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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 너른 가슴으로 두 대륙을 품은 튀르크의 후예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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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가슴으로 두 대륙을 품은 튀르크의 후예들

카펫이나, 타월, 목욕탕, 담배, 커피 등을 연상시키는 터키는 사실 15세기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무너뜨리고 지중해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에 이르는 거대한 영토를 건설했던 오스만 튀르크의 후예들이 살아가는 땅이다. 대륙을 품에 안아 보았던 사람들답게 터키인들의 가슴은 열정적인 사랑과 따듯한 정, 신에 대한 겸손함으로 가득하다. 첫눈에 반해 단 두 번의 만남으로도 결혼에 이르고, 옆 자리의 낯선 사람에게도 자연스레 음식을 권할 수 있는 사람들을 터키에서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터키를 방문한 외국인들 중에는 터키인들이 성질이 급하고 과격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터키 사람들은 조용하다가도 갑자기 별것 아닌 것 갖고 핏대를 올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몇몇 사람들은 금방 전투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하지만 다행히 쉽게 용서하고 쉽게 잊어버린다. 

터키인들은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 팀으로 일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러기에는 경쟁적인 기질이 너무 강하며 자신을 내세우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터키인들의 이런 경향은 직함에서도 나타난다. 매니저는 터키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함 중 하나이다. 그 밑의 부하직원들은 다 어디에 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 정도로 터키에는 분야를 막론하고 매니저가 많다. 실제로 영업부 직원들이 모두 매니저인 회사도 있었다. 한 번은 직장이 없는 친구 하나가 내게 전화번호를 알려 주려고 명함을 건네주었는데 이름 밑에 과장이라는 직함이 찍혀 있었다. 회사도 안 다니는데 무슨 과장이냐고 내가 물어보자 그는 만약 회사를 다녔다면 자신의 경험이나 나이로 미루어 지금쯤 과장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귓불을 잡아당기며 ‘쪽’

터키에는 미신이 많아서 교육 받은 사람조차 이러한 미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주문을 외거나 마법을 부리거나 병자에게 숨을 불어넣거나 운을 점쳐 주는 등의 일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런 식의 해결책에 매달린다.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미신은 악마의 눈을 뜻하는 ‘나자르’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에게 없는 멋진 물건을 남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시샘을 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질투의 감정이 시샘을 당하는 이에게 해를 끼친다는 믿음이다. 특히 녹색이나 푸른색의 눈이 위험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재산이나 좋은 일에 대해 얘기할 때에는 반드시 신의 가호를 빈다는 의미의 ‘마샬라’라는 말을 덧붙여야 하며, 악마의 눈이 위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어린아이에게도 눈 모양의 푸른 구슬을 달아 준다.

만약 어떤 여자가 자신의 귓불을 잡아당기면서 입으로는 뽀뽀할 때처럼 ‘쪽’ 소리를 낸다면 그것은 그녀에게 방금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났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터키인들은 이러한 동작이 악마를 물리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다른 미신적 관습으로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며 물병의 물을 쏟아 부어 주는 행위가 있다. 또 신발의 한 짝이 다른 한 짝 위에 걸쳐져 있으면 신발 주인에게 나쁜 일이 생긴다고 여기며, 위험한 일을 해야 할 때에는 ‘비스밀라’라고 말한 뒤 오른 발부터 내디뎌야 한다고 믿는다. 이는 ‘신의 이름으로’라는 뜻이다. 터키인들은 칼이나 가위처럼 날카로운 물건이 액운을 불러온다고 믿기 때문에 그런 물건을 건네줄 때는 테이블 같은 곳에 내려놓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집어가도록 해야 한다.
 
대를 물려 쓰는 터키의 카펫

터키의 카펫은 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가장 오래된 카펫 생산지는 코니아로 알려져 있다. 마르코 폴로의 기록에 의하면 13세기 셀주크 튀르크 시대에 술탄의 후원 아래 운영되던 카펫 제작소가 코니아에 있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이스탄불 인근에 카펫 공장이 많이 생겨서 손으로 짠 카펫과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도시와 관광지에 수많은 카펫 상점이 있지만 카펫 제작소로 직접 찾아가면 반값에 살 수 있다.

카펫 직조술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로서 터키에서는 대학 수준의 교육이 이루어진다. 카펫의 문양과 색깔, 재질, 매듭 등은 지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과거에는 염색 방법을 포함한 여러 가지 직조 기법이 한 지역이나 심지어는 한 가문 안에서만 비밀리에 전수되었다고 한다. 때로는 카펫의 무늬에 이야기를 담기도 하는데, 무늬뿐만 아니라 색깔에도 의미가 깃들어 있다. 터키의 카펫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빨간색은 부와 행복, 기쁨을 뜻하며 초록색은 천상의 가치를 의미하며 노란색에는 악을 물리치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 

터키 카펫의 특이한 점은 직조 형태에 있다. 아프간 카펫이나 페르시아 카펫은 매듭이 하나인 데 반해 터키 카펫은 매듭이 두 개다. 육안으로는 그 차이를 식별하기가 어렵지만 이중 매듭의 터키 카펫이 훨씬 더 견고하고 오래간다. 터키인들이 그들의 카펫을 ‘아들을 위한 것’이라는 뜻의 ‘에블라디옐릭’이라 일컫는 것도 내구성이 좋아 대를 물려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가지 주의할 사항은 60년 이상 된 카펫을 국외로 반출하는 것은 범법행위라는 점이다. 카펫의 제작 연도가 확실치 않을 경우에는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야 한다. 비록 전문가를 찾아 다른 도시로 여행을 해야 할지라도 말이다.

* 큐리어스 시리즈는 도서출판 휘슬러에서 출간한 '큐리어스 시리즈'에서 발췌,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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