(꽃), 알탄(금), 토야(빛), 솔롱고(무지개), 통갈락(맑은) 등이 있다. 요일을 이름으로 사용한 사람들도 의외로 많이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이름에 해당하는 요일에 태어난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월요일에 태어난 사람이 수요일이란 이름을 갖고 있지는 않다. 또 요일을 사용했어도 달랑 요일만을 이름으로 사용하지 않고 그 뒤에 다른 뜻을 더하기도 한다. 요일은 냠(일요일), 다와(월요일), 먁마르(화요일), 햐과(수요일), 푸레브(목요일), 소가르(금요일, 산스크리트어), 바아상(금요일, 티베트어) 등이다. 그러므로 ‘다와자브’라면 월요일에 태어난 아이이며, ‘어렵게 얻은 자식’이란 뜻이 담겨 있다. 

이름의 구조를 살펴보자. 몽골인에게는 성씨가 없고 이름만 있다. 물론 몽골인에게도 성이 있었으나 옛 소련의 배후 조종을 받던 당시의 몽골 정부가 공산혁명 이후 성 제도를 폐지했다. 성을 없앤 것은 소련이 몽골족의 기상을 꺾어 놓기 위해 취한 여러 수단 중 하나였다. 소련은 몽골 영토의 일부인 브리야트 지방을 자국령에 귀속시키고, 중국이 몽골 남쪽 지방, 현재 내몽고를 접수하는 것을 방치해 몽골인의 근거지를 가급적 척박한 지역으로 한정시켰다. 또한 몽골 가족의 단합을 분열시키기 위해 성 대신 아버지의 이름을 쓰도록 하는 편법을 가르쳤다.

‘말 보러 간다’는 표현의 은밀한 메타포

게르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안팎 어디를 둘러봐도 화장실이 없다는 점이다.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은 부끄럽고 창피해 화장실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지 않는다. 볼일이 급해지면 게르를 들락날락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지만 화장실을 찾을 수 없다. 특히 여성들은 말도 못하고 혼자서 배앓이를 하다 울상이 된다. 몽골에서 먹은 음식으로 배탈이라도 나면 더더욱 볼 만하다. 

참다 참다 속옷에 쌀 지경이 되면 엉덩이에 힘을 잔뜩 주고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지만 몽골인은 멀뚱히 쳐다볼 뿐 말이 없다. 다시 한 번 물으면 아무 곳이나 상관없다고 대답한다. 사방 모든 곳이 ‘자연의 화장실’이라는 것이다. 

화장실에 간다는 표현도 재미있는데, “말(馬)을 본다”고 한다. 예전부터 말은 대부분 게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 그곳에서 볼일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여럿이 말떼 속으로 들어가 볼일을 볼 때 주위 사람에게 건넬 말이 없어 “말이나 보자”고 했는데, 여기서 유래된 말이라는 것이다. ‘모리 하리이(말을 보자)’ 또는 ‘모리 하르마르 바인(말을 보고 싶다)’이라고 말하면 몽골어를 품위 있게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화장실을 의미하는 ‘조르동’이란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풍습은 도시 지역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도 지금도 그대로 쓰인다. 현대식 호텔에서 화장실에 가면서도 “말을 보자”고 한다. “미안한데 말을 보러 가겠다”는 사람에게 멋도 모르고 “말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면 한바탕 웃음을 자아낼 것이다.


- 큐리어스 <몽골>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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