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 이은결-웃으며 꿈꾸게 하는 '도깨비머리'마술사
마술사 이은결-웃으며 꿈꾸게 하는 '도깨비머리'마술사
  • 트래비
  • 승인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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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래비

 그를 찾아간 날, 그는 12월 공연을 앞두고 팸플릿 제작에 쓰일 사진을 촬영하느라 한창 분주한 모습이었다. 코믹하게 생긴 ‘닭 인형’과 함께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장난기가 묻어난다. 밤늦은 시간까지 사진 촬영이 이어지지만 스튜디오 안에는 웃음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그 웃음의 중심에는 바로 신세대 마술사 이은결이 있다. 스태프들이 지치지 않도록 연신 개구쟁이처럼 장난을 쳐대는 그의 모습에, 멀리서 지켜보던 기자마저 웃음을 머금게 된다. 이 친구, 웃음을 만들어내는 마술도 하네!

 “믿기진 않겠지만 소심한 A형이랍니다”

 지금의 모습을 보니 어릴 적에도 개구쟁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제가 사실은 소심한 A형이예요” 한다. 믿기지 않는다는 기자의 표정을 읽었는지 이내 “제가 A형이라고 하면 다들 잘 안 믿더라고요. 사실 중고등학교 때까지 전, 있는 듯 없는 듯한 그런 학생이었답니다”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을 경기도 평택에서 지냈다는 그는, 평택에서 살던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자연을 벗 삼아 뛰놀며 항상 동네 골목대장을 도맡아 할 정도로 개구진 아이였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이사를 하고 집안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면서 내성적인 아이로 돌변했다. 부모님은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모든 게 당신들의 잘못인 양 자책하셨고 아들을 위해 뭔가 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술학원에 등록해 주셨다. 그것이 바로 지금은 최고의 신세대 마술사로 자리잡은 이은결이 마술과 첫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이다.

그는 어린 나이였지만 마술을 통해 ‘삶의 의미’ 같은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마술을 할 때만은 ‘온 세상이 내 것’인 양 행복했고 ‘내가 정말 살아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대학로에서 아는 선배와 함께 ‘길거리 마술´을 했고 거기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마술을 하게 되면서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낼 수는 없었지만 후회는 없단다. 그만큼 마술이란 세계를 통해 얻게 된 즐거움이 컸기 때문에.

 삼손의 머리 같은 그의 ‘도깨비 머리’

 워낙 어린 나이에 데뷔했기 때문에 초기에 마술 대회에 나갔을 때는 늘 “선생님은 어디 계시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젊은 마술사들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제가 대회에 출전하는 마술사예요”라고 하면 다들 놀라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그때 그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나이가 들어 보일까’였다. 그런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도깨비 머리’. 그는 머리만큼은 코디의 도움 없이 늘 직접 한다. 하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눈을 감고도 할 정도라고. 이은결 본인이 이름을 붙인 ‘도깨비 머리’는 이은결에게 단순히 독특한 헤어스타일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제대회에 나가면 외국인들이 ‘이은결’이라는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스파이크 헤어(spike hair)´로 그를 기억해 준다. “도깨비 머리를 했을 때랑 그냥 평범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을 때랑 제 태도나 분위기도 아주 달라져요.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희한하게도 도깨비 머리를 했을 때는 아주 적극적이고 쾌활한 모습을 하게 되는 반면 그냥 평범한 머리를 하고 있을 때는 사람이 아주 조용해져요.”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 마치 그의 ‘도깨비 머리’가 삼손의 머리처럼 그에게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부산 거리에서 큰 공연을 했는데, 정말 많은 팬들이 모여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줬어요. 근데 공연이 끝나고 제가 원래 헤어스타일로 머리를 바꾸고 지나가자 사람들이 저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더라고요.”

 

 ⓒ 트래비

 “꿈을 주는 마술사가 되고 싶어요”

 국제대회 참가 차 세계 각국을 돌아다닌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지역을 묻자 “사실 대회 참가 차 해외에 가면 다른 곳을 둘러볼 시간은 별로 없어요. 하지만 그중에 기억에 남는 곳은 남아공”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평택에서 자연과 벗 삼아 지냈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그이기에 광활한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남아공이 남다른 기억으로 남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티니안. “아직 많은 곳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티니안이 참 좋았어요. 사람도 별로 없고 바다도 아름답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곳에서 낚시를 했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하루 종일 바다를 바라보며 낚시만 하고 있어도 그저 행복해지더라고요.” 늘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서인지 그는 때때로 그렇게 사람 없는 자연 속에 파묻혀 있는 걸 좋아한다.

그래도 그는 마술사가 된 걸 ‘너무나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티니안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길거리에서 심심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고 그들에게 다가가 마술을 보여줬더니 눈망울이 또랑또랑해지면서 너무나 즐거워했단다. “그럴 때면 제가 마술사가 되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오지에 있는 사람들과 기아들을 위해서 마술을 하고 싶어요. 많은 유명 인사들이 기아들을 위해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죠. 하지만 제 경우에는 마술을 보여주면, 아이들이 제가 이은결이라는 건 모르겠지만 제가 마술사라는 건 알잖아요”라고 말하는 이은결에게서 따뜻한 인간애가 느껴진다.

 그는 12월에 열리는 ´이은결 In Dreams´ 공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꿈 같은 현실, 현실 같은 꿈’을 선사하겠다며 한껏 기대에 부푼 모습이다. 누구나 한번쯤 꿈꿔 본 환상의 세계를 현실로 경험할 수 있는 그런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나중에 달나라로 신혼여행을 가고 싶다는 ‘동심’을 지닌 소년 같은 마술사 이은결. 마술을 사랑하며, 사람을 사랑하며 마술을 통해 꿈과 사랑을 베풀며 사는 그. 어쩌면 우리 마음속 숨겨진 소원도 이루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잠시 기분 좋은 꿈을 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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